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했던 대중가수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노래 중에 ‘미국은 나에게 어떤 나라인가(What is America to me?)’ 라는 질문을 던지는 곡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주의, 다양한 종교와 인종, 표현의 자유가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라고 결론 내렸다.
일반 미국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미시간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타인 존중, 상징적인 애국심, 자유, 안보, 자립심과 개인주의, 기회균등, 앞서가기, 행복추구, 정의와 공정성, 비판적인 애국심 등을 핵심적인 미국의 가치로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무슬림 이웃이 괴리감을 느낄까 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 대신에 “해피 홀리데이”라고 인사했다. 특히 라마단 기간에는 무슬림 피자배달부가 맥주 배달을 거부하더라도 이해했다. 또 외국인 학생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공립 초·중·고에 성조기를 걸지 않았다. 언제 배치될지 모르는 여자 군인들을 위해서는 전 부대 막사에 여성 화장실을 유지했다.
이런 나라가 미국이었고, 이런 가치들 때문에 세계 최강의 나라로 지탱할 수 있었다.  
그랬던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체제의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의 반대급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CVIG)을 제공해 주겠다고 김정은에게 밝혔다는 것이다. 비핵화 이후 체제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영구적 비핵화와 안전보장’ 합의를 조약으로 의회에 제출하겠다고도 했단다.
이 무슨 미국답지 않은 말인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미국의 가치를 송두리째 버리겠다는 발상이 아닌가. 이는 무언가를 이룰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소리로 들려 섬뜩하기조차 하다.
미국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질범과 협상하지 않는다. 설사 인질이 희생된다 해도 결코 인질범과는 흥정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켜 왔다. 흥정하면 더 많은 인질범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이 지금 북한 핵무기를 체제 안전보장과 맞교환하려고 하고 있다. 북한과 흥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좋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어디 있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래서 눈감아주기로 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 흥정카드가 왜 하필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인가?
북한 체제 안전보장이란 쉽게 말해 지금까지 이어온 수령체제를 앞으로도 용인해주겠다는 뜻이다. 독재 정권을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인권이 말살된 체제를 말이다.
남의 나라 체제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가치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른바 ‘경찰국가’라는 미국이 인권이 유린당하는 나라의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이는 마치 가족들은 온갖 학대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자기만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가장이 흉기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흉기를 버리면 그 가장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 낼 수 있는 미국의 유일한 전략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에 불안해 하는 김정은이 덥석 물 수 있는 최상의 미끼라는 것이다.
설사 그 분석이 옳다 해도 체제 안전 보장 카드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지금 미국의 가치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고 인종차별적인 사건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민자로 구성된 나라에서 유례없는 불법 이민자 추방이 이뤄지고 있고, 여성을 비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보호무역으로 돌아서고 있기도 하다.  “가치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도 이 같은 미국 내 기류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미국에게 묻는다. 앞으로도 인질범과 흥정할 것인가?
시나트라가 자랑스러워 했던 그 미국은 지금 어떤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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