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추가지원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채권단이 합의해 준 LG카드의 정상화 방안이 흔들리면서 LG카드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 최근LG카드가 1조5,000억원의 추가 출자 전환과 7조1,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 연장을 요청하고 나서는 등 추가 부실과 상장 폐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 특히 이번 LG카드의 추가지원 요청에 대해 산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이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LG카드 회생이 더욱 불투명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3월 취임한 박해춘 사장의 교체설도 나돌고 있어 주목된다.올 3월 15일 박해춘 사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한때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LG카드가 다시 한번 위기에 빠졌다.LG카드의 자본 잠식률을 줄이기 위한 추가 출자 전환 요청에 대해 산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채권은행들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LG카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실적발표 후 “LG카드에 추가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추가지원을 거부했다. 김 행장은 “LG카드 채권단의 적기 시정조치 문제는 감독기관과 협의해서 결정한다. 잠재적 매수자가 상장유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장유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일부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 지원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LG카드의 추가 지원에 대해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들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으며, 국민은행의 공식적인 지원 불가 방침에 따라 타 은행도 추가 지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시중은행들의 지원 거부는 2차 출자 전환을 실시할 경우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있다.LG카드가 2차 출자 전환을 실시할 경우 액면가 5,000원인 주가가 현재 6,400원을 상회하고 있어 연말에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의 거부 방침과 함께 LG카드의 지분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도 LG카드 추가 지원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초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정부도 쉽게 시중은행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LG카드가 연내 2차 출자전환을 실시하지 못할 경우 자본 잠식에 따른 상장 폐지가 불가피하다.올해 LG카드의 손실규모도 약 1조3,000억원대로 예상됨에 따라 누적손실이 3조원에 이를 전망인데다 자본 잠식률이 연속 2년간 50%를 넘을 경우 상장이 폐지되기 때문에 LG카드는 현재의 70%대의 자본 잠식률을 50% 이하로 줄이기 위해 추가 감자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이러한 상황에서 LG카드의 1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LG카드의 추가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중은행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는 “채권단이 정상화 방안에 합의할 당시와 (LG카드의)상황이 달라졌다면 새로운 정상화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연초에 이어 다시 시중은행들을 추가 출자전환에 동참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이러한 산업은행측의 LG카드 지원 의사에 대해 “추가 지원은 LG카드 부실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발전할 우려가 있어 정부가 최종대부자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일 경우 추진돼야 한다”며 “산업은행이 직접 나서 추가 지원을 한다는 것은 정부가 지난 1월 약속한 정상화 방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국책은행을 앞세워 관치금융 방식으로 미봉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 추가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LG카드가 ‘밑빠진 독’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카드사태 책임론 다시 대두’

LG카드 추가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대되면서 금융권에서는 LG카드 사태가 재발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전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카드사용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과 카드사의 자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봉책으로 위기를 키워온 측면이 있고 이는 결국 은행권의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LG카드사가 채권은행에 대해 신규출자전환과 만기연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부는 보다 근본적으로 LG카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산업노조측은 최근 LG그룹 오너들의 부실경영에 대한 철저한 책임을 물을 것과 잘못된 금융정책 입안자와 정부 및 감독 기관의 관리소홀 및 직무 유기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엄격히 물어줄 것을 거듭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LG카드의 위기론에 대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LG카드 문제를 채권단에 떠넘기며 급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LG카드 사태 등 카드 대란에 대한 책임론이 또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LG카드 한 관계자는 “올 초 채권단이 LG카드 정상화 방안에 합의할 당시에도 LG카드의 추가부실이 예상됐었고 정상화 방안 자체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LG카드의 위기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LG카드 사태를 속전속결하기 위해 효율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채권단에 떠넘기기식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이러한 LG카드 사태의 재발 우려는 현 LG카드 경영진의 퇴진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LG카드가 채권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경영 정상화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카드업계에서는 지배적이다”며 “이는 곧바로 박해춘 사장의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박해춘 사장은 지난 3월 LG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경영 정상화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연내 교체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박해춘 사장은 취임 초부터 서울보증보험과 경쟁사인 삼성카드 등의 인사들을 LG카드에 대거 영입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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