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탈무드에 등장하는 ‘지혜의 왕’, 솔로몬의 이름을 딴 솔로몬 제도는 2만8450km나 되는 널찍한 면적에 992개 이상의 섬들이 북서-남동 방향으로 대각선을 이루며 길게 뻗은, 열도에 가까운 섬나라이다.
솔로몬의 원시마을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라져가는 전통방식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일부러 보존한 것이 아닌, 현대적인 삶을 살다가 다시 원시생활로 돌아가기로 작심한 사람들이 만든 공동체로 이를 ‘모로 운동’이라고 한다.
이 독특한 역발상적 운동은 솔로몬 제도의 수도 호니아라가 위치한 과달카날 섬에서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이어진 ‘과거로의 회귀’ 운동을 잇고 있다.
현재도 약 3~4000명의 솔로몬 사람들이 이 방식대로 살아간다. 전기와 가스를 비롯해 그 어떤 문명의 이기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급자족하며 자신들만의 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다. 또 누구도 이들의 결정과 삶의 방식을 평가하지 않는다.
수도 호니아라에는 비가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솔로몬 관광청의 크리스는 도로 사정이 별로 좋지 않지만, 재정비 중이니 이해해 달라며 차에 타자마자 당부를 했다.
신호등도 없어 방어 운전은 필수. 그렇게 30여 분을 달리자 카지노와 원색의 멋스럽고 버젓한 가게들, 3층 높이의 쇼핑몰 건물까지, 순식간에 현대적인 도심으로 진입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와 다시 달리니 또다시 반전이 시작됐다.
과거여행부터 시작했다. 루마 타포포호라는 이름의 모로 운동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원시부족마을에 도착했다. 여행객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진짜 원시 방식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처음 만났기 때문에 그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태도와 표정에 부쩍 신경을 썼다.
족장이 먼저 비틀넛을 깨물고 나뭇잎을 젓가락 두개 넓이만큼 접어 하얀 가루에 찍어 먹는다. 대체 무슨 맛인지 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 없어 매실처럼 생긴 비틀넛 열매를 받아 들었다.
앞으로 어떤 음식도 전부 떫게 느껴질 것만 같은 아주 기분 나쁘게 찌릿한 맛이었다. 솔로몬에서 만난 몇 안 되는 사람들 모두 치아와 잇몸이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바로 비틀넛 때문이었다.
루마 타포포호 마을은 원시부족의 모습으로 사는 10개의 마을 중 호니아라 시내와 가장 가까운 마을이어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마을이다.
차돌을 달구어 음식을 만드는 방식을 ‘구라’라고 한다. 코코넛 밀크에 펄펄 끓는 차돌을 담그면 코코넛 밀크가 열기로 팍 튀어 오르면서 구수하고 달콤한 코코넛 향이 퍼져 식욕을 자극한다. 따끈해진 코코넛 밀크에 다진 고기와 야채를 코코넛 잎으로 싼 묶음을 넣고, 잎으로 덮은 후 다시 차돌을 돌리는 과정을 세 네 번 정도 반복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프란시나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옷을 벗어 정성스럽게 입혀주었다.
솔로몬의 수도는 ‘호니아라’이지만 여행자들의 수도는 '기조’로 불린다. 기조와 문다에서는 세계대전 당시 난파된 비행기와 탱크, 전투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리조트 인근에 그렇게 많은 물고기와 산호를 보기 어려운데, 남태평양에서도 유독 솔로몬의 수중 환경은 압도적이다. 연산호의 수도로 불리는 피지나, 에메랄드 빛 사모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기조와 문다에서 호니아라 사이를 운행하는 비행기의 경우, 좌석 지정이 안 돼 있기도 해서 비행기가 도착하면 잽싸게 달려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또 경비행기로 운행되고 있어 체크인 시에 사람도 함께 무게를 측정한다.
기조의 리조트들
다이빙을 즐기고 싶다면 이미지네이션 아일랜드 리조트를 추천한다. 시설은 백팩커 수준이지만, 4명이 1박에 10~15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이 정도의 바다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한다.
대부분 평가가 좋은 리조트들은 시설보다는 바다와 주변 환경이 더 훌륭한 곳들이다. 선비스 리조트와 오라바에는 ‘에코 리트리트’라는 생소한 분류 기준에 속한다.
모든 영토가 섬으로 이루어진 솔로몬은 수도인 호니아라에 위치한 호니아라 국제공항에서 각 섬으로 보트 또는 국내선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한국에서 직항이 있는 호주의 브리즈번과 시드니, 피지의 난디에서 가는 방법이 가장 편리하며 일본이나 호주에서 파푸아뉴기니의 포트모리스비 혹은 바누아투의 포트빌라로 먼저 이동한 뒤, 항공을 갈아타고 솔로몬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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