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지난 6월 월례조례에서 했던 ‘사적거래 및 주식투자 엄중 처벌’ 발언에 대해 직원들이 지나친 감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회사측이 특별감찰반, 준법감시팀, 검사팀 등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계좌 추적, 금융거래 제한 등 지나친 감시로 인권 및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특히 월례조례 이후 상당수 직원들이 김정태 행장의 개인 계좌까지 조회하면서 이들에 대해 회사측이 특별감찰반을 통해 감찰을 실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과거 우리들이 관행적으로 해왔던 고객과의 ‘사적 금전대차’ 등을 통해 여러분이 필요한 경우에 빌려도 드렸고, 빌려 쓰기도 했었고 또 연체를 줄이라고 하니까 대출금 이자를 대납하기도 했었고 또 타인 명의의 대출을 받아서 여러분들이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과거에 관행적으로 해왔던 관습이나 나쁜 관행이 반드시 근절되도록 할 것이고 또 발견될 때에는 대단히 죄송스럽지만 해당 직원을 엄중 문책하게 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그러면 은행을 이용하는 것을 못하게 한다면 다른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는다든지, 다른 카드를 쓰면 되는 것 아니냐. 한번 해 보시라고요. 이제 금융기관의 정보가 여러분들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한다고 해도 전부 체크가 되게 되어있습니다.”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지난 6월 월례조례에서 한 말이다.

김 행장이 직원들의 사적거래 및 주식투자 등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은 김행장의 발언에 대해 ‘회사측의 감시가 도를 넘어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6월 월례조례 이후 김 행장의 발언에 불만을 품은 국민은행 직원 상당수가 경영진의 CIF(고객정보) 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김 행장의 국민은행 계좌를 확인하는 사태까지 불거져 나왔다.국민은행 직원들이 김 행장의 계좌를 조회한 결과 김 행장의 통장에는 약 74억원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일이 생기자 국민은행측은 특별감찰반을 동원해 이례적으로 임원의 CIF 조회를 한 직원을 색출해 감찰을 실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는 “경영진의 CIF 등을 조회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측이 감찰을 실시하고 있으며 타행 카드 사용까지 조회하고 선의의 연체여신 대납을 확대 해석해 징계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직원을 사고자로 분류해 감시하는 것으로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하며 회사측에 감찰행위를 강력히 비난했다.최근 국민은행 노조 간부들은 감찰반을 찾아가 김 행장의 CIF 조회 직원들에 대한 감찰과 직원 가족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전산 조회를 중단하고 감찰반, 준법감시팀, 검사팀 등 감사기관을 일원화하는 한편 사내 전산망으로 연결된 대화창구(직원 자유게시판) 등을 통제하는 행위를 중지해 사내의 언로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측은 소액주식투자 직원까지 감찰을 실시하고 현금서비스 이용 직원을 무조건 사고 대상자로 분류하는 한편 사내 직원들간의 언로를 철저히 차단해 경영진에 대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며 “올초부터 비서팀 소속의 감찰반을 확대 운영하면서 직원들에 대해 지나치게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행장의 월례조례 당시의 발언과 같이 그동안 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빌려쓰는 이른바 ‘사적금전대차’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직원이 대신 이자를 납부하는 행위, 타인이나 다른 은행의 대출을 받아서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 엄격한 처벌의 뜻을 밝히고 있다.이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적금전대차의 경우 거의 일어나는 일이 없으나 이를 확대해석해 선의의 피해를 입는 직원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직원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계좌 추적을 하는 등 실정법 위반소지도 있다”며 “특별감찰반과 준법감시팀 등을 행장 직속으로 사조직화해 직원들의 사생활 감시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이러한 노조측의 반발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월례조례 당시 김 행장의 발언은 직원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직원 가족간의 사적금전대차 등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이를 근절시키고 직원들의 사고예방 차원에서 감찰반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 “감사기관 통일을”

국민은행의 감사기관은 준법감시팀, 감찰반, 검사팀 등 3개로 구성돼있다.이중 준법감시팀은 2년전부터 행장직속으로 부도덕한 직원에 대한 감시기능을 위해 생긴 조직이다.또 외부의 상근 감사가 와있는 내부 감시관인 검사팀이 있다. 검사팀은 모든 은행에 공통적으로 조직된 기관이다.감찰반은 주로 직원들의 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시 투입돼 직접 감찰하는 역할을 한다.국민은행은 비서팀 소속의 감찰반을 올 2월부터 조직원을 12명으로 확대하고 지난달 김정태 행장 및 경영진들의 계좌를 조회한 직원들을 색출하고 감찰하는데 투입됐다.이 3개의 감사기관들은 경영현안과 고위직 사정활동 등의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검사팀과 준법감시팀은 모든 은행이 의무적으로 법적근거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으나 감찰반은 행장직속으로 국민은행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하지만 이들 기관의 역할이 유사해 국민은행 노조측은 감사기관의 일원화를 요구하고 있다.국민은행 노조는 이러한 감찰반 운영에 대해 “다수 기관의 감찰로 인해 직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고 경영진이 이러한 감사기관을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계도와 사고예방 차원이 아닌 징계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경영현안 감찰에는 등한시하고 직원들의 사생활 감시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