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지난 2017년 5월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비방한 K씨가 최근 공직선거법 재판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K씨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선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후보님! 삼성 앞에 떳떳하십니까?’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한 것에 대해 검찰과 재판부는 2017년 11월 17일 1심 판결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배심원은 ‘무죄’라는 판단이 ‘유죄’보다 많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유력한 대선 후보나 정치인에 대한 사법부의 ‘오락가락’ 판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비방한 혐의를 받은 한 교수 역시 1심에서 배심원 전원 ‘무죄’를 내렸지만 1심 재판부는 유죄판결을 내려 논란이 됐다. 결국 이 교수 역시 2심에서 무죄를 받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부가 1심 판결을 권력 눈치를 보고 정치 재판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오락가락’ 사법부 2심 재판부 배심원 무죄 ‘손’ 들어줘
-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국민참여재판 왜 도입했나

 
2017년 조기 대선 직전인 3월 2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문재인 당시 경선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한 K씨에 대해 벌금형이 내려졌다. 2017년 11월17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선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K(58)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김씨는 3월 21일 오전 9시께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가 되려던 문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화물차에 단 채 강남구 테헤란로 등 3.5㎞ 구간을 22분 동안 이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수막에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님! 삼성 앞에 떳떳하십니까?’라는 글이 담겼다.
 
이 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날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탄 차가 테헤란로를 지날 때 K씨 화물차가 접근해 현수막 내용은 TV에 생중계됐다. 검찰은 K씨가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후보자가 되려는 문재인 후보의 성명을 명시한 현수막을 설치했다고 범죄사실을 적시했다. 문 대통령은 치열한 경선을 거쳐 4월3일 최종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됐다.
 
사법부, 국민참여재판, 왜 도입했나 비판 목소리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고자 간판·현수막 등을 설치·게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에 다닌 K씨는 회사가 노조 설립을 추진한 자신을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1991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고무효 1심에서 패한 그는 2심에서 당시 문재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K씨는 “과거 삼성 측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자신을 변론했던 문재인 변호사가 위 문제를 양심적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불어민주당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요청할 목적으로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하였을 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K씨가 19대 대선에 영향을 주려 했다며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현수막 아래 ‘시민 여러분!! 핸드폰으로 여기 이 현수막을 찍어 인터넷으로 많이 퍼날라 주십시오’라는 문구와 K씨가 경찰 진술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다만 운행 거리와 시간이 길지 않고 경선 결과에 특별히 영향을 미친 바 없다는 점과 사건 이후 선관위 지도에 따라 현수막을 제거한 것으로 보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당시 국민참여재판으로 총 배심원 7명 중 3명은 유죄, 4명은 무죄로 평결했다.
 
이에 K씨는 즉각 상소를 했고 올해 5월16일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 판단에서는 1심 판결과는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K씨의 행위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초동 한 법조인은 “공직선거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며 “22분간 현수막이 노출되고 TV에 잠시 노출됐다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영향을 줬다고 검찰이 200만 원을 구형한 것이나 재판부가 벌금형을 내린 것은 전형적인 사법부의 권력눈치보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은 2심 무죄판결에 대해 상고장을 제출해 K씨는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사법부의 선거법 관련 ‘오락가락’ 판단은 지난 2012년 대선 때에도 나타났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안중근 의사의 유묵의 소장 경위나 도난 경위의 해명’을 촉구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안도현 시인이 검찰에 기소됐다.
 
안도현 시인은 2012년 12월10일 “보물인 안중근 의사 유목 누가 훔쳐갔나? 1972년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 소장, 그 이후 박근혜가 소장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문화재청에서는 도난문화재라고 한다”는 등의 글을 이틀 동안 17회에 걸쳐 올린 게 기소의 배경이 됐다. 이에 검찰은 특정 후보자를 선거에 불리하도록 허위 사실을 공표함과 동시에 후보자를 비방했다며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3년 10월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전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은택 부장판사)는 배심원 무죄판결과는 달리 “피고인의 후보자 비방은 죄가 있지만 처벌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라면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유죄판결을 내려 논란이 거셌다. 허위사실공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박근혜 대선 후보 ‘안도현시인’, 배심원 전원 무죄 1심 유죄
 
안도현 시인은 바로 항소했다. 특히 그는 “후보자비방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의 사실상 기속력을 무시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 배경을 밝혔다. 결국 광주고법전주제1형사부(재판장 임상기 부장판사)는 2014년 3월25일 1심 유죄판결을 뒤집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유권자에게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공무담임적격성을 가늠하는 데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공공의 이익이 중요한 동기가 됐다”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역시 검찰은 대법원에 즉각 항소를 했지만 대법원 판단 역시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여권의 한 인사는 “유력 정치인 관련 선거법 재판이란 게 정치재판으로 흐를 공산이 높고 ‘일단 걸고 보자’는 괘씸죄 성격도 있다”며 “검찰도 문제지만 1심 재판부는 ‘유죄’, 피고인 ‘항고’, 2심 재판부 ‘무죄’ 다시 검찰 항소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가 나오는 동안 피고인은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오락가락 선거법 재판에 대해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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