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월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10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이유로는 ‘맥스 선더’ 한·미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북한 영국주재 공사의 기자회견을 들었다. 태 전 공사가 “최고 존엄(김정은)을 모독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미국이 존 볼턴식 비핵화 압박을 바꾸지 않으면 미·북정상회담도 무산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북한의 고위급회담 취소와 미·북정상회담 무산 엄포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4월 27일 선언한 ‘완전한 비핵화’ 다짐이 속이기 위한 ‘완전한 기만 쇼(연극)’였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믿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통한 통큰 합의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기대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올 1월 1일 남북정상회담 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 ‘전쟁없는 평화·번영·행복’ 다짐 등이 모두 기망(欺罔) 쇼였음을 노정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과 관련, 필자는 ‘일요서울’의 5월 7일자 ‘김정은의 판문점 평화 연출에 말려들지 말라’ 제하의 칼럼에서 “김정은이 한·미 두 나라 지도자들을 기망하려 든다”며 그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사람을 그럴듯하게 속이는 김정은의 기망은 ‘완전한 비핵화’를 내걸고 ‘완전한 핵 보유국’으로 가려는 속임수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속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공언했고 트럼프도 김정은이 “속인다고 생각 안 한다”고 했다. 그는 김이 “매우 똑똑하고 품위 있는 제스처를 썼다”고 치켜세우기 까지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이 “이해력이 높고 말이 통하는 지적인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에게 퍼주고 비위맞춰주던 김대중 대통령의 김정일 칭찬을 떠올리게 한다.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이 “판단과 식견을 상당히 갖추고…대화가 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김정일이 “대화가 되는 사람”이라고 찬양했다. 김대중과 미국이 북한에 속았음을 입증하는 김정일·김정은 부자 칭찬이었다. 김 씨 왕조는 능청스런 쇼에 능한 혈통을 지닌 것 같다.
김정은이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미·북정상회담 무산을 경고하고 나선 저의는 분명하다. 김이 노리는 대로 미국이 끌려오지 않는데 대한 반발이다. 김의 의도는 ‘완전한 비핵화’를 띄워 미국을 안심시키고는 ‘단계적 핵 폐기’로 유도해 내려는 데 있다. 미국으로부터 핵폐기 단계별로 경제보상을 받아내며 제재를 무력화시켜 핵을 유지하려는데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거듭 주장하며 카자흐스탄과 리비아 비핵화 모델을 거듭 요구하자 핵 보유가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김정은은 미국이 볼턴식 요구를 거두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을 거부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이 한·미를 속이고 핵을 보유, 결정적 시기에 남한을 적화하기 위한 붉은 쇼였음을 노정시킨 벼랑 끝 전술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이 핵 보유를 위한 ‘완전한 기만 쇼’였음이 드러난 이상 더 이상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한·미 두 나라는 CVID와 카자흐·리비아 모델을 관철 시켜야 한다. 특히 트럼프와 문재인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의식해 가시적 성과에 매몰돼선 안 된다. 평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정상회담과 북핵 불안감을 마비시키는 남북교류협력 연출에나 급급해서도 아니 된다. CVID와 ‘선 핵폐기-후 지원’ 원칙을 관철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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