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역사와 함께 했던 현대가의 팔당 별장이 남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고 정몽헌 회장 소유의 별장이 지난 2002년 2월 중앙일간지 언론사 사주에게 매각됐다. 팔당 별장은 현대그룹 수장이었던‘정주영- 정몽헌’부자가 지친 심신을 달랬던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이 별장은 ‘리모델링’공사중으로 새롭게 단장되고 있다.“팔당 별장은 현대가의 숨결이 배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현대의 몰락과 함께 이곳이 남에게 넘어가다니….” 팔당호 인근 주민의 말이다.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소유의 팔당 별장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팔당호 인근에 위치해 있다. 팔당 별장은 1만5,000여평의 대지에, 50여평 규모의 건물과 창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별장은 현대그룹의 흥망성쇠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인근의 한 주민은 “서울과 가까워서인지 90년대 초까지만해도 고 정주영 회장이 자주 출입했었다”며 “고 정주영 회장이 1년에 5∼6번씩 방문, 휴식을 취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 9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고 정 회장은 당시 선거유세가 힘들면 이 별장을 찾았다”며 “이 곳에서 선거전략 등에 골몰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이처럼 팔당 별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소유였지만, 실제로는 고 정주영 회장이 즐겨 방문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별장 관리인도 “소유주인 고 정몽헌 회장은 2∼3번 정도 찾아왔을 뿐”이라고 기억했다. 이 별장은 90년 중반이후 현대그룹의 쇠락과 함께, 현대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고 정주영 회장의 건강악화와 왕자의 난 등이 겹치면서 별장을 찾는 현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결국, 이 별장은 지난 2002년 2월 중앙일간지 H회장에게 매각됐다. 당시 별장 소유주인 정몽헌 회장은 채권단의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이로 인해 결국 아버지와 자신의 숨결이 배어 있는 별장을 매각하게 된 것이다. 매각 대금에 대해서 각종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이 별장이 40여억원에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별장이 90억원인가에 공매처분됐다”는 말도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현대그룹과 KCC측간 경영권 분쟁을 겪을 당시 ‘팔당 별장의 매각’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현대 정주영 회장의 자취가 남아 있는 이 별장이 남의 손에 넘어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정 명예회장이 별세 후 사용할 일이 없어 매각한 것”이라며 “별장 매각대금은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상환했다”고 밝혔다.이와 같이 현대 사람들에게 소중한 별장이 현대그룹의 ‘빚’ 때문에 남의 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별장을 인수한 H회장은 정 회장이 살아 있을 당시 몇 차례 별장을 방문, 풍경에 감탄한 뒤 별장을 인수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별장 인근은 전망이 수려하고 지세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한강을 조망하며, 산책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인근에 H약품 K회장, B제약 J회장, G그룹 B사장 등 재벌총수 및 사회 저명인사들의 별장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어찌 됐든, H회장은 새주인답게, 별장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여년간 묵은 현대가의 자취를 지워내고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것이다.

별장은 현재 재건축 수준의‘리모델링’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3월부터 공사를 시작, 올 9∼10월쯤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별장 관리인은 “H회장이 한달에 한두번 이곳을 방문, 애착을 가지고 공사현장을 꼼꼼이 체크하고 있다”며 “자재들은 옛날 한옥에서 사용했던 목재들을 사용, 고풍스럽게 짓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이 관리인은 “재벌들의 별장이 사치스럽다는 것은 편견이다. 이 별장도 마찬가지다”라며 “기존 건물의 경우 30여년간 사용, 너무 낡았기 때문에 다시 리모델링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면서, 별장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외부의 노출을 극히 경계하는 눈치다. 현대가의 역사가 묻혀 있는 팔당 별장이 새주인을 맞아 어떻게 변모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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