최근 여론조사가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과거 판세를 알아보고, 선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조사가 대세였다면, 지금의 여론조사는 투표결과를 미리 알고 싶어 하는 예측조사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기관이나 언론사의 기능과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 요즘. 새로운 변수가 또 등장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어 이 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최근 서울시장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16일 이데일리가 발표한 ARS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의 지지도는 60.8%로 나타났다. 김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16%, 13.3%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18일 쿠키뉴스가 발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9%가 박원순 후보를 꼽았고, 안철수 후보 17.3%, 김문수 후보 9.9%다. 잘 모름 12.7%, 없음 7.8%, 기타 1.1% 순으로 나타났다.
 
즉. 한 주에 조사된 여론조사의 수치가 박원순 후보의 경우 10%p 가까이 차이가 나고, 김문수 후보의 경우는 7%p 가까이 차이가 났으며, 안철수 후보도 3%p 정도 차이를 보였다. 두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ARS와 전화면접이라는 방식의 차이고, 두 번째로는 유선과 무선의 비율 차이, 세 번째로는 설문 길이의 차이다.
 
세 가지의 큰 차이가 어떻게 작용하여 결과값의 차이를 가져왔는지는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조사방식과 표집틀 구성의 차이가 어떤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보기는 부족한 감이 있다. 응답률이 떨어진다 하더라로 젊은 층을 충실하게 표집한다면 그 차이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근래 들어 설문의 길이와 내용의 차이가 주목받고 있다. ARS의 경우 사람과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짧고 간결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정 후보에 대한 ‘충성심’이 높지 않은 유권자들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조사가 길고 지루하다면 적극지지층들 만의 조사가 된다.
 
반면 면접조사는 유보적인 태도의 유권자들에게 접근하기가 더 용이하다.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함이 덜하다. 적극적 정치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일반적인 유권자도 더 많이 포함할 수 있다.
 
정치적 의사표현의 욕구를 계량할 수는 없지만 다소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전화면접에서는 투표는 하겠지만 극단적 지지에는 관심이 없는 다수의 ‘일반적’인 국민들을 포괄했을 가능성이 높다. ARS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밝히기 어려운 속내를 표현할 가능성이 높다. 각 조사에는 이러한 별개의 장점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 장점을 제대로 살려서 조사했느냐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ARS 조사는 성, 연령, 거주지에 관한 3개의 질문을 포함 13개의 질문을 했다. 그 중 서울시장 지지도,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 서울 교육감 적합도를 2번 문항부터 연속으로 배치하여 각 12개, 11개, 8개의 선택지를 읽어 주었다.
 
이런 설문지가 지지후보를 완전히 확정하지 않은 일반 유권자들과 소극적으로 변한 야당 지지층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었을까? 길고 지루한 형태의 ARS조사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기관의 자정 노력을 촉구한다. (인용정보 이데일리 의뢰, 리얼미터 조사(5/13~14)쿠키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조사(5/16~17),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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