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공기청정기’ 수소차, 전기차 넘어설까
‘달리는 공기청정기’ 수소차, 전기차 넘어설까
  • 최진희 기자
  • 입력 2018-05-23 17:06
  • 승인 2018.05.23 17:06
  • 호수 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소전기차 대중화 본격 시동 걸다
- 보조금 바닥난 반쪽자리 수소차 정책…“갈 길 멀어”
- 울산시, 상용 수소차 도입 가속화…수소버스 보급 탄력
 

지난 3월 현대차가 출시한 수소차 넥쏘(NEXO)의 예약 판매량이 1000대를 훌쩍 뛰어넘으며 친환경 수소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 등을 고려해 일반 사용자의 친환경차 구매 촉진을 위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환경부에서 지원하기로 한 수소차 보조금이 넥쏘 출시 하루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이에 수소 관련 업계는 ‘수소전기차 보조금 추가경정 예산안 반영’을 위한 탄원서를 각 정당에 제출했으나 예산 고갈로 현실성 있는 보조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울산시는 수소전기차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2750만 원)하고 충전소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전기 수소차 시장 확대와 중소 부품 기업의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온실가스 9만톤, 미세먼지 2250톤이 감축되고, 수소시장 형성 등 84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

수소차는 수소연료와 공기 중의 산소가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고 물을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여기에 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는 고성능 필터를 탑재해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불린다.

올해 3월에 출시된 현대차 ‘넥쏘’의 경우 1회 충전으로 609Km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기존모델인 투싼에 비해 주행거리는 40% 이상 향상됐다.

이 같은 이점으로 넥쏘는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1000대 이상이 팔렸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예산은 예약 첫 날 동이 났고, 추가 예산이 편성되지 않을 경우 900여 대(4월 기준)의 차량은 취소분이 나올 때까지 대기하거나 이 차를 살 수가 없게 됐다.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정부가 대당 2250만 원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가 1000만~ 1250만 원의 보조금을 얹어준다. 하지만 정부의 수요 예측이 어긋나면서 보조금 지원이 넥쏘 240대로 동결된 것. 당초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2만대를 보급할 계획으로 24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한 데 비해 수소차 지원은 54억 원에 불과했다.

수소전기차의 구매 수요는 늘고 있으나 정부의 반쪽자리 예산 정책과 수소충전소 인프라 부족이 수소차 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수소차 보급의 걸림돌”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310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 기업들과 손잡고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로 했다. 또 이 업무협약을 통해 수소차의 전국 보급을 확산하고, 고속도로에 수소충전소를 단계적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올해는 한국도로공사와 현대차의 주도로 서울·부산·대전 등 8개 시도에 수소충전소 10개소, 통행량이 많은 고속도로에 8개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인호 산자부 차관은 “SPC를 중심으로 수소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립돌인 수소 충전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 수소차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투싼 ix’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기술에 있어서는 최고의 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 지원과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보급 확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마지만 단계에서는 수소전기차로 갈 것”이라며 “최근 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수소차 상용화에 나서 2030년부터는 하이브리드차 시장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유럽·중국·일본, 수소버스 본격 상용화

유럽은 수소버스 상용화를 위한 CHIC(Clean Hydrogen In European Cities)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20년까지 500~1000대를 보급한 뒤 상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은 윈푸·루가오 등에서 수소전기버스 대중화를 위해 대당 30~50만 위안의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에는 200여대의 수소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도쿄모터쇼에서 수소버스를 공개한 일본 도요타는 내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0년 도쿄올림픽에는 수소버스 50대를 투입한 뒤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충전소 가동률은 미국의 경우 70%에 도달할 때까지 운영비의 60~100%를 지원하고 있으며, 독일은 충전소 운영비의 60%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갖춰진 국내의 LPG, CNG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충전소를 확대할 경우, 수소사회 실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트럭, 충전시간 짧고 주행거리 긴 수소차가 적합”

수소차 대중화에 앞장선 울산시는 현재 수소택시 10대를 비롯한 ‘투싼’ 수소전기차가 39대 보급되어 있고, 올해는 신차 ‘넥쏘’ 95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울산시가 수소전기차 시비보조금을 지난 3월 1150만 원으로 확정함에 따라, 올해 울산에서는 넥쏘를 3490만 원부터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소차는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높은 판매가격과 부족한 충전인프라 때문에 보급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 며 “올해부터 충전 인프라가 속속 구축됨에 따라 수소차 보급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울산시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4000대를 보급하는 ‘수소전기차 실증도시 기반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의 수소타운 운영, 친환경 전지융합 실증화단지 조성사업 추진 등 지역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보조금의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올해 확보한 95대 이외에도 정부 추경으로 150대, 내년 예산으로 500대 추가보급을 환경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의 수소충전소는 12기 이며, 이중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울산 2기, 광주 1기, 창원 1기, 충남 1기로 울산이 가장 많다.

지난 10일 한국생산성본부는 ‘수소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CEO 북클럽을 열어 수소경제의 로드맵을 공유하고 수소차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생산성본부(KPC)에 따르면 수소는 풍부한 에너지원인데다 대규모 저장과 수송이 가능하고 탈탄소화를 실현시키는 주요한 수단으로 특히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날 정만기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수소차 산업은 전기차에 비해 전후방 연관 효과가 높은 시스템 산업”이라며 “1회 충전거리, 충전시간 등이 전기차와 수소차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소차의 경우 비교적 1회 충전시 이동거리가 길고 충전시간이 짧은 특징이 있어 화물차·버스 등과 보완관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울산-현대차, 수소전기버스 시범 운영
 
한편 서울시가 현대차의 3세대 신형 수소전기버스 1대를 시범 운행할 계획으로 알려져 수소버스 보급에 대한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울산시도 2035년까지 총 3700억 원을 투입해 모든 시내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충전 인프라도 크게 확대해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를 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소버스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운영비 지원에 대한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저감과 녹색교통 실현을 위한 수소전기차 정책토론회’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2022년까지 미세먼지를 30%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지만 저공해자동차 예산이 극히 적다”며 “수소차 문제를 넘는데 정부에만 기대하기보다 기업 등 민간에서 대책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수소차 국고보조금 편성은 빠지고 전기차 보조금만 늘린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지원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 없이 수소차의 대중화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희 기자 cj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