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자사 국민카드 가맹점 중 매출 대비 연체율이 10% 이상인 가맹점에 대해 일방적으로 거래정지를 통보해 물의를 빚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카드깡이나 불법 매출 등이 의심되는 가맹점에 대해 실사를 통해 한도 제한이나 거래 정지, 심할 경우에는 가맹점 해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데 이번 국민은행의 부실 가맹점 골라내기 작업은 단순히 연체율만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국민은행은 카드 연체율 축소를 위해 부실가맹점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가맹점에 대한 부정행위 여부 조사도 없이 단순 연체율만을 따져 거래정지를 통보해 가맹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국민은행은 본사 전산시스템을 통해 전체 가맹점 중 연체율 10% 이상인 가맹점 6700여개를 추려내고 4월초부터 안내문을 발송, 해당 가맹점에 대해 지난 4월 15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거래정지를 통보했다.가맹점 연체율이란 가맹점을 이용한 고객들이 카드거래 후 사용금액을 정산하지 않아 연체되는 경우를 해당 가맹점의 총 카드매출에 대비한 것으로 실제 가맹점을 이용한 고객들의 연체 상황을 의미한다.카드업계에서는 가맹점의 연체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통상 카드깡이나 불법 매출로 의심해 실사를 통해 해당 가맹점에 대해 제한이나 해지조치를 취하고 있다.충북 청주시 한 가맹점 관계자는 “국민은행측이 사전에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거래정지 안내문을 보내 황당했다”며 “해당 지점에 확인해본 결과 카드깡이나 불법 매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본사에서 연체율이 10% 이상이어서 무조건 정지시키라는 지시를 내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비난했다.

강원도 춘천시 한 가맹점 대표는 “가맹점을 찾는 개인회원의 연체를 가맹점 탓으로 돌려 카드깡 등과 무관한 가맹점이 연체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거래 정지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의 연체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직접 가맹점 실사를 통해 거래전표 등 매출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부정행위 여부가 밝혀지면 거래정지나 해지 조치를 취한다”며 “일정 기준의 연체율만 따져서 가맹점에 대해 거래정지 등 제한조치를 하는 경우는 카드업계 통념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10% 이상인 6700여개 가맹점에 대해 거래정지 통보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전산상으로는 거래정지를 하지 않았고 일부 거래정지가 된 경우는 지점에서 별도로 확인절차를 거쳐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거래정지 통보 후에 항의전화를 한 가맹점 중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은 2000여개 가맹점에 대해서는 거래정지를 철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거래정지 통보를 받은 가맹점들이 해당 지점에 전화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담당직원이 “이미 거래 정지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서울 도봉구 한 가맹점 대표는 “지난 4월 15일부터 거래 정지된다는 통보를 받고 해당지점에 몇 차례 확인을 했으나 담당직원이 ‘약간 지연되어 19일부터 확실히 거래 정지됐다’고 말해 이후 국민카드는 받지 않아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가맹점 관계자는 “부실 가맹점을 골라내기 위해 6700여개 가맹점에 거래정지 통보를 한 후 가맹점들의 반응을 보고 항의할 경우 카드깡 등의 의심이 없다고 판단해 거래정지 철회를 한다는 것은 가맹점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특히 가맹점 약관상에는 가맹점의 연체율만 따져 가맹점의 거래정지 등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한 조항이 없어 약관 위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카드 가맹점 약관상에는 ‘가맹점 거래정지 및 계약해지’ 조항에서 ‘장기간 비매출 또는 가맹점 신용상태 악화 등으로 더 이상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별도의 통지없이 가맹점을 일시적으로 거래정지하거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 실제 카드깡이나 불법 매출 등에 대해 본사에서 조사해 확인할 경우에만 거래정지나 가맹점 해지가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맹점 약관상에 기재된 조항만 본다면 가맹점의 연체율만 적용해 거래정지나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카드깡 등 불법 행위가 아닌 이상 개인회원의 연체 상황만 적용해 가맹점의 거래를 정지시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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