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역대 최대…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20~30배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사회 각계에서 마약을 투약하다가 덜미를 잡힌 사례들이 잇따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국에 적발된 마약사범 숫자는 지난 2016년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약 거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진다. 10대 청소년까지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형국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인터넷·SNS, 마약 거래 창구…수사망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 결제
회사원·주부·10대 청소년까지 쉽게 접해…전문가 “마약류 용인 안 돼”


지난 1월 서울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에서 단역 여배우 A씨가 호흡곤란으로 숨졌다. 사망 전 여배우를 비롯해 남녀 네 쌍이 함께 오피스텔에서 투숙했고 남성들이 환각제를 투약한 사실이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사망 당시 함께 있었던 남성들은 이른바 ‘클럽마약’으로 불리며 유통되고 있는 엑스터시 양성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같은 방 안에서 A씨가 숨지기 직전 함께 있었던 20~30대 남녀 4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들과 집단 성관계를 가진 정황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취재 목적”
기자가 마약을?


또 최근 한 일간지 현직 기자가 마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해당 기자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전달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겨레신문사 B기자의 모발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양성 반응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B기자의 마약 투약에 관한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1일 서울 관악구 모처에서 임의동행을 요구해 한 차례 조사한 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당시 B기자는 간이 시약 검사 등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으나 경찰이 국과수에 모발을 제출해 정밀 감정을 의뢰한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초 B기자는 경찰 조사에서 “취재 목적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하다 이후 투약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함정수사를 하거나 마약 단속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아니다”라며 “인지수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겨레신문사는 이날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해당 기자에 대한 해고 절차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입장문에서 “독자와 주주, 시민 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실망,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누구보다도 엄격한 도덕률을 지켜야 할 한겨레신문 구성원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사실에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거듭 반성하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한겨레신문사는 지난 10일 “현재까지 확인한 결과 기자 한 명이 마약 관련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는 중이지만,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입건되지도 않았다. 1차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고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추가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마약사범 
1만4214명 적발


과거 범죄 집단이나 특정 계층에 머물렀던 마약이 최근에는 평범한 회사원이나 주부, 심지어 10대 청소년까지 누구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마약사범이 꾸준히 늘면서 지난 2016년에는 마약사범 숫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상 마약청정국의 지위는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기다.

지난 2016년 적발된 마약사범 숫자가 1만4000여 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배성범)가 발간한 ‘2016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적발된 마약류사범은 1만421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1만1916명 대비 19.3%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들만 수치로 드러났을 뿐, 생활권 내로 마약류가 파고든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마약류를 투약하지만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暗數犯罪)가 20~30배에 이른다”고 했다.

필로폰 등 주요 마약류 압수량도 늘었다. 지난 2016년 압수된 양은 117.0kg으로 약 39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2015년 압수된 82.4kg에 비해 41.8%가 늘었다.

국내 마약사범은 IMF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처음 연간 1만 명을 넘었다. 대대적 단속으로 지난 2002년 7000여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연간 1만 명을 넘어섰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거래가 급증하면서 마약 사범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광고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 통신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마약에 접근이 가능해졌다”며 “마약 공급자와 구매자 모두 적발 시 엄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수사망 피하기 위해
해외 메신저로 거래


마약 거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넷과 SNS가 마약 거래 창구로 버젓이 이용되는 상황이다. 특히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대화 기록이 남지 않는 해외 메신저가 거래에 이용되면서 마약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결제 방식도 달라진 모양새다.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져 추적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10대 청소년들이 적발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27명에 불과하던 10대 마약사범은 지난 2015년 94명으로 지난 2016년에는 81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확산 방지를 위해 인터넷이나 SNS의 불법 정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외 밀반입 고리를 끊기 위한 외국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류를 용인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건강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제 택배나 화물 등 유통망이 점점 발달해 마약류의 밀반입이 급증하고 있고, 인터넷과 SNS 통해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면서 “마약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 기관들과 협력과 불법 정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마약류 퇴치를 위한 예방 교육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