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사 요소수 조작 의혹…독일·한국 정부 조사 중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른바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2년 만에 복귀한 수입자동차 아우디가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독일 현지에서 아우디가 또 다시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고 있어 제2의 디젤게이트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은 독일 현지 조사가 진행 중이며 환경부 역시 조사를 해봐야 불법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당장 아우디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00만 원 할인 공세 등으로 판매 호조세 보여 
소비자 “인증 취소될까 봐 할인해 주나” 볼멘소리


독일 현지에서 아우디가 디젤차 배출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교통부는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이 아우디 A6와 A7 디젤 모델에 배기가스 조작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우디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교통부에 따르면 KBA는 아우디가 V6 TDI 엔진을 탑재한 A6와 A7의 요소수 분사량을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임의조작 장치(Defeat device)’를 설치했다는 견해다.

해당 임의조작 장치를 설치하면 시험모드에서는 배출가스의 오염도를 낮추는 요소수가 정상적으로 분사되지만, 실제 도로, 특정 조건에서 분사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독일 교통부는 약 6만 대의 차량에 이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소수란 연료와 별도로 차량에 장착되는 촉매제로, 질소산화물(NOx) 등 배기가스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요소수가 특정 조건에서 제대로 분사되지 않으면 그만큼 배기가스가 배출된다는 의미다.

다만 6만 대 차량 중 3만3000대는 독일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해당 모델 중 미국에 판매된 차량은 없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도 요소수 분사량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아우디 A6, A7 디젤 차량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6일 “요소수 분사량 조작 의혹은 아우디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독일 정부에 자진 신고한 건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독일 교통부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해당 차량이 판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파악 단계에 있으며 어떤 종류의 임의설정인지,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인지는 차량검사를 통해 알아봐야 하는 부분이다. 검증을 마쳐야 불법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의혹과 별도로 환경부는 지난 4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3000㏄급 경유차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조사한 결과, 아우디 A7 등 14개 차종에 실제 운행 조건에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의 기능을 낮추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에서 확인된 소프트웨어는 ‘이중 변속기 제어’와 ‘실제 운행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기능 저하’ 2종류다. 이중 변속기 제어는 조향장치(운전대) 회전각도가 커지면 이를 실제 운행 조건으로 인식하고 변속기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의 가동률을 인증시험모드와 다르게 제어하는 방식(로직)이다.

질소산화물 환원장치(SCR)를 장착한 유로(Euro)6 차량의 경우 환원장치의 질소산화물 저감효율을 조기에 상승시킬 목적으로 배기가스온도 상승 제어(engine heat up) 방식이 적용되는데, 이 방식이 시동 후 약 1100초 동안만 작동되도록 프로그램화했다.

다만 유로(Euro)6 기준의 아우디 A7 차량과 포르쉐 카이엔 차량 등에는 질소산화물 환원장치가 추가로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운행 조건에서는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지는 않는다.

해당 프로그램이 적용된 차종은 아우디 A6, A7, A8, Q5, SQ5,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등 11개 차종이며, 모두 유로(Euro)6 기준으로 생산된 차종이다. 독일 정부에서도 지난해 임의설정으로 판정, 판매정지와 결함시정(리콜)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임의설정 조사 결과와 해외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올해 안으로 임의설정 판정 안내서(매뉴얼)를 마련하는 한편, 향후에는 자동차의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뿐만 아니라 배출가스 제어 방식(로직)에 대한 검사를 더욱 강화하여 임의설정 검사방법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우디코리아는 배출가스 인증 서류 조작 사건으로 2015년 말 국내 시장에서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은 후 지난 3월 말 공식적으로 판매를 재개했다. 아울러 지난달 공격적 할인 등으로 2165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단숨에 수입차 시장 순위 3위까지 올라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향후 독일 및 우리 환경부의 추가 조사 결과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불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또 한 번 인증 취소 사태를 일으키거나 시장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해당 의혹은 지난 2015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를 불러일으킨 문제의 소프트웨어 조작 사례와 같은 셈이라, 벌써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우디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때 아우디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던 것을 이유로 “독일 현지로부터 우리나라로 논란이 확대되기 전 공격적인 할인으로 판매량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실제 본격적인 국내 판매 재개에 나선 아우디코리아는 연식 변경을 거친 A6를 재출시하면서 최대 1600만 원에 달하는 혜택을 적용했다. 아우디코리아 입장에선 판매 확대만큼이나 하루빨리 해당 의혹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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