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월급도 못주고 있다. 세방기업은 분양수수료 2억 8,000만원을 하루속히 지급하라.”직원 5명 남짓의 소규모 분양대행사가 직원 900명의 대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생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2005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오피스텔 ‘세방글로벌시티’ 분양에서 시작 됐다. 오피스텔 분양을 맡은 쓰리에이치산업(3H) 허갑동 사장은 “분양 수수료 지급과 재분양 이행 위반에 대한 보상을 하라”고 요구, 세방기업 측은 “시행사인 동의종합건설과 합의하라”며 미루고 있다. 1965년에 설립된 세방기업은 컨테이너 하역운송을 비롯해 해송·정비사업·부동산임대업을 주업으로 하는 튼튼한 상장기업이다.

세방전지·한국해운·아주해운·세방산업 등 13개의 계열사를 자랑하는 세방기업은 총 매출의 15%를 건설 부문에서 올리고 있다. 최근 세방기업은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에 오피스텔 ‘세방글로벌시티’ 140실을 분양. 2005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세방글로벌시티’는 지하1층과 지상1층은 상가로, 2~15층은 17평형 오피스텔로 구성. 분양가는 상가 지하 1층은 600만원, 지상 1층은 1,700만원으로 평당 650~790만원선에 거래돼 분양 막바지에 이르렀다.시행은 하청기업인 ‘동의종합건설’이 맡고, 분양대행은 ‘3H’가 맡아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세방기업과 동의종합건설 측이 분양대행을 맡은 ‘3H’측에 분양수수료 지급과 분양재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는 분양대행사인 3H측. 악조건 속에서 분양 사업을 성공적을 이끌었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있다.상수역 바로 앞에 지어진 세방글로벌시티는 불경기 탓인지 당초 계획에 비해 분양성과가 썩 좋지 않았다.3H 허갑동 사장은 “우리가 분양을 맡기 전, 세 차례나 분양대행사가 분양에 실패했다. 바로 전 분양사는 8개월 동안 단 3채 밖에 팔지 못했다”고 전했다.이런 상황에서 3H는 세방기업 하청업체인 동의종합건설 시행사와 올해 1월 10일 분양 계약을 맺었다. 3월 11일부터 시작된 분양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모델하우스 지원이 되질 않아 현장 컨테이너에 임시 설치된 분양 사무실에서 분양을 시작한 것이다.그러나 허 사장은 “과거 사업 실패로 크게 빚을 졌다. ‘재기에 꼭 성공하겠다’는 다짐으로 목숨 걸고 분양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성과는 놀라웠다. 시작 29일 만에 16억 3,436만원 어치에 해당하는 오피스텔 13실과 약 27억원에 해당하는 1층 상가 145평의 분양에 성공했다. 그런데 시행·시공사 측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동의종합건설 측은 3H사에 “공사일정상 현장 컨테이너에 위치한 분양 사무실을 철수해야 한다”고 통보, “6월 10일까지 본 건물 2층에 실제 세대를 꾸며 6월 중순부터 분양 업무를 재개토록 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허 사장은 이에 6월부터 분양 수수료 약 2억 8,0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시행사는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재 분양 이행도 지키지 않았다.

허사장은 “매일 같이 세방기업 건설사업본부를 찾아가 고함도 지르고 애원도 해봤지만 조금만 기다려라, 곧 모델하우스도 지어주고 다시 분양을 시작하게 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분노했다. 현재 세방기업과 동의종합건설은 “지급 시일이 늦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순차적으로 지급되고 있다”며 “문제 되는 부분은 없다. 분양 진행 사항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해 오고 있다”며 대응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오피스텔 분양 수수료는 이미 지불했다. 상가 분양 수수료 역시, 계약에 따라 상가 뒷 라인 분양을 마친 후 지급할 것”이라며 “조만간 완전 지급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H의 입장은 여전히 상반된다. 허 사장은 “초기 업무지원금으로 받은 6,000만원의 영수증만 있을 뿐, 분양 수수료를 받은 적은 없다”며 “분양 수수료 지급이 늦어져, 회사가 부도위기다. 급한 마음에 매일같이 수수료지급 이행 계약서를 작성해 시공·시행사를 찾아가 항의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 4일 이후 세방기업 고위 임원들까지 나서 분양 수수료를 해결해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이미 수수료지급 지연으로 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하루속히 해결됐으면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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