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직원 관리를 잘하지 못한 저의 책임이 매우 큽니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28일 신촌 부근 대학가 소재 사진관에 붙은 사과문의 일부다. 해당 사진관은 215명의 고객을 상대로 불법 촬영을 행한 사진사가 근무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지난 24일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서울의 한 구청 소속 기간제 근로자가 불구속됐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 사진만 6000장에 이른다.


수법 교묘해 ‘나도 모르는 사이’ 찍혀 피해 사실 눈치 채기 어려워
A씨 피해자 215명·B씨 불법 촬영물 6000장…“유포는 안 했어요”



신촌 부근 대학가 소재 사진관에서 근무하며 고객을 상대로 불법 촬영과 상습 강제 추행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였다.

서대문경찰서 측은 수사 과정을 거쳐 215명으로 추정된 피해자 중 75명의 신원을 파악했으며, 이중 30명의 피해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지난 5월 3일 A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착수 이유에 관해 “해당 사건이 사진관 내에서 일어나 ‘이게 끝이 아니겠다.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펴보니 사진파일) 밑에 이름 등이 적혀 있지 않았다. 사진만 나열돼 있어 (피해자) 이름을 먼저 찾아야 했다”면서 “여러 각도로 수사해 75명(의 신원)을 찾아냈고, 한 명씩 연락해 피해 받은 사실을 확인 받았다”고 전했다.
 
방문 고객에 의해
최초 신고 이뤄져

 
A씨의 범행은 지난 2월 2일 해당 사진관에서 사진을 촬영하던 피해자에 의해 발각됐다. 사진을 찍던 도중 이상함을 느낀 피해자가 112에 신고한 것이다. 신고 당일 경찰이 출동해 A씨를 체포한 뒤 수사에 돌입,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사진사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5월 4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여대생을 비롯, 증명사진을 촬영하러 온 이들을 대상으로 카메라와 휴대폰을 이용한 범행을 저질렀다. 사진 또는 동영상을 통해 가슴과 치맛속 등을 불법 촬영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A씨는 촬영에 앞서 옷매무새를 정돈해주는 척하며 피해자들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해 왔다는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A씨의 수법은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촬영한 사진 원본을 보내주겠다며 이메일을 적도록 책상으로 유인한 뒤, 그 밑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을 하는 식이었다.

한편 해당 사건으로 인해 성 차별 편파 수사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진관 몰카충(불법촬영 가해자를 이르는 말) 최초 신고자입니다’라는 글이 게시된 것.

해당 글에서 자신을 최초 피해자라 밝힌 이는 “홍대 크로키 사건의 구속영장이 일주일 만에 발부되고 이틀 정도 뒤 (A씨의) 불구속 연락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어 “피해자 규모가 꽤 크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200명이 넘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불구속 처리됐다. 게다가 기소 여부까지 불투명하다”면서 “이 사건이 불법촬영 여남편파 수사의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법원 관계자는 “(홍대 모델 불법 촬영과) 수사 속도는 비슷했을 것 같다”면서 “구속 여부가 다른 것이 논란 아니냐”고 짚었다.

그는 불구속 여부에 관해 “먼저 (해당 불법 촬영물이) 옷을 입은 상태에서 촬영돼 나체가 아니”었으며 “유포가 안 돼 증거를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국 누비며 불법 촬영
피해 사진만 6000여 장

 
지난 21일 전국을 누비며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서울의 한 구청 소속 기간제 근로자 30대 남성 B씨가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도 있었다. 현재 B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구청을 자진사퇴한 상태다.

지난 24일 송파경찰서는 해당 범죄를 행한 B씨를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은 불법 촬영물이 6000장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라는 점, 전국 곳곳의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사건이 밝혀지게 된 계기를 묻자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가 소지한) 휴대폰은 사진을 찍은 위치가 지도에 나온다”면서 “그것을 다 더하니 6000장이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시에서 가장 범행을 많이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가해자가 계속 (불법 촬영물을) 찍어왔기 때문에 (현재) 복원하고 있다”면서 “복원을 마치면 (피해 사진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물의 경우 유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가해자는 유포 여부에 관해서는 “개인 소장만 했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사당국은 유포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B씨의 노트북을 압수해 IP를 분석하는 등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B씨의 체포는 그가 서울의 어느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며 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던 것이 계기됐다,

불법 촬영을 하고 있던 B씨의 휴대전화가 해당 여성의 허벅지에 닿게 됐고, 이를 감지한 여성이 신고한 것이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B씨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난 후였다. 이에 경찰은 당시 현장과 인근의 폐쇄회로(CC)TV 등을 살펴보는 등의 수사를 거쳐 그를 체포했다.

일요서울은 지난 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유포한 불법촬영 범죄가 2005년도에는 전체 성폭력 범죄 중 4%에 그쳤으나, 2015년도에는 24.9%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음을 보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불법 촬영의 피해자가 될 도 모른다’는 공포심으로 인해 ‘몰카포비아(몰카+phobia·화장실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몰래카메라에 찍힐까 봐 두려워하는 현상)’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불법 촬영과 관련해 법무부도 강경책을 내놨다. 지난 30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를 통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유포사범 사건 처리 기준’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불법 촬영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식별되거나 상습·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는 사범 등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처리 기준이다.

이와 더불어 박 장관은 “불법 신체 촬영 및 영상물 유포 범죄·데이트폭력·가정폭력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피해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검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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