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11월 LG전자와 IBM이 합작해 만든 LGIBM이 설립 8년 만에 분할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합작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던 LG가 IBM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2년 LG전자가 단독으로 노트북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양사의 결별이 예고됐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IBM 이덕주 사장은 최근 직원조회에서 “현재 회사 분할을 검토하고 있으며 주주사의 승인이 나면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빠르면 10월초 분할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분할작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LGIBM 직원들은 합작 당시와 같이 대규모 정리해고 가능성이 높아 회사 분할시 ‘고용승계’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96년 11월 LG전자와 IBM은 각각 49:51의 비율로 자본금 243억원을 투자해 LGIBM이라는 컴퓨터 전문기업을 탄생시켰다.LGIBM은 설립 이후 삼성전자와 HP를 위협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올 상반기에만 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106억원의 흑자를 낸 LGIBM은 지난 8년 동안의 수익 가운데 약 1,000억원 이상을 LG전자와 IBM에 돌려줬다.연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LGIBM에 대해 LG전자가 먼저 홀로서기를 검토하고 적극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LG전자와 IBM의 결별이 예고됐었고, 올해 LG전자와 IBM이 비밀리에 협상을 벌여 최종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지난 2002년 말 자체 개발한 노트북 ‘X노트’를 출시하자 LGIBM의 시장점유율이 급증, HP를 제치고 2위로 등극하면서 LG전자의 독립의지에 불이 붙은 것.LG전자 한 관계자는 “회사 분할에 대한 것은 기업의 사업전략이며 분할 이후 IBM과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도 있다”며 “다국적기업들이 국내 진출 시 LG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합작관계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힘든 것이 현 비즈니스 환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G전자와 IBM의 결별에 결정적인 원인은 양사간의 사업 전략이 상이해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LG전자가 자체 브랜드를 해외에 수출하면서 IBM과 경쟁자 관계가 된 것도 결별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컴퓨터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IBM이 주력 사업상의 차이를 보이면서 양사간의 결별은 이미 예상된 결과”라며 “LG전자의 입장에서도 독자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사업 전략상 유리하기 때문에 연내 회사 분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승계=대규모 정리해고’

이러한 LG와 IBM의 결별에 따라 LGIBM 직원들은 ‘고용승계’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LGIBM의 회사 분할에 대한 소문들이 나돌면서 LGIBM 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좌불안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결국 직원들은 지난 7월말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 분할에 따른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비하고 나섰다. 현재 정규직 직원 110명 가운데 90명 이상이 가입한 상황이다. 노조 설립 이후 LGIBM은 결국 회사 분할 검토를 시인했지만 회사 분리 이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GIBM 노조는 회사측이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고용승계 이후 직원들이 합작 전의 소속회사로 돌아가면 인력 중복에 의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일정기간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LGIBM 조중환 노조 위원장은 “회사측이 100% 고용승계를 보장할 것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LG전자쪽에 많은 인력이 몰려 구조조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사측이 약속한 고용승계는 믿을 수 없다”며 “100% 고용승계는 물론 LG전자와 IBM으로 흩어지는 직원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 노조의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LGIBM 노조는 현재 직원 중 부장급이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정리해고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부장급은 2년간, 과장급은 5년간의 고용 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96년 LGIBM이 설립될 당시 약 300여명의 LG전자 직원이 LGIBM으로 이동했지만 결과적으로 70명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고용승계 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최근 노조측은 ‘노사협의회 운영 및 직원의 고충처리 해결에 대해 회사측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노동부에 고발조치를 취하기도 했다.또한 노조에 가입된 정규직 직원 이외에 1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해 고용승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이에 대해 LGIBM 관계자는 “회사 분할에 대해 대외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고 아직까지 회사 분할과 고용승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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