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체제 놓고 이견, 현안 처리도 골머리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윤석헌 호(號) 금융감독원과 최종구 호(號) 금융위원회의 상생 협력이 가능할지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다. 그들의 수장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겉으로는 협력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금융 현안과 독립성 강화 등을 놓고 물밑에서 보이지 않는 마찰음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상견례 자리에서 겉으로는 협력 강화 말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부터 현장조사권도 삐걱


대외적으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 협력을 기조로 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첫 상견례 자리에서 금융위·금감원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심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접견실에서 새로 취임한 윤 원장을 만나 “전문성과 열의,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정부의 철학과 정책의 취지, 정책환경 변화 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만큼 역할을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더불어 “금융위도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이 전날 취임사를 통해 금감원이 국가 위험 관리의 중추로 역할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 본연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또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간 상호 존중, 소통채널 활성화를 약속하며 금융현안 해결에 소홀하지 않도록 두 기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

윤 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최 위원장과 금감원과 금융위의 협력 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해 나갈지 얘기했다”며 “최 위원장이 두 조직에 대해 해박하게 알고 있으니 나름대로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의 동행이 어디까지 발걸음을 맞출지는 미지수라는 견해가 많다. 금감원과 금융위를 포함한 금융감독 체제 개편 논의를 앞두고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 최대 변수다.

특히 윤 원장은 지난 8일 취임사를 통해 “금감원은 금융을 감독하는 곳”이라며 “이를 위해선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금감원이 수많은 과제들에 포획돼 금융감독의 지향점을 상실했다”며 “금감원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언급,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윤 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 감독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금감원은 금융위 설치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률상 금감원의 독립성이 금융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한 셈이다. 독립성 강화를 취임 첫날부터 강조한 윤 원장에 대한 견제이자, 서로 금융 체제 개편에 대한 온도차를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실 윤 원장은 취임 전, 학자시절부터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주장해 온 인물이었던 터라 금융체제 갈등은 어느 정도 예고된 부분이다. 또 금감원은 금융위 아래 놓인 듯한 구조가 불만이고 금융위는 독립성을 강조하는 금감원이 고깝다는 것이 금융권의 비밀 아닌 비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각종 현안을 놓고도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부딪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살펴봐도 금감원과 금융위가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 사전통지 공개를 둘러싸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공방이 한 차례 오간 상황이다.

앞서 최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전례 없이 외부에 공개해 시장에 혼란과 충격을 줬다”며 “사안이 다 끝나면 금감원이 사전 통지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적절한지 별개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대표적 갈등이 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권 도입 추진이다. 금융위 고유 권한인 조사권을 사전 논의 없이 금감원도 갖겠다고 선언한 것이기 때문에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금감원은 현장조사권과 디지털 포렌식 장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조사업무 혁신 방안’을 추진한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현장조사권은 불공정거래 사업장에서 장부와 서류 등 혐의 증서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금감원이 이를 가지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현장조사권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만 있다.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에 저장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장비인 디지털 포렌식 역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만 가지고 있다.

그런데 금감원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특사경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지명하는 권한을 금감원장이 갖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특사경은 불공정거래를 조사할 때 압수수색, 통신기록 조회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조효제 금감원 부원장보는 “불공정거래 범죄 수단이 첨단화·지능화·조직화되고 있다”며 “혐의 입증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금감원의 조사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고 금융위에 주어진 권한을 갖겠다고 발표,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데, 일방적인 발표였다는 것이다.

금융위 사무처 소속의 상설 조직인 자본시장조사단은 2013년 출범 당시에도 금융위와 금감원, 거래소 그리고 검찰까지 불공정거래 조사 권한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인 바 있다. 해묵은 이들의 힘싸움이 금융 시장 안정과 건전성 제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 기관 모두 다시 한 번 떠올려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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