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들 위장도급사에 불과”‘비정규직 문제’가 재계와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비정규직 노조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의 비정규직 파견 근무 실태’를 발표,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 사내협력업체들은 실질적으로 위장도급사에 불과하며, 사실상 파견업체”라고 주장했다.노조에 따르면, 현대차 비정규직 근무자들이 현대차의 지휘·관리를 받아 근무하는 ‘파견 근로자’임에도 불구, 외형상 용역도급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현대차는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파견근로를 사용한 것이 되는 셈이다.지난 98년 노동부는 근로자파견법 시행과 함께 불법파견을 방지하기 위해 ‘노동부 고시’를 발표했다. 이 고시에서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지 않은 합법적인 도급이 되기 위해서는‘인사노무관리상의 독립성’과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가 원청과 계약서상 도급계약을 맺더라도 근로시간, 인사, 징계 등에 있어 원청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도급이 아닌 ‘근로자 파견’을 한 것이 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 하청업체들은 형식적으로 합법적인 도급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노무관리와 사업경영에 있어 거의 전적으로 현대차에 의존하고 있다”며 “자동차 사업의 경우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 만큼 현대차가 불법파견근로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노조는 불법파견 사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에서 내어준 출입증을 패용해야만 사내출입이 가능하고, 현대자동차가 정한 임률표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고, 현대차가 정한 시업·종업·휴식·식사시간을 따라야 하며, 현대차가 정한 잔업·특근에 임하고, 현대차 소유의 공구와 자재로 작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현대차의 생산방식 변경, 차량 단종, 신차 투입 등으로 생산체계의 개편이 있을 경우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필요에 따라 빈번하게 배치전환되고 있으며, 현대차의 신규채용인력이 현장에 배치될 경우에도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전환배치되는 등 공정이동과 인사이동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은 협력업체가 아니라 현대차측에 있다”며 현대차 하청업체들은 사실상 위장도급사이자 노무공업자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하청 노동자에게 근무시간을 지키라고 강요하고 안지키면 사규를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사실상 하청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책임은 하청업체가 아니라 현대차에 있다”고 말했다.현대차 비정규직노조측은 이에 따라 이런 파견근로 실태에 대한 자체적인 조사와 함께, 현대차의 파견법 위반에 대한 집단진정서를 노동청에 전달했다.

특히 노조는 현대차가 불법적으로 파견근로를 사용한 만큼, 이들 근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노조측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불법이 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업무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이와 관련,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도급업체 280여명의 근로자들에 대해, 정규직화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바 있다. 또 광주지방노동청은 지난달 금호타이어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시정조치를 지시하기도 했다.한편, 노동부가 6월부터 대기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고용실태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져, 현대차의 ‘파견근로’실태가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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