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신념? “정치적 이익 쫓는 철새 정치인”
- 집권여당, ‘경쟁력’, ‘인물부재론’ 말하지만 ‘궁색’

 
6.13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에 자유한국당 출마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당 출마자들로선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에서 ‘당적’을 옮겨 무소속 출마를 하거나 차라리 민주당 후보로 말을 갈아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자유한국당 로고가 박힌 빨간 옷을 입고 출마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민주당 상징의 파란 옷으로 갈아입고 출마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 울산, 경기 북부, 강남 3구 등 보수 텃밭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장 후보와 포천·가평 당협위원장이 모두 한국당 출신이지만 지방선거 직전 민주당에 입당해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박윤국 민주당 포천시장 후보는 지난해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는 민주자유당에서 자유민주연합, 다시 한나라당을 거쳐 이번에 민주당으로 말을 바꿔 탔다.
 
이철휘 포천·가평 당협위원장도 올해 2월 민주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단독으로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위원장은 2016년 4.13총선에서 전 새누리당 김영우 후보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민선 5기 서초구청장을 지낸 진익철 후보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다가 올해 서초구청장 민주당 경선에 나섰다가 패했다. 현재는 민주당 이정근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지근거리에서 도와주고 있다.
 
부산시 중구청장과 부산시의원 후보 역시 민주당은 한국당 당적을 가졌던 인사들을 내세웠다. 올해 2월 한국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윤종서 전 부산시 중구청년연합회장이 민주당 중구청장에 경선 끝에 공천을 받았다. 문창무 전 중구의원은 시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문 전 구의원은 앞서 한국당에서 중구청장 출마를 신청했다가 좌절되자 민주당에 입당했다.
 
부산 영도구도 마찬가지다. 고대영 민주당 시의원 예비후보자는 과거 새누리당 소속으로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실 보좌관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실 수행비서를 지냈다. 또한 부산시 기초의원 예비후보 중 황정수 후보는 연제구 가선거구에 추천을 받아 중앙당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2014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울산도 마찬가지다. 박태완·김지근 전 중구의회 의장은 지난 2014년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과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8월 동반 탈당해 민주당으로 입당했다. 이들과 함께 권리당원 1000여 명이 동반 입당해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민주당 중구청장 후보로 확정됐고 김 전 의장은 중구 다선거구 후보로 출마한다.
 
서울 서초, 경기 연천·포천, 부산, 울산 등 지역의 공통점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인물부재론’, ‘경쟁력’, ‘외연 확대’를 들어 한국당 출신 인사들의 영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물론 찬반이 팽팽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둔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과 ‘개인의 정치적 신념에 따른 정당한 선택’이라는 옹호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당 출신이건 민주당 출신이건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불공정 경선을 빌미로 출마는 할 수는 있다. 대부분 그동안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런데 한국당에서 공천이 안 돼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과 함께 ‘떨어져도 험지에 출마한 공로로 집권 여당 내 한 자리를 기대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실제로 전통적인 보수 지역이지만 높은 당 지지율에 기대어 선거를 치러 당선된 사례도 있다. 2006년 치러진 5.11 지방선거와 비교해 보면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완전히 참패했다. 대신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싹쓸이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서울지역 25개 구청장에서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광역단체장에서도 전북 단 한 곳에서만 당선되고 12개 지역을 한나라당에 내줬고 광주 전남은 민주당에게 빼앗겼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은 19곳, 한나라당 155곳, 민주당 20곳, 국민중심당 7곳, 무소속 29곳이 됐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으로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했고 ‘원 포인트 개헌’은 장기 집권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받았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의 분열과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 당대표가 선거지원 유세 중 ‘커터칼 피습사건’이 터졌다. ‘대전은요’ 한마디에 지방 선거는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정당 지지율을 보면 한나라당은 55%에 육박했고 열린우리당은 20%초반을 기록했다. 전국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 인물보다 정당 지지율이 크게 반영됐다. 한나라당 후보면 당선이 된 셈이다.
 
마찬가지로 6.13 지방선거도 압도적인 문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에 기대어 민주당 험지에서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당 출신이지만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직접적인 배경이다.
 
아울러 출마자들은 오중기 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와 허대만 포항시장 후보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오 경북도지사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바 있고 허 시장 후보 역시 경북도당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한마디로 적지에서 고군분투한 공통점이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경북에서 갈고 닦은 두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각각 청와대 행정관과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됐다. 험지 출마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부처 경력은 출마자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이처럼 한국당 출신 후보지만 민주당이 단 한 번도 단체장에 오르지 못한 험지에 출마해 낙선하더라도 ‘한 자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빨간 옷에서 파란 옷으로 갈아입은 출마자들의 속내가 정치적 신념보다 ‘정치적 이익을 쫓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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