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북한은 지난 25일 오전 7시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24일 오후 11시께(한국시간)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공개서한을 발표한 지 8시간여만의 일이다. 

미국의 강경 메시지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한층 더 유화적으로 나와 주목된다.

일단 북한은 담화에서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미국에 감정적 대응 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담화는 "벌어진 불미스러운 (취소)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부침을 겪더라도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된다"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며 비핵화 이행에 있어서 크게 이견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더불어 "국무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오시였다"며 북한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어필했다. 

당장 지난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리비아식' 비핵화로 불리는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얼뜨기'라고 노골적으로 비하하며 "미국이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대립의 날을 세웠다. 

북한이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기본적으로 '절실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해 폐기함으로써 그 첫 시작도 알렸다.

본격적인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절의 역사에 따른 진통을 겪게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표출하려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날 김 제1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조미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대통령의 (취소) 입장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싶다"며 정상회담 개최 논의를 이어갈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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