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받은 사람은 있는데 경찰은 ‘무혐의’…무슨 일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과 서울 중구청 공무원 사이의 ‘수상한 돈거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돈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있는데, 경찰은 주고받지 않았다고 판단해 임 전 고문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함께 조사를 받은 구청 공무원은 다른 인허가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임 전 고문은 뇌물 의혹에서 벗어났지만 일부 의문이 해소되지 않아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시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공무원에게 호의로 빌려줬다지만 계좌 등 거액 빠져나간 흔적 없어
경찰 뇌물 의혹 ‘무혐의’ 판정…법정에서도 같은 진술할지 주목


사건은 2016년 12월 즈음 국무총리실에 날아든 한 통의 투서에서 시작됐다고 한 매체는 전한다. 매체에 따르면 한 건축업자는 “중구청 공무원의 갑질이 심하다”며 인허가를 두고 뒷돈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총리실의 지시로 서울시에서 감사에 들어갔다. 시는 중구청 도심재생과 임모 전 팀장의 계좌에서 7억5000만 원의 뭉칫돈을 발견했다.

시의 의뢰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총경 곽정기)가 수사에 착수했다.
시는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추진과 관련한 인허가를 의심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공무원 임 전 팀장은 “지인의 사촌 형인 임 전 고문에게 받은 돈”이라며 “절반은 빌렸고, 절반은 조건 없이 받았다”고 했다. 임 전 고문 역시 “아는 사이라 호의로 빌려 준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실례로 임 씨의 통장에 입금된 ‘수상한 돈’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되자 임 전 고문과 임 씨는 이에 맞춰 서로 주고받은 액수를 높여서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

또한 두 사람은 돈을 주고받은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당초 경찰은 임 전 고문이 임 전 팀장에게 로비 자금을 건넸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돈이 오간 시점인 2013~2015년 즈음에 임 전 고문의 아내였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중구 장충동에 한옥 호텔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임 씨가 뇌물죄 처벌을 면하려고 거짓말을 했고 임 전 고문도 이를 도운 것으로 판단했다.

임 씨가 재벌가 사위인 임 전 고문으로부터 호의로 돈을 빌렸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고, 임 전 고문도 공무원 업무와 관계없이 돈을 건넸다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임 씨를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임 전 고문의 사무실과 자택, 휴대폰과 12개 금융계좌의 내역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돈을 건넨 흔적은 찾지 못했다. 임 전 고문이 지난 4년 동안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은 6200만 원뿐이었다. 또 한옥 호텔 관련 인허가는 임 전 팀장이 소속된 중구청이 아니라 서울시 소관이었다. 결국 경찰은 지난달 30일 두 사람 사이에 금전 거래 자체가 없었다고 보고 임 전 고문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돈을 건넨 시점도 삼성가와 이미 관계가 끊어진 만큼 뇌물 혐의도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호텔신라의 한옥건축 관련 인허가는 서울시 업무”라며 “임 전 고문은 당시 삼성이나 호텔신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입장이나 직책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임 전 팀장의 뭉칫돈 7억5000만 원 중 1억4000만 원은 설계업체 관계자들에게 받은 뇌물로 확인했다.

경찰은 임 전 팀장과 중구청 도심재생과 최모 전 과장, 건축과 전모 주무관을 구속했다.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건축 설계·감리 업체 대표 9명이 인허가를 쉽게 받도록 도와주고 총 3억1358만 원을 챙긴 혐의다. 임 전 팀장과 임 전 고문 사이에 돈이 오가거나 부당한 청탁을 한 사실은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임 전 팀장이 다른 뇌물 수수 혐의를 숨기기 위해 임 전 고문과 말을 맞추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하지만 임 전 고문이 경찰 압수수색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짓 진술을 한 배경은 여전히 의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 전 고문이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될 텐데 위증으로 처벌받을 위협까지 무릅쓰고 돈을 건넸다고 증언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 전 고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이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이다. 삼성 ‘에스원’ 평사원 신분으로 1999년 이 회장의 큰딸 이 사장과 결혼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이 사장과 재산 분할과 자녀 친권을 놓고 이혼 소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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