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젖줄 ‘4대강’에 물먹은 국토부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국토의 젖줄인 4대강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년 가까이 표류해 온 물 관리 일원화 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하지만 조직을 넘겨받아야 할 환경부나 떼 줘야 하는 국토교통부 모두 표정이 어둡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복원을 가로막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수(水)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지목된 4대강 종합평가 및 16개 보 상시 개방을 거쳐 재자연화 공약을 내걸었지만 변수가 산적한 상황이다.


- 하천법은 국토부 잔류…환경단체 “4대강 복원 포기하는 것”
- 국토부 노조 “환경부의 수자원 개발 업무…본연의 업무와 배치”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난 18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물 산업육성법 제정안, 물 관리 기본법 제정안 등 이른바 ‘물 관리 일원화 3법’을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물 관리 일원화’는 그간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교통부로 나뉜 정부 물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모아 물을 이용하자는 정책이다.

환경부는 물 관리 일원화 관련 3법 가운데 국토부·환경부 업무 분담을 다룬 물 관리 기본법 제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면 수질과 수량 모두 통합 관리하게 된다.

앞서 물 관리에 대한 요구는 지난 1996년부터 불거졌다.

페놀오염사고가 지난 1991년 부산·경남 지역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에서 발생했으며 약 3년 뒤엔 낙동강 유기용제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96년 물관리종합대책을 수립해 환경부가 통합적으로 물 관리를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방안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흐지부지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물 관리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다시 한 번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후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물 관리 일원화를 업무지시 5호로 직접 언급했으며 지난해 7월엔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여야 3당이 모여 ‘물관리일원화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여야와 부처 간 갈등으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드루킹’ 특검 논란이 국회를 뒤흔들면서 물 관리 일원화 논의도 미뤄지는듯 싶었지만 이번 합의로 출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객식구 신세 수자원국
승진 불이익 우려
 


물 관리 일원화가 되면 홍수통제소와 하천국, 수자원공사 등 굵직한 부서들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된다는 점에서 두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 4대강을 관장하는 수자원국이 통째로 환경부로 옮겨 가야 하는 국토부 내부에선 수량 업무를 환경부로 넘긴 수뇌부에 대한 원성이 높다. 최병욱 국토부 노조위원장은 “현재 물 관리 정책과 관련해 국토 개발 업무는 국토부, 환경 보존업무는 환경부에 배치돼 있다. 환경부가 수자원 개발 업무를 겸임한다면 본연의 업무인 국토보전과 환경감시 등의 업무와 배치되는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토부 직원들은 4대강 사업을 두고 의견 대립을 보인 환경부로 자리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충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근무성적평정의 경우 국토부 직원은 객식구 신세가 될 것”이라며 “환경부 직원과 국토부 직원이 나란히 승진예정자가 되면 아무래도 환경부 직원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라고 토로했다.

국토부 측은 일본의 ‘물 순환 정책본부’와 같은 총괄 조정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은 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물 순환 정책본부’가 마련돼 각 부처의 업무 특성에 따라 나눠진 물 관리 기능을 총괄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국토부와 환경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의 수자원 업무를 포함해 일원화를 추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특정 부처로의 수자원 업무 통폐합 대신 별도로 물 관리 총괄 기구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기했다.

환경부도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합의안에 따르면 하천관리법은 국토교통부에 존치한다. 유역종합치수계획은 물론 국가·지방 하천을 정비·보수하는 사업 등 하천에 관한 중장기 국가 계획은 모두 하천관리법의 영향 아래에 있다.

특히 4대강 인근 토지 보상이나 16개 보 관리사업 등 4대강 사업 관련 예산도 하천관리법을 통해 규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가 앞으로 16개 보 수문을 개방하는 등 4대강 복원을 시도할 때마다 국토부의 협조를 받아야 할 여지가 남은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 측은 물 관리 일원화에 대해 말을 아꼈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국회가 열리고 있어 정해진 바가 없다. 아직은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입장을 짧게 전했다.
 

수천억 원 투입되는
국가하천 정비

 

환경단체들은 국토부가 하천관리를 계속할 경우 4대강 재(再)자연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환경운동연합은 “물관리 일원화에서 하천을 제외한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1년을 끌어온 정부조직법 개정이지만 결국 하천관리법을 남긴다는 반쪽짜리 합의가 돼 버렸다”며 “하천관리법을 국토부에 남긴다는 합의가 무슨 의미인지조차도 합의문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하천법의 오타인지 하천관리에 관한 법들을 포괄하는 표현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합의로는 어떤 업무가 국토부에 남는지조차도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하천관리는 수자원 및 수질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4대강 16개 보를 관리하는 국가하천유지보수사업, 하천기본계획, 유역종합치수계획 등 하천 관련 법정계획 수립, 각 수천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하천정비, 지방하천정비사업, 수문·가뭄조사 등을 두고 어떤 물 관리를 일원화하겠다는 것인가”라며 탁상에서 합의한 어설픈 일원화는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하천법이 국토부에 남는다 하더라도 하천법 중 하천구조물 관리는 생태보전과 깨끗한 먹는 물, 녹조개선, 수질개선, 통합물관리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해 환경부로 이관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배명순 충북연구원 박사는 “현행 유역 관리는 정부가 주도하고 지방정부가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라며 “앞으로의 유역관리는 유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입체적 관리, 소규모 지류 단위의 맞춤형 관리, 지역 주민에 의한 일상적 관리, 사전 예방적 관리 등의 통합형으로 변화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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