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200 한국가수 최초 1위 등극

- 데뷔 6년 만에 전 세계를 뒤흔들어, 각종 최초의 기록으로 팬심 공략
- 시류가 아닌 소신으로 공감대 견인…해외 팬들의 조직적 움직임도 이색적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한국식 아이돌 시스템이 주목을 받으며 여러 K팝 가수들이 전세계 현지 팬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2년 연속 빌보드 어워드에서 수상하는가 하면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앨범차트)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또 다른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핫 100(싱글차트) 10위에 올라 명실공히 월드돌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2015년 빌보드 200과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지난해까지 4개 앨범 연속 ‘빌보드 200’에 진입하며 K팝 역사상 신기록을 세워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열기는 계속돼 방탄소년단은 결국 한국가수 최초 빌보드 200 1위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이날 정규 3집 ‘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에는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가 싱글차트 빌보드 핫 100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이번 빌보드 200 1위 기록은 한국가수 최초라는 영예와 함께 빌보드에서도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발매된 앨범으로는 2006년 영국 출신 팝페라 그룹 일 디보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 부른 앨범 ‘알코라’ 이후 12년 만이기도 했다.

이 같은 파격 행보는 방탄소년단이 단순한 팬덤의 지표를 넘어 미국 내에서 대중성까지 잡았음을 방증하고 있다. 더욱이 전 세계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격전장인 미국 무대까지 장악하면서 이들의 글로벌 파워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0일 미국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해 기쁨을 만끽했다. 여기에 글로벌 팬들에게 신곡을 들고 컴백 무대까지 선보이며 달라진 위상을 확인시켰다.

음원 음반 시장 역시 폭발적이다. 이번 새 앨범은 국내에서만 복귀 첫 주 100만 장(한터차트 기준) 앨범 판매고를 기록했고 선 주문량만 150만 장을 넘어섰다.

해외에서도 아이튠즈 65개국 차트 1위,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판매 1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200’ 차트 전곡 진입 등 한국가요사의 큰 획을 긋고 있다.
 
중소 소속사 아쉬움 딛고
꿋꿋이 성장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지금은 월드스타의 반열에 이른 방탄소년단이지만 이들이 걸어온 길은 쉽지 않았다. 이들은 방시혁 대표가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2013년에 내놓은 7인조 보이그룹으로 당시 중소 소속사라는 한계와 3세대 아이돌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기에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차근차근 탄탄하게 내공을 쌓으며 지금까지 꾸준하게 성장했다.

특히 이들은 아이돌 그룹이란 틀에 갇히지 않았고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들려줬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그룹’이란 찬사를 듣는 지금의 성과물들은 시류에 휩쓸리고 않고 묵묵히 소신을 가지고 꾸준히 길을 걸었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CNN은 빌보드의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음악계 전체로 중대한 사건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업계를 보유한 미국에서, 좋은 음악이라면 영어 노래가 아니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노래를 들을 준비가 됐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방탄소년단의 성과와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이 연작으로 만들어 낸 ‘화양연화’ 시리즈는 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을 연작으로 만들어 내며 대중들과 소통했다. 앨범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고 2015년 청춘의 여러 모습을 담은 ‘화양연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은 진솔한 메시지를 담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들려줬고 성장통을 겪으며 단단하게 성장했다”며 이들이 전세계 팬덤을 응집시킬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한 바 있다.

지난달 18일 발표한 정규 3집은 이별을 마주한 소년들의 아픔을 담았다. 타이틀 곡 ‘페이크 러브’는 운명인 줄 알았던 사랑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내용으로 이별의 감성을 유니크한 노랫말과 사운드로 담아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밝은 사랑 노래가 주종을 이루는 아이돌 음악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은 청춘의 고민과 불안 등을 노래하며 청춘을 대변하고 있다. 같은 세대 팬들이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유의 퍼포먼스
BTS팝으로 차별화

 
여기에 방탄소년단은 각자가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특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도 이들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통상 K팝 아이돌은 댄스곡과 칼군무의 조화로 정의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힙합으로 시작했지만 여기에 아이돌 퍼포먼스를 접목 하는 등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냈다. 이에 대한 반응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 방탄소년단은 힙합만 고집하지 않았다. 보다 어두운 분위기의 힙합이나 라틴 팝, 신스 펑크, 알앤비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트렌드에 맞게 시도한 것도 전 세계 팬들을 움직인 힘이다.

덕분에 방탄소년단을 두고 해외에서는 K팝이 아닌 이들의 줄임말을 사용한 ‘BTS팝’으로 부를 정도로 이들의 존재감은 막강해졌다.

요즘 해외 K팝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즐기는 추세를 보일 만큼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가요계는 평가한다.

빌보드보다 더 보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그래미 역시 지난달 29일 “한국의 슈퍼스타 그룹이 북미 차트를 장악하며 K팝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를 통해 미국 사회에서 더 깊은 차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독창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팬클럽 뒷받침
글로벌 도약의 원동력

 
이 밖에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부터 SNS를 적극 활용해 매체를 통한 홍보 방식을 탈피하고 팬들과 직접 소통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들은 개개인의 계정이 아닌 대표 계정으로만 소통하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였다.

이들은 대표 계정으로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면서 한국인 최초로 팔로워 1500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들은 SNS를 통해 한글로 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각자의 언어로 해석해 공유하고 의견과 정보를 나누며 더욱 단단하게 결집한다.

방탄소년단이 시상식 등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가장 먼저 ‘아미’에 대해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다.

실제 지난 28일 한 멕시코 방송인이 방탄소년단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내뱉었다가 팬들에게 혼쭐이 나기도 했다.

멕시코 방송인 호라시오 빌라로보스는 한 프로그램에서 ‘빌보드 뮤직 어워드’ 영상을 보면서 방탄소년단에게 “구찌를 입긴 했지만 소용없다. 남자들이 뼈만 남고 너무 말라서 약해 보인다. 머리 스타일도 이상한데 어떻게 옷이 좋아 보일 수 있겠냐. 구찌의 이번 컬렉션은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또 해당 프로그램의 다른 출연자는 멕시코의 게이클럽에 일하는 것 같다는 등 막말을 내뱉었다.

방영 직후 방탄소년단 팬들은 프로그램 공식 계정에 항의했고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호라시오 빌라로보스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불쾌감을 느끼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 방탄소년단 팬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팬클럽 ‘아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들의 열정은 저스틴 비버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클럽과 맞먹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내에서 ‘외랑둥이(외국인+사랑둥이)’로 불리는 해외 팬들은 빌보드 차트와 각종 시상식에 반영되는 미국 현지 라디오 방송사에 매일같이 방탄소년단 노래를 신청하는 등 그 어떤 가수보다도 뜨거운 팬심을 자랑하고 있어 방탄소년단의 위력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있다.

한편 방탄소년단의 이후 행보를 두고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빌보드 핫 100 10위에 오른 만큼 여세를 몰아 곧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은 K팝 그룹 최초로 핫 100 10위에 올랐다. 앞서 싸이가 2012년 ‘강남스타일’로 핫 100 2위에 올라 7주 동안 자리를 지킨 적이 있지만 그룹으로는 처음이다.

핫 100은 스트리밍 실적, 판매량, 라디오 에어플레이 등을 종합 합산한다는 점에서 여타 차트보다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신뢰도를 자랑한다. 이에 방탄소년단이 1위에 오를 경우 K팝을 넘어 글로벌 스타로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순간이 된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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