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선의 경쟁 구도에 소비자 웃는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최근 이통 3사가 데이터 제공량을 기존보다 대폭 늘리거나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잇달아 내놓았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 로밍 요금제도 앞다퉈 출시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보편요금제를 추진하고 있어 업계와의 마찰도 예고됐다. 일요서울은 요금제 인하 경쟁에서 실속을 챙기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속도·용량 제한 없는 파격 조건 내세워
정부 vs 이통사 ‘팽팽한 의견 대립’…실용성이 관건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가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며 고객 몰이에 나섰다.

보편 요금제는 월 2만 원대 초반에 음성통화 200분, 문자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인 보편요금제 입법안이 5월 11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통 3사의 저가 요금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실속을 챙기기 위해 어떤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지 알아봤다.

‘답답한 무제한’ 아닌 ‘진짜’ 무제한 요금제 등장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중 가장 먼저, 타사 요금제보다 3만 원 정도 낮고, 기본 데이터를 다 쓰더라도 속도에 제한 없는 ‘진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국내 이통사 중 처음으로 속도 제한 없이 LTE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월 8만8000원)를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하루 데이터 할당량을 모두 소진하면 속도가 제한돼 영상이 끊기는 등 ‘답답한 무제한’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LG유플러스는 “전체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데이터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데이터 혜택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요금제 개편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과 40GB 데이터를 공유할 수도 있어 인기다, 이와 함께 ‘U+프로야구, ‘U+골프’ 등 데이터 특화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1분기 가입 고객이 전 분기보다 9배나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요금제 개편 이후 KT는 4만 원대부터 속도 제어 조건의 무제한 요금제로 대응에 나섰다. KT는 5월 30일 월 8만, 6만, 4만 원대 3종으로 구성된 ‘데이터 ON’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 이용자를 위한 ‘LTE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했다. 월 8만9000원 요금제에선 용량과 속도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이 요금제는 LG유플러스보다 1000원 비싸지만, 지인과 나눠 쓸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50GB로 10GB 많다. 월 6만 원대 요금제에선 기존 제공하던 데이터 10GB의 10배인 월 100GB를 제공한다. 월 4만 원대 요금제에선 기본 3GB 데이터 제공량 초과 시 속도는 1Mbps로 제한되지만,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준다.

KT가 제공하는 3만 원대 저가 요금제는 선택 약정 25% 할인을 받을 경우 월 2만4750원에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 1GB가 제공된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2만 원대 요금에 음성 200분과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이번 경쟁에서 한 발 늦은 모양새다. SK텔레콤은 인가사업자인 탓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아야 통신요금제를 개편할 수 있다. 내부에서 결정이 내려져도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도 빠르면 이달 안에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은 고가 요금제뿐만 아니라 저가 요금제도 함께 대폭 손볼 것으로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와 함께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장하는 참여연대는 “LG유플러스와 KT가 내놓은 요금제는 무제한이라고 고가 요금제 가입자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면서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적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적정 가격 수준의 요금제이지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일부 고객에게만 유리한 비싼 무제한 요금제 개편이 아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높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에게만 유리한 반쪽짜리 개편이라는 것. 하지만 기존에 높은 요금제를 이용하면서도 서비스에 불만을 느껴왔던 소비자들은 더 나은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확실하다.

휴가철 앞두고 해외 로밍 요금제 출시

데이터 요금제 개편과 함께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이동통신 3사는 최근 해외 로밍 요금제도 앞다퉈 출시 중이다. 소비자들은 가입한 통신사와 방문할 국가, 해당 국가의 유심 선불 사용 등 현지 통신사 구매와 비교해 어떤 것이 저렴한지 비교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과 전화·문자를 주고받아야 하고, 현지 유심으로 갈아 끼우는 것이 번거롭고 어렵다면 로밍서비스가 유리하다.

LG유플러스는 5월 28일 가장 먼저 중국·일본·미국 등 37개국에서 하루 1만3200원에 속도·용량 제한 없이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내놨다. 휴대전화가 와이파이 분배기 역할을 하는 테더링도 가능하다. 지난 2월 출시한 ‘맘 편한 데이터팩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3일 동안 데이터 2GB에 2만4200원, 20일 동안 4.5GB에 6만500원에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한 데이터 서비스(mVoIP)를 쓸 경우 유리하다.

KT도 ‘로밍온’ 요금제를 출시해 5월 30일부터 미국·중국·일본에서 음성통화 이용 때 국내와 같은 1초당 1.98원에 통화할 수 있고, 지난 1일부터 8월 말까지 200kbps 속도제한이 있지만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로밍 요금제인 ‘데이터 로밍 종일 톡’의 가격을 하루 7700원에서 330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SK텔레콤은 가장 늦은 6월 3일 미주 15개국, 유럽 44개국에서 30일 동안 이용 가능한 ‘T 로밍 지역 맞춤 요금제 미주·유럽 패스’를 내놓았다. 미주는 데이터 3GB를 3만3000원, 6GB를 5만3000원에 쓸 수 있다. 유럽은 3GB 3만9000원, 6GB 5만9000원이다.

앞서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 매일 3분 무료통화에 초 단위로 요금을 과금하고, 데이터요금 상한 5000원에 이용 가능한 ‘자동안심 T 로밍’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별도의 가입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짧은 통화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한편 “국내 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3대 이동통신사가 어떤 실용적인 요금제를 내놓아 소비자를 선점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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