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폰 긴급 구조요청 서비스’에 대해 특허 소송에 휘말렸다. LG측은 특허 보유사인 서오텔레콤으로부터 기술 설명을 들은 이후 10개월 만에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기술 방식으로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특히 경쟁사업자인 SK텔레콤 등은 기존 특허를 인정하고 서오텔레콤과 협의해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LG텔레콤이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휴대폰 긴급 구조요청 서비스’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타인에게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이미 3년 전에 기술개발이 이뤄졌고 지난 2003년에 특허가 출원됐다.

당시 서오텔레콤은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협조공문을 보내 상용화를 요청했으나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해 상용화되지 않았다.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녀자 납치 강도 등의 사건이 급증해 안전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비상호출 서비스가 본격 실시되고 있다.이 서비스에 대한 특허 침해 문제는 서오텔레콤이 지난해 4월 LG전자연구소를 방문해 특허 자료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기술 시연과 설명을 통해 LG측과 계약을 추진하려 했으나 무산된 이후 10개월만인 지난 2월 LG텔레콤이 관련 서비스(알라딘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서오텔레콤은 지난 2001년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비상호출 처리장치와 그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나 LG텔레콤이 알라딘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자사가 보유한 14가지 특허 중 6개 항목에 대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LG텔레콤을 고소했다.

실제 올 1월에 팬택&큐리텔에서 출시된 LG텔레콤 전용 휴대폰 ‘알라딘’에는 외부통화버튼, 진동발생기능, 비상모드 전환기능 등 서오텔레콤의 특허와 유사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또 LG텔레콤은 알라딘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서오텔레콤의 특허 중 일부 필수 항목만을 적용하고 일부는 빼는 수법으로 특허를 피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일부 서비스 구현 방식이 유사하긴 하지만 결정적인 기능에서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특허를 침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특허청에 선출원된 특허 자료 등을 제출하고 특허 침해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서오텔레콤은 LG측이 특허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특허 권리를 CDMA 원천기술 보유자인 퀄컴 등 해외로 이전할 방침이다.따라서 국내에서 개발된 이동통신 부가기술이 해외로 이전될 경우 관련 분야에 대한 국내 원천기술 확보가 어려워 로열티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오텔레콤 김성수 사장은 “LG측이 중소기업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려고 특허 침해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며 “특허청에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를 신청해 변리사 등 관련 전문가들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특허 침해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특허 침해 소송은 LG측과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우수기술을 헐값에 얻기 위해 시간을 끌려고 하고 있어 해외 기술이전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PICCA)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잡아먹는다는 의미의 일명 ‘헐값 떠오기’로 국내 정보통신 시장이 멍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과 특허 침해 소송을 할 경우 소송기간이 장시간 소요되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경영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은 지난 4월 서오텔레콤이 소송에 앞서 특허 침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2주간 시간을 끌면서 관련 국내외 특허를 검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오텔레콤 관계자는 “LG측에 지난 4월 9일 ‘15일이내 특허 침해에 대해 정식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소송을 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으나 두차례에 걸쳐 2주간 연기요청을 해 외국기술 등을 검색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벌면서 특허 침해에서 빠져나가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의 경우 대법원까지 가면 약 3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LG측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서오텔레콤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비상호출’ 기술에 대해 현재 퀄컴과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에서 특허 양도 또는 전용실시권을 제공할 경우 직접 권리 대응까지 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대해 서오텔레콤 김성수 사장은 “특허 권리가 퀄컴 등 해외로 양도될 경우 비상모드 전용칩이 개발되거나 기존의 CDMA칩에 프로그램만을 추가해 놓고 기술료(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어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또다시 퀄컴사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