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거액 세금 추징에 대한 대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국민은행이 최근 821억원의 세금 부과에 불복해 국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냈다. 이는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에 이어 올해 들어 3번째로 대기업들의 정부 세금 징수에 대한 반발이 계속 되고 있는 것.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정기세무조사를 거치면서 IMF 당시 고객들의 신탁투자 손실액 2050억원을 은행 고유계정에 보전해 손실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영등포세무서로부터 총 944억원의 세금을 부과 받았다.국세청은 이중 옛 주택은행에 부과된 821억원은 4월말까지 납부토록 했으며, 국민은행에 부과된 법인세 123억원은 과세 정정에 따라 추징이 취소됐다.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821억원의 세금을 지난 4월말 납부했으나 ‘IMF 당시 실적배당신탁의 운용손실이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최근 서울 영등포세무서를 통해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심판청구서를 냈다.

국민은행 회계팀 관계자는 “IMF 당시 고객의 신탁투자 손실을 은행측에서 부담한 것은 신탁자금의 급격한 이탈과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세법상 손실금을 필요 비용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국세청 관계자는 “국민은행에 지난 98년 신탁계정간의 상품편출입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으나 국민은행이 이를 어겨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손실금을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신탁투자의 손실에 대해서는 은행이 부담하지 않을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은행측이 보전을 통해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국세청이 유시한 경우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추징하는 경우가 있어 금융권의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3월말과 4월에는 교보생명(2520억원)과 삼성생명(3140원)이 상장 무산에 따라 국세청이 부과해 납부했던 고액의 법인세에 대해 다시 돌려달라는 국세심판을 청구했다.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은 “상장을 추진하던 90년대에는 증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고 99년 이후에는 회사측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부에서 상장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상장이 계속 연기됐다”며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상장 무산 책임이 전적으로 회사측에 있다고 판단해 일방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대기업 한 고위관계자는 “국세청의 고액 세금 징수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은 하나의 전례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국세청이 시장의 특수성과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액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어 시장 상황과 논리에 맞는 세금 부과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기업의 반발에 대해 국세청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대기업의 고액 세금 부과가 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특수한 상황에 의해 발생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대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세금 부과에 대해 불복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국세심판원의 정확한 조사와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세금 부과의 정당성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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