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진보, 정당체제, 지역 구도 ‘지각 변동’ 예고
- ‘보수 인물 부재론’ 지속 ‘대선 주자 무덤’이 된 지방선거

 
6.1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정치 지형은 대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 발표된 방송 3사 여론조사를 보면 17개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4석 자유한국당이 2석, 무소속이 1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 경북만 자유한국당이 가져가고 텃밭이던 부산·울산·경남이 민주당의 손으로 넘어간다는 관측이다. 여론조사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지만 역대 선거와는 다른 선거 환경에 안 믿을 수도 없는 게 유권자의 처지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선거결과가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된다. 일단 지난 대선에서 중앙권력을 잡은 게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원내 1당은 따놓은 당상으로 의회권력도 여당이 가져갈 공산이 높다.

게다가 지방권력까지 여당이 가져갈 경우 집권 여당으로서 더할 나위없는 상황이다. 중앙·의회·지방권력을 동시에 석권한 민주당은 당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치 풍토도 대변혁이 예상된다. 일단 남북미정상회담으로 종전협정이 이뤄질 경우 전통적인 보수·진보 구별이 엷어질 공산이 높다. 통상 보수냐 진보냐는 가르는 절대 기준 중 하나가 북한을 보는 관점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주사파’, ‘빨갱이’ 운운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남북이 평화협정을 통해 경제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이념보다 돈의 흐름에 따라 북한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공산이 높다. 이미 국내외 투자에 한계를 느낀 대기업들은 남북한 경제교류라는 큰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북한을 경제 파트너로 삼을 경우 이념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념 전쟁’에서 ‘쩐의 전쟁’으로 대전환이 예상된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경제적인 관점으로 바뀌는 것과 동시에 현 정당 체제의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는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5당 체제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보수 정당 참패로 끝난다면 야권 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단일화’ 논의다.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단일화 논의 자체가 정당 노선이나 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단순히 ‘승리’를 위한 인위적인 단일화는 기존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필패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정당을 보면 민중당을 제외한 기득권 정당 중에서 진보정당으로 꼽아서 부를 정당은 없다. 거꾸로 보수 정당을 표방하는 당 중에서 ‘진짜 보수 정당’도 없는 게 솔직한 대한민국 정당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런 풍토에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도 당안팎에서 크게 갈등이나 잡음이 일지 않았다.
 
정당의 가치나 노선이 확연히 다르지만 두 정당의 인위적인 교섭단체 구성은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을 벗어나 소수 정당이 뭉쳐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려는 실리정치 추구의 실험인 셈이다. 결국 지방선거 결과에서 보수 정당이 참패한다면 정당 간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이뤄져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게 한국 정당정치다.
 
이미 정계개편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에선 김무성 의원이 지방선거 이후 ‘보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바른미래당에선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방선거 후에 진행될 정계개편을 준비하기 위해서(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김 의원과 손 위원장이 모두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문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두 당이 합친다고 국민들이 ‘보수 통합’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다른 의미다. 바른미래당 호남 소속 의원들의 경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통합에 함께할 공산은 낮다. 또한 수도권 출신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김성식 관악갑 의원과 이상돈·장정숙 의원이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바 있다. 다시 한국당으로 가느니 민주평화당행을 선택하거나 무소속으로 남을 공산이 높다. 여기에 몸은 바른미래당에 있지만 마음은 민주평화당에 있는 장정숙, 이상돈 비례대표 의원들 역시 빠질 공산이 높다.
 
또한 유승민 공동대표 역시 한국당에서 받아줄 공산은 매우 낮다. 결국 김무성-손학규 발 보수 통합의 민낯은 한국당내 친박 세력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계열, 그리고 호남과 일부 수도권 출신 의원들을 제외한 통합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민주평화당 역시 흔들릴 공산이 높다. 여론조사 결과처럼 호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할 경우 존재감은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수 정당 발 정계개편 속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집권여당인 민주당행과 보수통합당 참여, 그리고 무소속으로 사분오열될 수 있다. 결국 5당 체제 속 4당 교섭단체 체제는 지방선거 이후 변화될 수밖에 없다. 돌고 돌아 3당 체제로 회귀할 공산이 높다.
 
지역주의 타파도 현실화될 수 있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 깃발이 꽂힐 경우 사실상 민주당은 전국정당으로 거듭난다. 박빙 속 우세인 대구마저 민주당 후보가 가져갈 경우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각종 선거에서 영호남 지역주의가 선거판을 뒤흔들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보수 정당 텃밭이던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사실상 지역구도는 더 이상 예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지방선거가 한국당 등 보수 정당 참패로 끝날 경우 체감할 가장 큰 변화는 보수 정당으로 나설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모두 ‘올드 보이’가 돼 뒷방으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당대표를 비롯해,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유승민 공동대표, 손학규 선대위원장,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대상이다. 지방선거 참패도 아픈 대목이지만 2017년 조기대선과 마찬가지로 인물 부재가 4년 후인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보수 정당을 더 암울하게 만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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