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제다.’대통령 탄핵이 기각되고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기업 총수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경제 및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됐던 국내 정치상황이 제거되면서 대기업 총수들은 중국쇼크, 고유가 문제 등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총수들은 적극적인 투자 및 신규 시장 개척, 기업 이익 극대화 등을 위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2개월여만에 업무에 복귀, 집권 2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를 살릴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런 움직임에 재계 총수들도 동참하고 있다.

그간 총수들은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사법처리가 예상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던 것이 사실. 또 탄핵의 역풍으로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기업활동도 위축됐다.하지만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고,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총수의 사법처리가 최소화됨에 따라, 재계 총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우선, 대선자금 수사로 해외에 나가 있던 총수들의 입국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출국, 미국과 일본 등에 머물고 있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조만간 귀국, 그룹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귀국 후 이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간 회동에 참석하고, 그룹 안팎의 행사에도 참석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삼성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요건 해소 방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 등 직면한 그룹의 현안들에 대해 보고받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측은 “이 회장이 귀국하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현안에 적극 나서지 않겠느냐”고 전했다.지난 6일 돌연 중국 출장을 떠났던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귀국 후, 왕성한 활동이 예상된다.정 회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관계 청산에 따른 기업의 앞날, 그리고 중국의 긴축 정책에 대한 대책마련에 힘을 쏟을 것이란 분석이다.정 회장은 중국 출장 중 중국지주회사 설립과 기아차의 옌청 제2공장 건설 투자협의서 체결, 그리고 중국내 계열기업들의 사업현황 등을 진두지휘했다.지난해 10월이후 줄곧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격호 롯데 회장도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가장 비협조적이라는 점 때문에 신 회장과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은 사법처리가 예상됐었다.하지만 최근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해 불입건 처리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신 회장은 다소 홀가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 역시 빠른 시일내 귀국, 그룹 현안을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롯데 관계자는 “언제 귀국할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유통업의 중국 진출 등 당면한 그룹 현안이 산적한 만큼, 귀국 일정이 빨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SK사태로 구속수감됐다가 지난해 9월 출소한 이후 외부행사 참석을 극도로 자제했던 최태원 SK㈜ 회장도 점차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지난해 악몽을 털어 버리고, 앞으로 SK그룹을 대표하는 최고 경영자로서 한층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최 회장은 8월말 미국 주요 도시에서 개최될 예정인 해외 기업설명회(IR) 행사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SK그룹의 수익 극대화에 전력 투구할 계획이다.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불입건 조치가 확정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중국공장을 방문한데 이어 이달초에는 구미의 LG전자 PDP 4기라인 착공식에 참석했고, 지난 12일에는 경기도 평택 LG생산기술원에서 전자부문 전략회의도 주재하는 등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코오롱 이웅렬 회장도 오는 28일 중국을 방문, 난징에서 열리는 타이어코드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번 방문기간 동안, 중국 쇼크를 정면돌파한다는 의지를 천명할 예정이다.

KCC와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현정은 회장도 그룹 재정비 작업에 착수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 회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과 방북, 대북사업을 직접 챙겼다.이에 반해 한화 김승연 회장은 아직 귀국 일정을 못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1일 미국으로 떠나 현지에 계속 머물고 있는 김 회장은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귀국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한화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산적한 현안이 많아, 김승연 회장의 귀국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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