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사의 설비매각과 발주량 배분등이 명시된 품의서와 S사와 N사의 회의록. S사는 이 모든 자료가 S사 L과장에 의해 위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S사 냉장고용 모터 OEM 계약맺고 여주공장 전라도 광주로 이전까지아파트 3채 요구하는 담당과장 부탁 거절하자 발주량 줄여 끝내 부도중국쇼크 등으로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침체를 이어감에 따라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공장 가동률까지 현저하게 떨어져 ‘중소기업 대란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경영악화는 결과적으로 경기침체로 인한 것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협력업체와 종속관계를 유지하려는 대기업의 횡포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하듯 최근 국내 최대 전자회사인 S사가 한 중소기업을 부도로 몰고 간 사건이 발생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OEM 계약 직후 S사 기획팀 관계자가 입금표까지 들고 찾아와 직원 아파트 3채를 요구했습니다. 또 이름도 모르는 섬으로 데려가 땅을 매입하라고 강요하는 등 갖가지 요구를 해왔습니다. 이를 거부하자 발주물량을 줄이고 S사 직원이 퇴직해서 만든 회사로 발주물량을 빼주는 등 횡포를 일삼아 결국 회사 설립 3년만에 부도가 나게 됐습니다.”‘Z’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는 S사와 냉장고용 모터 OEM 계약을 체결했다가 지난해말 부도가 난 N사 관계자의 말이다.N사는 지난 2000년 7월 S사 와 냉장고용 모터 부문 OEM 계약을 체결했다.N사의 모체인 J사는 본사 및 공장이 경기도 여주에 있었으나 S사와 OEM 계약을 위해 전라도 광주로 사업장을 이전, N사를 설립하고 S사의 ‘Z’ 냉장고용 모터 생산을 주력사업으로 추진했다.

S사는 당시 냉장고용 모터를 기존 협력업체인 S사로부터 납품받고 일부는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터 생산으로 인한 고정비 비율이 높아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전체 모터 생산량을 외주로 전환키 위해 OEM 공급업체 선정에 나서 실사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N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계약은 S사가 모터 생산의 완전 외주화를 위해 자체 모터 제조 설비와 관련 인력을 N사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N사는 S사와의 계약을 체결한지 3년만인 지난해 10월 부도가 났다.

S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발주물량을 약속받고 사업장까지 이전하며 모터 생산을 주력사업으로 추진했던 N사는 결국 부도가 났고 현재 회사 임직원들이 모여 S사측의 부당행위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N사 관계자는 “사업장까지 전라도로 이전하고 모터 생산을 위해 금융권 대출 등 집중 투자했으나 이것은 결국 S사측이 손실을 보고 있는 냉장고용 모터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설비와 인력을 우리 회사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후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지속적으로 발주량을 줄이며 부도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생산부문 구조조정에 이용했나’

S사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운동을 벌이고 있는 N사 관계자는 당시 품의서와 계약서, 관련자 회의록, 녹취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기자에게 사건의 전말을 털어놨다.지난 2000년 6월 S사는 지속적으로 손실을 보던 ‘Z’ 냉장고용 모터 생산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3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실사를 실시했다.여기서 견적가를 가장 낮게 제시했던 N사가 선정됐고 S사는 설비와 인력까지 N사에 넘겼다.모터 생산에 대해 신규업체였던 N사는 S사의 설비 매각과 기술지원 등을 믿고 전라도 광주로 사업장을 이전하고 본격 사업에 착수했다.계약 직후 당시 계약을 담당했던 S사 기획팀 L모 과장이 N사 대표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해왔다.

L과장은 입금표까지 들고 N사의 대표를 찾아와 ‘직원용 아파트 3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후 N사 대표에게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여 N사 대표를 외딴 섬으로 데려가 ‘이 땅을 매입해달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러한 L과장의 요구를 N사 대표는 모두 거절했고 이후 S사측은 발주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기 시작했다.또한 S사는 계약 직후 설비 매각규모를 5억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일방적으로 축소했다.이에 대해 N사는 S사측에 항의했지만 결국 축소된 매각 규모대로 재계약을 체결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고, N사는 설비를 보충하기 위해 나머지 자금으로 타사의 설비를 구입했다.이후 1년 4개월만에 S사가 설비매각 규모를 축소한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했다.2001년 11월 S사에서 퇴사한 직원이 모터 생산 업체를 설립했고 S사의 설비가 이 회사에 매각됐기 때문.S사는 이후 N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주물량을 줄였고 결국 경영 악화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N사는 2년후인 지난해 10월 결국 부도를 내고 회사 문을 닫고 말았다.

N사 관계자는 “S사가 부실한 모터 생산라인을 구조조정하려는 목적으로 설비를 매각했고 향후 발주물량에 대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아 사업장까지 이전하며 냉장고용 모터 생산에 주력했던 우리 회사만 부도가 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당시 계약을 담당했던 S사 L모 과장이 계약 이후 여러 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했지만 이를 거부하자 의도적으로 물량을 줄인 것은 대기업의 지나친 횡포”라고 강조했다.본지에서 입수한 S사의 ‘냉장고용 모터 OEM 추진 품의서’에서도 약 4억9,000만원 가량의 설비를 매각하고 발주물량 배분은 기존 납품업체인 S사와 신규계약업체인 N사간에 부품비용(BOM, 자재명세서)을 기준으로 배분한다고 명시돼 있다.하지만 S사는 N사와 계약이후 첫 달에 15만대를 발주한 이후 매월 9~6만대 수준을 유지하다 N사의 부도직전까지 발주물량을 2만대까지 줄이고 기존 납품업체인 S사에는 12만대 가량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도가 난 N사의 임직원들은 ‘S사가 중소기업을 부도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이에 대해 S사는 N사의 부도건에 대해 S사의 부도덕한 직원 한명이 단독으로 저지른 부정행위로 몰아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S사 관계자는 “N사와의 OEM 계약은 자사직원과 N사 대표간의 공모에 의해 이뤄졌고 이에 따라 불법대출과 이중계약서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부도덕한 직원의 잘못일 뿐 우리회사 잘못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그는 또 “당시 N사와의 계약을 담당했던 L과장은 N사와 짜고 이중계약서를 만들어 이를 허위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02년 6월 해고했다”며 “부도덕한 직원 때문에 우리회사가 중소기업을 부도까지 몰고 갔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한 직원의 비양심적인 행위였을 뿐 회사차원에서 이뤄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회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변명했다.

당시 S사에 대한 조사를 담당했던 S사 O모 과장은 “L과장과 N사가 공모해 S사 설비를 이용해 불법대출을 한 사실과 이중계약서를 만들고 품의서까지 위조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오히려 우리회사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이러한 S사 직원과 N사의 공모에 대해 기자가 사실관계를 묻자 S사측은 관련 서류가 이미 준비됐고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S사 직원이었던 L과장은 S사 직원이 퇴사해 만든 모터 생산업체 직원으로 취업해 현재 이 회사의 중국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직원에 대해 형사 처벌도 하지 않고 묵과함으로써 부정행위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으며, 이 직원이 S사 협력회사 직원으로 다시 채용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

‘10억으로 마무리하자’

부도 직후 N사가 부당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자 S사 P모 상무는 N사 대표를 만나 2억5,000만원을 제시하며 마무리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N사 대표는 이를 거절했고 현재 약 5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N사의 부도 이후 약 9개월이 지나면서 현재 S사에 대한 항의운동도 일부 직원들만이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기자가 지난 6월 취재를 시작한 이후 S사측은 언론보도를 막기 위해 이달초 N사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해 ‘10억원에 마무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S사 관계자와 최근 접촉하기 전에 N사 관계자는 “현재 신용불량인 상태로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빚을 청산할 수 있는 최소비용만 받고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었다.이에 따라 N사와 S사간에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지만 N사의 부도 과정에서 대기업인 S사의 지나친 횡포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이 시급한 실정임을 입증하고 있다.

부도N사 관계자 “빚 10억 갚아주면 타협 용의”

부도난 N사는 현재 S사에 대해 약 5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대기업 횡포로 인해 부도로 몰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N사는 법정소송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부도 이후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한 결과 법정공방을 벌일 경우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듣기도 했지만 부도가 난 상황에서 소송비용을 감당해낼 수 없고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질 경우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또 N사 대표가 병원에 입원해있는 상황이어서 S사에 대한 항의도 일부 임직원들이 모여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부도 이후 N사와 S사간의 문제에 대해 S사 구조조정 본부에서 중재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N사는 항의하려고 모아둔 자료만 넘겨주고 말았다.N사는 앞으로 서명운동 등을 통해 S사에 대항할 계획이며, 그동안 획득한 특허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벤처기업으로 다시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N사 J과장은 “현재 금융권과 부품업체 누적 채무 등 약 1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신용불량 상황에서는 추진이 힘들어 10억원 가량의 빚을 청산할 수 있도록 S사측에 배상을 요구해 원만하게 해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중소기업청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부당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소기업들은 많지만 소송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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