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PC는 삼보컴퓨터 루온 시리즈 ‘LMDA03-1’ 모델.이 제품은 지난해 12월에 일반 PC로 출시됐으나 지난 4월 수능방송 실시에 맞춰 ‘녹화기능’이 탑재된 것으로 허위 광고되면서 ‘수능전용 PC’로 탈바꿈했다.이에 따라 4월 이후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실제 ‘녹화 기능’이 제공되지 않자 삼보컴퓨터에 강력히 반발했다.삼보컴퓨터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2개월 동안 자사 홈페이지와 EBS 홈페이지의 배너 광고를 통해 ‘즉시녹화’와 ‘예약녹화’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고 허위 광고하면서 실제 ‘녹화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채 제품을 유통시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수능PC는 일반 PC와 달리 TV수신 카드를 통해 TV시청이 가능하고 이를 즉시 녹화하거나 원하는 시간에 예약 녹화하는 기능이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하지만 삼보측은 개발도 되지 않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속여 현재까지 약 100여대 이상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보컴퓨터 고객센터에서는 “이 제품은 아예 녹화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TV수신카드를 별도로 설치해야 녹화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TV수신 기능만 제공하고 녹화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다른 모델은 녹화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있으니 대리점을 방문해 문의한 후에 구입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지난 5월초 이 제품을 구입한 K모군은 “EBS 홈페이지에 있는 삼보컴퓨터 광고를 보고 즉시 및 예약 녹화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어 대리점을 통해 198만원에 구입했으나 실제 ‘녹화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황당했다”며 “대기업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며 허위 광고로 제품을 판매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컴퓨터 업계에서도 이번 삼보컴퓨터의 허위 광고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업계에서는 지난 4월 수능방송을 전후해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수능전용 PC를 출시하면서 삼보컴퓨터는 일반 PC에 ‘TV 녹화기능’을 추가한 것처럼 허위 광고까지 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컴퓨터 업계 고위관계자는 “삼보가 수능 P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도 되지 않은 기능을 기본 탑재한 것으로 광고한 것은 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장 중요시하는 제조업체에서 없는 기능이 있다고 허위 광고할 경우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수 있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보측은 실제 ‘녹화기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4월 16일부터 자사 홈페이지와 EBS(링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즉시녹화’와 ‘예약녹화’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고 광고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달부터 출시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녹화기능’을 기본 제공하기로 했다.삼보컴퓨터 관계자는 “녹화기능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테스트가 예상보다 오래 걸려 ‘녹화기능’을 제공한다고 광고를 하고도 이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테스트를 마치고 내부적으로 리콜을 결정해 기존 출하된 물량에 대해서는 판매를 중지했고 이미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연락해 녹화 기능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삼보컴퓨터 고객센터와 일부 엔지니어에게 문의한 결과 소프트웨어를 추가해도 녹화기능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삼보컴퓨터 고객센터 이모 직원은 “루온 시리즈는 하드웨어적으로 녹화기능 구현이 불가능하다. TV수신카드가 아닌 TV튜너만 내장되어 있어 TV수신은 가능하나 녹화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TV수신카드를 달아야 하지만 루온 시리즈가 서랍식으로 되어 있어 TV카드 추가도 쉽지 않다”고 말해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삼보측은 “고객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파견인력도 일부 있다”며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거나 구체적인 사양에 대해 숙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있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지 기능이 구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한편 업계 관계자는 “컴퓨터 제조업체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마케팅 요소”라며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삼보컴퓨터가 보급형 PC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A/S 및 고객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