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수련시설 ‘보람원’의 하수 무단방류로 코오롱그룹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속리산 국립공원에 위치한‘보람원’은 오운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오운문화재단은 코오롱 창업주 ‘오운’ 이원만 회장(94년 작고) 등이 출연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하수 무단방류의 책임을 물어 모기업인 코오롱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키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충북 괴산군 청천면 일대 주민들은 코오롱 제품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유는 코오롱그룹이 출연해 설립한 ‘보람원’이 하수를 무단 방류했기 때문이다.지난 95년 개원한 보람원은 230여만㎡의 터에 시설면적만 33만여㎡에 이르며 연 평균 1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에는 문화관광부 우수청소년시설로 지정되기도 했다.

보람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운문화재단은 코오롱그룹과 창업주 이원만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사재를 털어 지난 81년 설립한 공익 재단법인이다. 현재 이사장은 이동찬 코오롱 명예 회장이 맡고 있다.그런데 보람원이 하수 일부를 무단 방류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충주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보람원은 지난 95년 개원당시 무방류시스템으로 하수를 처리하겠다고 허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하수를 비밀 배수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류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보람원은 건설당시에도 삼림무단훼손과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지 않은 이유로 지탄받은 적이 있다”며 괴산과 충추시민의 상수원인 선유동과 화양동 상류에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하수를 무단방류한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실제로 보람원은 무방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하루 320톤 규모의 하수 전량을 펌핑해 재활용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주장대로라면 보람원측은 이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은 채 하수를 배수구를 통해 방류해 온 셈이다.충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보람원이 비밀리에 하수 방류 배출구를 설치하고 하수를 무단으로 방류했다”며 “보람원의 하수 방류로 이미 계곡물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오염됐다”고 말했다. 괴산군도 현장조사를 통해 보람원측이 무단으로 하수를 방류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괴산군 관계자는 “보람원을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처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며 “진상조사 결과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람원측은 무방류시스템의 고장 등으로 오폐수가 계곡으로 흘러갔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확산되자 보람원측은 급기야 지난 9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보람원은 사과문을 통해“ 보람원에서 생활오수가 유출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주민과 환경단체, 행정기관 및 관계자 모든 분께 사과 드린다”면서 “생활 오수를 유출시킨 배수관로를 제거했고 연결부분을 폐쇄, 더 이상 생활 오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하수 무단방류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하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괴산군 청천면 8개마을 주민들은 ‘보람원 하수 방류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조직적인 투쟁에 들어갔다.대책위는 지난 7일 보람원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보람원이 오폐수를 불법 방류한 만큼,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보람원 오폐수 방류를 조사키로 했다.이와 함께 대책위는 보람원이 영업중단을 하지 않을 경우, 전국 각 학교에 보람원의 오폐수 방류 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키로 했다.주민 대책위 손장철 위원장은 “보람원측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보람원은 계속되는 항의 민원에도 불구, 이를 무마하며 지난 9년간 주민들을 속여왔다. 보람원이 즉각 영업을 정지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민대책위는 인터넷과 집회 등을 통해 보람원과 코오롱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보람원 사태가 모기업인 코오롱까지 불똥이 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하수 방류는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지만, 보람원측이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오운문화재단과 보람원이 주민들과 협상을 통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그룹 차원에서 대응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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