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독식’ 정점 찍을 듯… 지역 정가 경쟁 체제 붕괴 ‘우려’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읍 불무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무안지역 후보자 합동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자신들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무투표 당선자도 ‘전원’ 민주당… 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도 못 내
평화당, ‘적통’ 자처하며 ‘쟁탈전’ 예고… 목포 ‘최대 격전지’ 부상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의 ‘일당 독식’ 체제가 이번 선거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광역단체·기초단체장 및 교육감 선거 등을 불문한다. 일부 지역의 경우 야당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하며 민주당 기세에 눌린 형세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호남 지역에서 20년 만에 단 한 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도 내지 못했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 무투표 당선자가 광주·전남 14명, 전북 10명에 달하며 독주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역 정가 경쟁 체제 붕괴와 함께 구태 정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일한 ‘대안 세력’으로 민주평화당이 약진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역대급’ 독주에 제동을 걸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6.13지방선거 광주·전남 후보 중 43.6%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5월 27일 광주·전남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3전국동시지방선거·교육감선거·국회의원 재선거에 광주 229명, 전남 741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들 가운데 정당 구분 없는 교육 광주·전남 교육감 후보 3명을 뺀 964명 중 420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이어 민주평화당 후보가 208명(광주 44·전남 164), 바른미래당 후보가 42명(광주 26·전남 16), 민중당 후보가 56명(광주 30·전남 26), 정의당 후보가 36명(광주 15·전남21)으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은 광주와 전남 각각 2명 총 4명의 후보를 내는 데 그쳤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호남이 ‘불모지’임을 감안하더라도 광역단체장 후보조차 내지 못한 것은 제2회 지방선거 후 20년 만의 일이다.
 
여기에 광주·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14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모두 민주당 소속인 점은 독주 가도에 힘을 실었다.
 
전북의 경우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북 지역의 무투표 당선자도 모두 민주당 소속인 것. 전북에서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 선거구는 모두 9곳이다. 지역구 선거는 광역의원 3곳, 기초의원 1곳이며, 나머지 5곳은 기초의원 비례대표다. 기초의원 1곳은 2명을 뽑는다. 광역의원은 전주1선거구 정호윤 후보와 전주5선거구 이병철 후보, 완주1선거구 송지용 후보가 무투표로 뽑혔다. 기초의원은 2명을 뽑는 고창나선거구에 이봉희·최인규 후보가 투표 없이 당선됐다.
 
野, “민주당 오만 심판” 이심전심 단일대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당 독주 체제’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의 ‘깃발 꽂기’식 선거가 계속되다 보니 정책은 실종되고, 구태 정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 지역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다수 속출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켰다. 유권자들의 ‘선택권 상실’에 대한 지적이 확산되는 이유다.
 
야권에서도 독주 체제에 대한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해 달라며 연일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단일대오로 해석된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5월 31일 남광주시장에서 열린 광주시당 출정식에서“1년 전보다 청년들의 취업은 잘 되는지, 주민들의 삶은 나아졌는지, 물가는 안정됐는지 생각해 보라”며 “민생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민주당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남의 적폐는 청산한다고 요란을 떨면서 정작 ‘드루킹 특검’과 관련해서는 증거를 없애고 수사는 흐지부지하고 있다”며 “여기에 일부 후보는 성추행 사건으로 낙마하는 등 무능과 부도덕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양동시장 합동유세에서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에 묻혀 일당 독식할 분위기”라며 “민주당의 오만과 특정당 독주를 심판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중당 윤민호 광주시장 후보도 이날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소득주도형 성장을 주장했고, 그 첫 번째 조치가 최저임금 인상이었는데 민주당은 적폐세력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최저임금 삭감법안을 통과시켰다”며 “도대체 민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평화당이 대안세력? 바른미래당과 분열 악영향
 

이런 가운데 유일한 대항마로 민주평화당이 거론되고 있다. 평화당은 텃밭인 호남을 사수해 민주당의 싹쓸이를 막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사실상 이번 호남 선거는 민주당과 평화당의 ‘쟁탈전’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에 안방인 호남을 내준 바 있다. 전남 총 10석 가운데 단 1석을 확보했으며, 광주에서는 8석 모두를 뺏겼다. 이에 이번에는 광역·기초단체장 등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내고 ‘호남 압승’을 거두겠다는 결의다. 평화당에서는 광역단체장 1곳 이상 당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 평화당에서는 전남도지사 1명을 비롯해 총 208명이 출사표를 던지고 민주당에 맞선 상황이다.
 
특히 ‘호남정치의 1번지’ 목포가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목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호남의 적자’를 자청하는 두 당 모두 뺏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평화당은 박지원 지역구 의원을 앞세워 목포만은 반드시 잡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 재보궐선거의 경우에도 광주 서구갑과 전남 영암·무안·신안에서 민주당과 평화당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다만 평화당의 ‘대안 세력’으로서 역할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승리가 오히려 평화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시 민주당에 피로를 느낀 민심이 국민의당에 대한 ‘녹색 열풍’으로 나타났지만, 2년도 채 안 돼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된 것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가운데 지역 정가에서는 무소속 후보의 약진에 기대를 거는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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