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선불폰 쓰세요. 사업자로 등록하면 핸드폰 요금이 평생 공짜예요.”선불폰은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통신료를 미리 충전해 쓰는 ‘선불요금제’로, 통신요금 연체 위험이 없어 이동통신사 측도 반기는 요금제다. 현재 각 이동통신사는 여러 개의 ‘별정사업체’를 두고 경쟁적으로 선불폰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 KTF의 경우 네트워크마케팅 기업인 NRC와 사업제휴를 맺어, 지난 4년간 45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선불폰 사용에 대한 법적 관리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사용자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각 이동통신사가 제공하고 있는 요금제도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기본료와 서비스를 차별화해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KTF의 요금제 또한 연령별, 성별, 사용량 등에 따라 ‘일반·나(Na)·비기(Bigi)·드라마(DRAMA)’ 등으로 나뉘어 서비스가 다르게 적용된다. 이들 요금제는 월별 휴대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부가되는 후불요금제다.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선불요금제. KTF가 별도로 운영하는 선불요금제도에는 ‘프리폰’과 ‘KTF선불요금제’가 있다. 휴대폰 사용료를 미리 충전해 사용하는 두 요금제 중 ‘프리폰’은 KTF가 직접 관리하는 요금제로 가입·해지 모두 KTF멤버스 플라자에서 이뤄진다. 프리폰은 기본료와 가입비 없이 10초당 58원의 통화료를 적용, 통화 희망 금액을 현금으로 미리 충전하고 통화 완료시마다 통화요금을 선납금액으로 차감하게 된다.

반면 ‘KFT선불요금제’는 KTF의 제휴사인 통신 네트워크마케팅 기업 ‘NRC’가 관리하는 요금제로 KTF의 기본 요금제를 그대로 이용하며 10초당 통화료가 1원 할인돼 18원이 적용된다. 다만 프리폰과 달리 최초 가입시 가입비 3만원을 내야 하며, 요금충전이 KTF가 아닌 NRC 측을 통해 이뤄진다. KTF선불요금제 충전액수는 프리폰에 비해 첫 충전금액이 10만원, 30만원으로 금액이 큰 편이다. 대신 NRC 회원으로 가입해 선불폰을 사용할 경우 개인별 ‘통신사업권’을 부여 받아, 신규 회원 가입 시 휴대폰 사용 수수료를 챙길수 있다.현재 KTF대리점의 경우 휴대폰을 하나 개통하면 약 5~7%의 수수료를 대리점이 벌어들일 수 있다.

평균적으로 휴대폰 사용자가 월 5만원 정도를 휴대폰 사용료로 지불한다면, 한 사용자당 2,500원이란 이윤이 남게 된다. 한 대리점이 한달에 1,000명 정도를 가입시켰다면 한달 수입은 250만원. 이런 방식으로 가입 고객이 누적돼, 개월수가 늘어날수록 금액도 늘어나게 된다. NRC가 부여해 주는 ‘통신사업권’ 역시 대리점의 휴대폰 사용료 수수료 취득과 동일한 방식이다. 다만 대리점은 휴대폰 사용료 수수료를 5년밖에 받질 못하지만, NRC고객들은 평생 받을 수 있다. 택시운전을 하면서 부업으로 ‘통신사업’을 한다는 김모(35)씨는 “현재 약 1,000명의 고객을 확보해 월 300만원 가량의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선불요금제 선택으로 부수입도 올려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말과 달리 NRC의 ‘선불요금제’를 사용해본 회원들은 ‘안티 NRC’‘안티 선불폰’카 (http://cafe.daum.net/antinrcall) 를 개설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먼저 선불요금제가 저렴하다고 광고하는 것은 거짓이라는 주장이다. 대학생 이모씨는 “KTF의 기존 요금제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고 사용료를 미리 지불해 절약하는 통화 습관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문자전송 등이 유료로 부가돼 통신사의 추가 서비스를 포함해 비교해 보면 선불폰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요금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KTF가 아닌 별도 사업자에게 가입해 KTF 대리점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어 문제가 생겨도 따지거나 보상받을 만한 곳이 없다. KTF측의 통신 서비스를 받지만, NRC의 회원으로 분류돼 통신사가 제공하는 장기고객 요금할인, 무료통화 서비스 등의 혜택도 없어, 오히려 선불요금제가 후불요금제 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마케팅 구조에 따른 원천적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주부 문모(42)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선불폰에 가입했지만, 매달 요금 충전이 번거롭고, 사용내역을 알려주는 고지서가 없어, ARS 서비스에만 의존하려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대학생 이모(24)씨 또한 “개인 사업자별로 처음에 요구하는 충전 금액이 너무 크고, 사업자로서 신규가입회원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많아, 사실상 휴대폰 수수료 이득을 챙긴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선불요금제 자체에 따른 사회 문제도 높다. 선불폰 가입 특성상 선불요금제 사용자 중엔 불법체류자, 신용불량자, 범죄자들의 가입이 높다. 선불폰 가입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허위 문서 작성에 따른 피해를 사전에 막기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휴대폰을 이전하는 행위 역시 제재할 방법이 없어, 휴대폰을 타인에게 대가를 받고 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보통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현재 이동통신3사가 유통한 87만대 선불폰 중 상당수가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런 피해 사항에 대해 이동통신3사 모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통신사들이 별도 사업체를 두고 선불폰 가입을 받고 있기 때문에 본사는 책임을 회피한다. KTF 또한 NRC의 영업을 적극 밀어주는 분위기다. 지난 2002년 통신위원회가 KTF가 NRC와 선불요금제에 대한 사실상의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일반대리점에 비해 과도하게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을 적발, 과도한 수수료 지급을 중지토록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NRC는 KTF로부터 35%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으며, 이중 28%를 NRC의 회원들끼리 공유해 나눠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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