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계속되는 침체와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중국 쇼크’ ‘오일 쇼크’ ‘금융 대란’ 등으로 올해 경제 성장이 5% 이하로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며 가계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어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올해 경기 회복에 대해 조심스럽게 전망하던 주요 경제기관과 경제전문가들도 ‘성장 둔화’를 예고하며 현경제 상황에 대해 ‘위기론’으로 몰고 가고 있다.정부도 최근까지의 낙관론을 접고 위기 상황을 직시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고유가에 대해서는 미국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견해가 높다’며 현경제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던 이헌재 부총리도 최근 긴급당정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일고 있는 경제위기론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왜 위기론인가

정부가 그동안 중국 쇼크와 오일 쇼크 등에 대해 시장에서는 이미 흡수되어 조정에 들어갔다는 식의 낙관적인 견해를 보인 반면 여당과 상당수 경제전문가 및 언론 등이 현경제 상황에 대해 ‘위기론’으로 몰고 가는 이유는 뭘까.IMF 당시 정부가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악재에 대해 세밀한 분석과 처방을 하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점에서 최근 일고 있는 ‘경제위기론’은 경고성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또 최근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경제위기론’에 대한 보도를 하자 일각에서는 IMF 당시 경고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내 언론이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일각에서는 재벌 기업과 일부 보수관료들이 참여정부의 개혁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경제위기론’을 내세워 ‘성장’ 시스템으로 유도하는 ‘여론몰이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에 대해 인정하고 있으나 과거와 같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내놓고 ‘다만 앞으로 경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국내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주요 요인이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발 악재’라는 점에서 과거 오일 파동 등과 같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또한 전문가들은 중국의 긴축과 금리인상 등으로 그동안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어 경제 성장이 둔화돼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우선 중국 쇼크, 오일 쇼크, 금리인상 전망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최근 주식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금융 대란’에 대한 우려로 표출되고 있다.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경기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 한마디로 전세계 증시가 얼어붙었고 그중에서도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그 충격이 더욱 큰 상황.

중국의 긴축 시스템 가동과 함께 금융시장의 혼란은 ‘단기’가 아닌 ‘장기’로 바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또 미국이 6월중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와 함께 환율 불안에 따라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삼성증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한국 증시 이탈을 선언하고 실제 순매도에 나섬에 따라 ‘금융 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쇼크가 ‘중소기업 대란’을 몰고 올 수 있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악재로 지적하고 있다.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이 과거에 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 쇼크로 인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면서 “동북아 FTA 등을 통해 대체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수출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의지 발목 잡히나

기업 집단과 함께 주요 언론들이 ‘경제위기론’에 편승하며 정부의 개혁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압승과 노무현 대통형의 탄핵 기각에 따라 참여정부의 ‘개혁’과 ‘분배’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와 언론에서는 정부에 기존의 ‘성장’ 기조를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주요 언론들은 ‘경제 위기를 극복한 후에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통해 ‘현시점에서는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은근히 강조했다.또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고위관계자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개혁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주식시장이 혼란할 경우 대형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것처럼 정부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삼성, 현대 등 재벌들은 대외적으로 정부의 개혁의지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공공연하게 내며 ‘성장’ 시스템 유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도 최근 ‘분배’보다 ‘성장’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의중을 비쳐 17대 국회 개원 이후 여당의 경제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반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보수관료와 언론이 생산하는 경제위기론은 경제관료와 재계의 재벌에 대한 규제완화 요구로 이어지며 참여정부 경제개혁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국 쇼크 등으로 중소기업이 큰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과거 개발도상국 단계와 같이 성장 정책을 고집한다면 한국 경제가 더욱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성장 정책으로 효과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개혁을 통한 분배 시스템 가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약골’ 경제 처방전은

우리나라가 IMF 위기에 이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외적인 악재로 인해 ‘경제위기론’이 일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허약한 체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쇼크로 인해 주가가 폭락해 금융시장의 혼란이 야기되고 수출까지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이러한 허약 체질을 입증하고 있다.이에 따라 당장의 경제 위기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북핵 리스크 등 한반도 리스크로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쇼크 등으로 순식간에 금융시장이 붕괴되면서 외국인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기업들은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김선빈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경제 정책 수립에 있어 장단기 정책을 잘 구분하고 우선 순위를 잘 따져야 한다”며 “정부가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에 주력하기 보다는 신용불량 문제, 중소기업 금융대출 문제 등 현안부터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