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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파주 연천 등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의 부동산이 뜨고 있다. 이미 재벌기업이 이 지역 일부를 매입했다는 소문도 퍼지면서 투자를 목적으로 구매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상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접경지역은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땅값이 요동치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각오하지 않는다면 리스크가 크다. 또 개발이 어려운 땅까지 너무 높은 낙찰가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측면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매서 외면받던 곳, 남북 훈풍에 접경지 수혜 기대
개발 어려운 땅도 높게 책정, 조심해야 된다는 의견도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다음 달 12일로 확정되면서 파주 등 접경지역의 부동산 매물이 인기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월 파주시에서 거래된 토지는 4628필지로 통계가 작성된 2006년 1월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천군 토지도 596필지가 거래돼 전월(273필지)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민통선 토지 매매건수도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파주시 군내면의 지난달 토지거래량은 71건이 신고돼 전월(16건) 대비 4배 넘게 늘었고 파주시 진동면 토지거래도 42건으로 집계돼 전월(19건)보다 증가했다.

낙찰가도 고가 행진을 이어간다. 지난 13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일에 입찰한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의 한 임야는 첫 경매에서 감정가(7868만5000원)의 124%(9770만원)에 고가 낙찰됐다.

접경지 고가 낙찰 속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임야로 여러 기(基)의 분묘가 있어 평소 같으면 수차례 유찰되고도 남았을 만한 토지에 9명이 경쟁이 붙으면서 유찰 한 번 없이 주인을 찾았다.

연천군 청산면 장탄리 토지도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땅은 2012년 5월 이후 3차례나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에 유찰을 거듭했다. 장탄면은 군사분계선에서 15㎞ 떨어진 지역이다. 또한 한탄강을 따라 길고 경사진 모양을 하고 있다.

면적은 축구장 6배에 달하는 4390.0㎡ 규모로 제법 큰 편이다. 하지만 네모 반듯한 땅이 아니라 좁고 긴 모양 때문에 토지 이용에 어려움이 있고 잡종지로 분류돼 있다.
게다가 보전관리구역과 가축사육제한구역, 제한보호구역, 공장설립제한지역, 배출시설설치제한지역 등으로 묶여있어 현재로선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땅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파주, 연천 등 군사분계선 인근 토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계속된 유찰에 따라 최저입찰가는 감정가의 70%인 6760만 원으로 낮아졌는데 이보다 높은 7111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철원군 등지의 부동산도 낙찰 사례가 늘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밭의 경우 지난 4일 첫 번째 경매에서 감정가(5621만4750원)보다 비싼 6261만9990원에 팔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111%에 달했다.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파주시 와동동의 한 아파트는 앞서 1회 유찰돼 최저 매각가가 감정가의 70%인 2억6250만 원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지난 8일 입찰이 진행됐는데 총 13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감정가의 99%인 3억4710만 원에 낙찰됐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파주 다음으로는 연천, 철원 등이 전통적 수혜 지역”이라면서 “남북관계 경색으로 다시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이들 지역의 땅값이 10배 이상 오르는 등 요동쳤다”고 설명했다.
접경지 토지 경매가 부쩍 관심을 끄는 건 이 일대 일반 토지시장이 주목을 받는 데다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많지 않아서다.

또한 청와대가 남북한 경제협력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나서면서 이 일대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지난달 30일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경제보좌관실이 주축이 돼 남북 경협 재개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로드맵에는 단계적 경협 구상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 북부 혹은 강원지역에 북한과의 협력을 위한 경제특구를 설치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통일경제특별구법 단일 입법안을 마련했다. 한반도 평화라는 콘셉트에 맞는다면 외국 기업도 입주할 수 있고, 각종 인허가도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통일경제특별구 후보지로는 경기 파주 연천 동두천과 강원 고성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야당도 접경 지역 개발에 공감하고 있어 통일경제특구 제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단체로 버스를 타고 땅을 찾아다니는 인파들이 많다는 지역민들의 이야기도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모험가라면 도전해 볼 만한 미지의 세계다’는 표현의 글을 온라인상에 올리기도 했다.

‘섣부른 투자 금물” 지적도

또 다른 전문가는 아직 가시화 된 사안이 없는 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센터장은 “접경지역은 대부분 군사시설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실제 대규모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 “‘비무장지대(DMZ) 내 평화공원을 조성한다’와 같은 이슈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뛰어들기 보다 공원 외에도 인근에 상가나 아파트 등이 들어와 실제 땅값이 오를 수 있을 건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사실상 쓸모없는 땅이 낙찰된 이유는 연천이라는 이유 말고는 찾기 힘들다”며 “향후 개발에 따른 지가 상승 또는 보상을 염두에 둔 투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2007년 이후에는 금융위기 영향이 먼저 작용해 가격이 서서히 떨어졌지만 정상회담 훈풍에 따라 빠르게 부양된 만큼 금세 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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