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횡포에 더 이상 굽히지 않겠다.’한 벤처기업이 대기업 횡포에 견디다 못해 칼을 빼들었다.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인 A사는 최근 국내 최대의 SI업체인 B사를 상대로 ‘수주를 위해 제품 공급가를 일방적으로 낮추고 독점 공급 계약까지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B사가 모체인 B그룹에 대해 독점 공급을 약속했으나 계열사 등에 경쟁사의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독점공급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 특히 이 회사는 ‘B사가 그동안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계약에서 지나친 횡포를 부려왔다’며 그동안 피해를 보고도 묵과해온 SI업계의 벤처기업들을 대신해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B사는 지난 4월 대구은행의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수주했다.이 사업은 은행의 업무처리를 이미징 데이터로 바꾸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관련 시스템 및 솔루션 개발업체들이 B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하지만 최근 이번 대구은행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벤처기업이 ‘B사가 지나친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B사측에 지원했던 기술인력 등을 철수시키면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이미지처리 시스템 개발업체인 A사는 B사가 독점공급 계약을 위반하고, 대구은행의 SI사업 수주를 위해 솔루션 공급업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솔루션 공급가를 저가로 제시하고 사업을 수주한 후 해당 솔루션 공급업체에 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려왔다고 주장하고 있다.A사 조모 사장은 “그동안 B사가 시스템 및 솔루션 개발업체들에 대해 SI사업을 수주한 이후 상습적으로 입찰 당시에 제시한 공급가를 낮추라고 강요하는 등 공공연하게 횡포를 부려왔다”며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들이 SI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B사의 부당요구를 수용해왔으나 이번만큼은 업계를 대표해서라도 B사측에 적극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사에 따르면 B사는 지난 2002년 우리은행의 SI사업 당시에도 A사에 공급가를 낮추라고 요구해 분쟁이 발생했었고, A사측이 공급가격을 낮추는 대신 B사가 B그룹사와 우리은행에 대해 3년간 독점공급권을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해 마무리됐다.하지만 B사는 독점공급 협약 이후에도 B그룹의 화재, 카드, 생명 등 계열사에 경쟁사 제품을 공급하는 등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A사측은 B그룹 계열사의 SI사업에 참여한 협력사를 통해 조사한 결과 미국 경쟁사인 F사의 제품이 공급된 것을 확인했다며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지난 2002년 9월 B사와 A사가 체결한 ‘솔루션 공동 사업을 위한 협약서’에서도 B그룹 및 우리금융그룹을 제휴 범위로 해 ‘A사는 3년간 B사에 독점적 공급권을 인정하며, B사는 A사와 사전 합의 없이는 타 솔루션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B사는 제1금융권, 제2금융권 등에 대해서도 ‘사업 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조항을 무시하고 은행 및 보험사 등에 경쟁사 제품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A사 계모 연구소장은 “지난 3월 B사는 부산은행 BPR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부산은행의 제안요청 전부터 A사에 부산은행에 제안을 위해 견적자료를 요구하였으며 결과적으로 경쟁사 제품을 제안하는 등 협력관계 자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B사측은 현재까지 독점공급 계약에 대한 위반을 인정하지 않고 계열사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B사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의 경우 요구하는 시스템이 A사에서 공급하는 이미징 처리 시스템 이외에 워크플로어라는 시스템이 추가되기 때문에 미국산 제품을 공급한 것”이라고 말하고 “이미 공급 당시에 A사측에 고지했었다”며 A사측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구은행 프로젝트의 경우 A사측의 대행사를 통해 프로젝트 수주 전에 공급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수주 후에도 대구은행측과 네고하는 과정에서 입찰가가 축소돼 공급가를 약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B그룹 계열사의 경우 경쟁사 제품을 공급한다고 고지한 적이 전혀 없다”며 “대구은행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견적가에 대해 합의한 사실도 전혀 근거가 없고 우리 회사에서 계약을 대행한 회사 사장이 ‘B사와 합의한 적이 없다’는 확인서까지 써줬는데 B사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B사가 당초 입찰시 제시했던 가격보다 약 35~40% 이상 줄어든 공급가를 제시하고 있다”며 “B사와 같은 대기업의 이러한 지나친 횡포로 인해 올해 말까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절반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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