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가에 방송인은 물론 스포츠 스타들의 바람이 거세다. 방송활동 등을 통해 얻은 대중적 인기를 발판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아 보겠다는 것.이들의 이 같은 꿈은 각 정당의 총선전략과 맞물리면서 열풍으로 변하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문제 등으로 ‘참신한 인물’ 위주의 ‘공천혁명’이 이뤄질 조짐인데다, 영입 경쟁의 성과에 따라 총선 성적표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 또한 정치인 2세들의 도전도 눈에 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가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노태우 전대통령의 장남인 재헌씨와 전두환 전대통령의 아들 재국씨도 각각 대구 동구와 경남 산청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색’후보들을 중심으로 4월 총선 결과를 점쳐보자.

<유명세 타고 국회로(?)>

■<경기 용인을 한선교> “인적쇄신, 정치판 바꾸겠다”
아나운서 출신의 프리랜서 MC인 한선교(45)씨도 경기도 용인·수지 지역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 1984년 MBC 공채로 입사해 올해로 방송 경력 20년을 맞는 한씨는 그동안 편안한 진행으로 주부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95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래 지금까지 SBS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월∼금 오전 9시30분)을 7년 4개월째 진행했었다.2000년 총선 때 출마를 저울질하다 부인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열심히 돕겠다는 부인의 ‘가장 중요한’ 동의를 얻었다고 전해진다.더욱이 한씨는 “저 같은 사람이 나서야 정치판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고양일산을 ‘빠떼루아저씨’ 김영준> “부패정치 ‘빠떼루’ 주러간다”지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빠떼루 줘야 함다!”라고 외치는 독특한 해설로 ‘빠떼루 아저씨’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국민적 인기를 누려온 김영준 경기대 교수(56)가 경기 고양일산을 지역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www.ppadderu.com)에서 “인간답지 못하거나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에겐 가차없이 빠떼루를 줘야 함다”라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빠떼루(패시브)’는 레슬링 경기에서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선수에게 주는 벌칙이다. 아마 국민들은 곧 ‘부정부패가 만연한 정치권’에 ‘빠떼루’를 주는 그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마산합포 이만기> 천하장사, 정치판도 접수(?)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가에 스포츠 스타들의 바람이 거세다. 인기 스포츠맨들이 속속 정치권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이 현재 열린우리당 체육진흥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인제대 교수(41). 이 교수는 지난해 10월에도 열린우리당 창당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4월 총선에서 경남 마산 합포에 출마할 계획이다. 모래판에서 얻은 대중적 인기를 발판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청주상당 김도훈> 정치인 된 ‘몰카’ 주역‘양길승 몰카’의 핵심인물인 김도훈(37) 전 청주지검 검사가 민주당 청주상당지구당 조직책으로 임명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김씨의 민주당 입당 및 조직책 임명은 변수가 없는 한 오는 4월 치러질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의 뜻을 내비친 것. 그러나 지역에서는 김씨의 변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주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더 나아가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 카메라’ 사건의 주역이기 때문.더욱이 그는 사건 관련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자 피의자 신분이다. 지역민들이 과연 그를 선택할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대’이은 도전 … “아버지의 이름으로”>

■<경남거제 YS차남 김현철>, <대구동구 노태우 장남 노재헌>, <경남산청 전두환 아들 전재국>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지난 15일 경남 거제 외포리의 김 전대통령 생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총선에서 거제시 선거구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현철씨는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현역인 김기춘 의원과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김 의원이 공천신청을 함에 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YS 정부 시절 요직을 맡은 몇몇 실력자들이 김씨의 출마를 뒤에서 돕고 있다고 전해진다.세간에 대통령의 아들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시킨 장본인은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씨다.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호가호위, 장관 인사에서부터 국회의원 공천에 이르기까지 온갖 인사에 개입하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는 비판과 함께 한보철강 설비도입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수수 등 7대 의혹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었다. 갈수록 의혹이 커지면서 대통령이 사과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97년 5월 한보 비리에 연루돼 알선수재 등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아직도 그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시퍼렇다. 한편 노태우 전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도 대구 동구선거구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고, 뿐만 아니라 전두환 전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도 경남 산청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들이 모두 총선에 나설 경우 민주당 김홍일 의원에 이어 세 전직대통령의 아들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셈이다.

< 총부리 겨눈 ‘어제의 동지’>

■<서울관악을 이해찬·유종필 의원> “영원한 동지는 없다”이번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양보할 수 없는 혈투를 벌이게 될 지역구가 많다. 특히’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된 경우가 허다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과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이 승부를 벌이게 될 서울관악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같은 배를 탄 동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당시 이 의원은 선대위 기획본부장을, 유 대변인은 방송특보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작업을 함께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선 이후 이 의원은 열린우리당창당 과정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활약한 반면, 유 대변인은 민주당에 잔류해 노 대통령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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