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연공서열 위주서 실적 등 감안한 실용적 인사로 전환될 듯최근 코오롱그룹이 127명의 계열사 임원 중 그룹 부회장을 포함한 34명을 퇴진시키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KT가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또 앞으로 삼성, LG, SK, 현대 등 주요 그룹사들도 본격적인 임원인사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위기관리에 탁월한 인재를 등용하거나 실적이 뛰어난 임원을 전진 배치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주요그룹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예고되고 있다.지난 11월 한화그룹이 50대 초반의 상무급 임원들을 대거 CEO로 등용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재계에 ‘파격적인 임원인사’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주요그룹들이 임원인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은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와 인재등용, 신규사업 강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한화에 이어 최근 코오롱그룹은 실적 부진과 횡령 사건 등에 따라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체 임원 중 34명(23%)을 퇴진시켰다.이번 인사로 인해 부회장급 3명, 사장급 2명 등 최고경영자 5명이 전격 퇴임하면서 재계에서는 경영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특히 이번 인사는 육성사업 및 신규사업을 위한 현장 출신의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는 점에서 단순 경영인보다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실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임원을 등용했다는 평이다.KT도 최근 민영화 3년째를 맞아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는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KT는 신사업 전략 수립을 위해 경영전략실 등을 신설하고 노희창 상무를 경영전략실장으로 전진배치하는 등 임원 16명에 대한 전보를 실시했다.KT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기존 연공서열식 인사에서 벗어나는 한편 전략영업 현장에 임원을 배치하는 등 예년 임원인사보다 신사업과 성과주의를 중심으로 했다는 점이 돋보인다.이번 정기인사로 임원 평균나이도 49.2세에서 46.6세로 줄었다.코오롱과 KT 등에 이어 앞으로 임원인사를 실시할 삼성, LG, SK 등 주요그룹들도 예년과 같은 보수적인 인사보다는 현실적인 면을 강조한 파격인사가 예고되고 있어 주목된다.삼성그룹은 내년 1월 실시할 임원인사를 위해 계열사 임원진과 승진 대상자들을 상대로 그동안의 실적을 위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올해 평년 이상 수준의 실적을 올리면서 임원진의 승진 이외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기침체 장기화라는 악재가 있기 때문에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대대적인 인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임원인사를 통해 손길승 회장의 후임자를 발탁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재계에서는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신헌철 SK(주)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하지만 SK 내부에서는 사실상 김신배 사장과 정만원 사장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 사장의 경우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그룹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태원 회장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유력시 되고 있다. 정 사장은 그룹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그룹내에서도 차기 포스트로 지목을 받고 있다.SK는 경영목표 달성 능력을 측정하는 KPI시스템과 주변의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임원인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현대차그룹은 최근 계열사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장단 인사를 단행, 계열사 로템의 최고경영자를 교체한 이후 관리직 직원에 대해 약 20%(350명)의 감원을 실시했다.

수시 임원인사를 통해 계열상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지속적인 내수침체 등에 따라 비상경영에 돌입한 만큼 대거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또한 중국지주회사 출범이 지연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LG그룹도 계열사 단위로 임원인사를 실시하되 ‘성과’를 인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GS홀딩스와의 법적 계열분리를 마무리한 후 인사체계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재계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임원인사가 주로 그룹 일가와의 전략적인 관계나 연공서열에 의해 이뤄졌다면 올해는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실용적인 임원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경영능력만을 평가하기보다는 실적을 높이기 위해 현장 출신의 인력을 임원으로 배치하거나 경쟁력 있는 집중사업부문의 전문가들이 대거 등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연구원은 “내년에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그룹사의 인사가 승진대상자를 평가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닌 파격적인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사패턴도 과거와 달리 실적 등 현실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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