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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끝까지 잡는다.’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루는 형사의 모토다. 장기 미제 사건들은 그간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 있었지만, 이제 이것들이 하나둘씩 풀릴 전망이다.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가 전환점이 됐다. 수사에 탄력이 붙을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 16일 9년 전 제주 보육 교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잡힌 것이다. 해당 사건의 전모를 일요서울이 살펴봤다.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후 각 지방경찰청 전담반 만들어
양수진 팀장 “피의자는 반드시 검거한다는 선례 될 것”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2009년 2월에 발생했다. 당시 유치원 보육교사로 근무하던 A씨가 실종되자 가족들은 이튿날인 2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본 경찰이 범죄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 3일 공개수사로 전환해 A씨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A씨는 농업용 배수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실종 8일 만이었다.

당시 A씨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는 택시 운전 기사였던 B씨가 대두됐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체포할 수 없었고, 2012년 6월 수사본부가 해체되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먼저 ‘보육교사 살인사건 TF’ 양수진 팀장에게 해당 사건이 미제로 남게 된 경위를 물었다. 해당 TF팀은 올해 3월 26일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양 팀장은 “사망 시점 관련해서 혼선이 있었다. 현장 상황과 기상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에 의하면 당시 부검을 통해 A씨의 사망 시간이 2월 7일이며 발견일 24시간 이내로 알려졌다. 그러나 발견 당시 A씨의 사체는 젖어 있었는데, 실종 이틀째인 2월 3일 이후로 8일까지는 비가 오지 않은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

현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실종 당일 사망으로 여겨지는데, 부검 결과 및 실제 기상 상황이 이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당시 수사 과정은 난항을 겪게 됐다.

그러나 2016년 2월 제주지방경찰청 내 ‘장기미제사건팀’이 신설되고, 뒤이어 ‘보육교사 살인사건 TF팀’이 꾸려지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수사 국면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새로운 사망 시간
결정적 증거 됐다


먼저 장기미제사건팀은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간을 재검토했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의 주도로 동물 이용 실험을 진행한 뒤 이에 관한 결과를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실험은 개와 돼지 사체 7구를 이용, 피해자 A씨의 시신이 발견됐던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 농업용 배수로에서 실시됐다.

당시 현장을 복원하고, 실험동물에 피해자가 착용했던 의류와 비슷한 복장을 입히는 등 사건 당시 상황과 유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동반됐다.

결과에 따르면 동물사체에서 사후 7일이 지난 시점에도 냉장효과와 보온효과가 모두 발생해 직장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직장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아 사망 추정 시간이 사체 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라는 9년 전 부검 소견이 반전됐다. 새로운 사망 시점이 대두된 것이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당시 유력 용의자들을 상대로 재수사를 진행했고, 지난 16일 B씨를 체포했다.

거주지 변경·인터넷 검색
체포 전 B씨의 이상 행동

B씨가 체포된 곳은 경상북도 영주였다. 그는 2010년 9월부터 제주도를 떠나 강원도에 거주했다. 그러다 올해 2월 이곳으로 거주지를 변경했다.

오랜 시간 머물던 곳을 급작스레 떠나게 된 용의자의 심리에 관해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에게 물었다.

이 교수는 “(용의자가) 강원도에 계속 있으면서 어떤 (자신의) 흔적이 남거나, 자신에게 수사망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검거를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용의자의 수상한 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B씨는 자신이 체포되기 전인 지난 9일 휴대전화에 ‘제주 보육교사’를 입력한 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이 교수는 “중간에 (해당 사건과 관련 있는 내용들이) 언론 보도가 됐었다”면서 “용의자는 ‘그동안 언론들이 소식이 없었는데 뭐가 어떻게 돼가는 거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해당 사건에) 관련이 있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 방향과 (그들이) 어떤 증거를 수집했을지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B씨는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다. 이후 거취에 관해 양 팀장은 “구속 영장 신청을 해 실질 검사 중에 있다”면서 “혐의점에 대해서 의문 없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 강조했다.

실질 검사란 법원에서 구속 영장 발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을 뜻한다. 구속 처분이 결정되면 구속할 수 있고, 이후 10일 정도의 구금기간 동안 조사가 진행된다. 조사 뒤엔 송치 및 검찰 재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제사건 해결 배경에는 2015년 7월 24일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있다. 이 법안에는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가 포함됐다.

이 교수는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각 지방경찰청에서 미제사건전담반을 만들었다”면서 “공소시효가 폐지되지 않았으면 미제사건전담반을 꾸리거나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사람을 살해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강화 및 처벌이 이뤄져야 사법정의에 맞지 않나”라면서 “범인을 검거하는 구체적인 전담반을 만들어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 팀장에게 9년 전 미제사건 해결 실마리를 찾은 소감을 묻자 그는 “당시 (해당 사건에 관한) 제주도민,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했다”면서 “피의자를 반드시 검거한다는 (미제사건 해결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 유족들의 맺힌 한과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해당 사건이) 해결 되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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