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잇달아 터지는 악재에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성공적인 합병과 함께 국민은행을 블루칩 대열에 끌어올린 그가 최근들어 안에선 경영실적 악화 책임에 따른 퇴진 화살을 맞고, 밖에선 각종 의혹 연루로 도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미지 관리에 뛰어난 김 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져 암담한 표정을 감출 수 없어 보인다. 국민은행이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초. 최근에는 금감원 조사에 의해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 시 부실 부분을 국민은행이 편법적으로 손실처리한 혐의가 포착됐다.

당시 파악된 국민카드 부실은 2조 1,000억원. 그러나 국민은행이 가진 국민카드 지분율 75%를 고려하면 국민은행의 부실은 1조 5,00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국민은행의 부실채권 ABS(자산유동화증권)형태의 매각 과정에서 손실 충당금을 1,000억원 이상 적게 적립했다는 혐의도 드러났다.정밀 실사가 진행중인 또 다른 혐의는 합병과정에서 국민카드의 부실자산을 합병 전에 처리하지 않고, 합병 후 국민은행 계좌에 대손충당금으로 편입한 세금 탈세 의혹이다. 8월말에 나올 결과에 따라, 만약 김정태 행장이 기관경고가 아닌 ‘개인경고조치’를 받으면 연임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최근에 터진 사건은 김정태 행장의 도덕성을 의심케 만든 ‘자문료 파문’. 국민은행이 고위 간부들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로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일며 문제가 커졌다. 지금까지 파악된 국민은행 자문단은 이헌재 부총리,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 감사원장, 강봉균 국회의원. 이 부총리는 올 2월 부총리로 임용되기 직전까지, 이 전 금감위원장은 지난해 3월부터 받기 시작했고, 전 감사원장은 부총리를 그만둔 직후인 2002년 하반기에 3개월간 자문료를 받았다. 이 사실은 올 4·5월 국민은행을 상대로 실시한 정기 종합검사에서 밝혀져 청와대 사정라인에도 보고됐다. 이헌재 부총리는 “이 문제는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이미 조사가 끝났다. 쉬는 동안 고문직을 맡았고 실제 자문을 해주고 받은 돈으로 떳떳하다”고 밝혔다.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 또한 “국민은행이 자문을 해달라고 해 수락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자문단 활동이 공개되지 않고, 할 일이 많지 않은 연구소 고문에게 필요이상의 금액이 지급되는 것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부분”이라는 반응이다. 이들이 받았던 자문료는 한달에 한번꼴로 500여만원이다. 국민은행측은 자문단 구성과 자문료 지급에 대해 “세계적인 은행들도 거물급 공무원 출신을 자문단으로 확보해 설명을 듣고 자문료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 ‘로비’로 몰아가는 것은 연임을 앞둔 김정태 행장을 음해하려는 소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업계 일각에서는 재임을 앞둔 김 행장의 현 상황과 관련해 ‘자문료’는 정부측에 잘 보이려는 ‘로비’가 아니냐는 말이 떠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악화와 정부와의 불화로 연임 가능성이 낮아지자 김 행장이 이헌재 부총리를 그늘로 삼으려 하는 것 같다”며 “최근 김정태 행장이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L씨를 통해 이헌재 부총리와 만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 김 행장은 언론을 통해 “재임을 원한다”고 의사 표시를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연임에 도움이 될 만한 인사들을 포섭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때문에 업계에선 사외이사 구성원 대부분이 은행 경영과 거리가 먼 인사로 구성돼 김 행장의 경영방식에 관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