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종합부동산세 납부 실태


올해 부과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로 인해 기업과 그 총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 적용된 과세 기준에 따라 법인이나 기업 오너들이 소유한 부동산에 부과되는 종부세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과세 대상자 중에 최고 금액은 개인이 30억원, 법인이 300억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법인 1위는 KT이며, 관심을 모은 이건희(64) 삼성그룹 회장은 2위에 올랐다. 1위는 한 개인 사업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과 총수 ‘개인’ 입장에선 달가운 ‘타이틀’이 아니다. 기업들은 납부해야 하는 종부세 액수 자체가 부담스러운 반면, 기업 오너들은 과세액수 공개로 인해 사회적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편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유통·서비스업체 부담

올해 가장 많은 종부세를 내는 기업은 KT로서 총 360억원을 내야한다. KT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기도 분당 본사를 비롯한 전국 지사의 토지 공시지가가 4조 2,881억원이다. KT의 공시지가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전국 곳곳에 그물망처럼 퍼진 지사와 출장소를 가진데다 대부분의 지사가 도심에 위치해 있어서다.
KT 이외에 종부세를 많이 내야하는 기업은 주로 유통이나 서비스업을 하는 회사들이다. 읍면지역·산업단지·공업지역 내에 위치한 공장 토지에 대해선 종부세가 면제되는 반면, 서비스업용 부속토지는 공시가격이 4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0.6~1.6%에 달하는 종부세가 따라 붙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은 사업 특성상 도심의 ‘몫 좋은 곳’에 건물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종부세가 다른 업계보다 많은 것은 당연한 일.
전국에 백화점과 이마트를 가지고 있는 신세계의 소유토지 공시지가는 1조 7,720억원으로 215억원을 종부세로 납부해야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65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작년대비 40% 정도 늘어난 액수다. 전국적으로 이마트 매장이 증가한 이유가 가장 크지만, 공시지가도 오르고 과세표준 적용률이 오른 것도 한몫했다.
유통과 서비스가 주력 사업인 롯데 계열사의 종부세도 만만치 않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2조원대의 땅을 보유한 롯데쇼핑은 올해 220억원을 종부세로 내야 하고 롯데호텔도 호텔, 면세점, 골프장 등을 포함해 193억원의 종부세를 내야한다.
유통·서비스업체들이 이처럼 많은 종부세를 내야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매출액 기준 1,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내는 종부세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현재 보유하고 있는 토지가 약 2조 5,000억원대이며 건물은 6조 4,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내는 종부세는 50억원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1조원 가량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15억원 정도의 종부세를 낸다. 이처럼 많은 토지나 건물을 보유하고도 종부세를 적게 내는 이유는 대부분의 토지가 공장부지여서 세금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당이 유통·서비스업체들의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일부 조항을 조정했다. 물류업, 관광호텔업, 유원시설업, 대중골프장 등에 대해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을 현행 40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초과로 상향조정하고, 200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0.8%의 단일세율을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키로 결정한 것. 이 조항이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종부세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이건회 회장 30억원… 2위
종부세가 기업에는 ‘액수’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온다면, 기업오너들에게는 종부세액 공개로 인해 국민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종부세’가 사회적으로 한창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이어서 여론화되는 것 자체가 편할리 없다. ‘부동산 부자’란 타이틀이 달가울리 없을 터.
기업 오너 중 단연 1위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이회장이 내는 종부세는 총 3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17억원을 납부했다.
이 회장은 현재 3채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3채 모두 공시지가 기준으로 국내 단독주택 중 다섯 번째 안에 드는 고가 주택이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 1동의 2층 단독주택(건물 연면적 1,040평, 공시가격 85억2,000만원)을 비롯해 서울 중구 장충동 1가의 단독주택 1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또 다른 단독주택 1채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규모가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은 맞지만 이 회장 소유의 전체 부동산 규모를 파악할 수 없어 그에 따른 종부세 규모 역시 알 수 없다”며 “종부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건희 회장의 종부세 규모말고 다른 기업 오너들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된 것이 없다. 불행(?)하게도 오너 중 1위에 오른 이 회장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지난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에 따라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됐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거나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중과세해 집값을 억제하자는 취지다. 즉 일부 투기꾼들이나 다가구 보유자가 ‘주 타깃’인 셈이다.
그러나 기업이 사업용으로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나 기업총수가 소유한 부동산은 투기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기업 오너들 같은 경우는 부동산 시세 차익으로 인한 이윤으로 재산을 늘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의 집이 ‘터’가 좋은 곳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쉽게 사고 팔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들은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모범 납세’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일찌감치 종부세 자진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투기억제 목적으로 과세한 종부세가 이들에게는 ‘된서리’가 된 셈이다. 종부세가 기업들에도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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