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저 임금 개정안 주도에 민노총 ‘뿔났다’
민주당 최저 임금 개정안 주도에 민노총 ‘뿔났다’
  • 박아름 기자
  • 입력 2018-06-08 17:25
  • 승인 2018.06.08 17:25
  • 호수 1258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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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는 불참… 유세 현장 쫓아다니며 ‘기습 시위’
7일 오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원 강릉시 옥천동 오거리 홈플러스 앞 민주당 유세차에 올라 강릉시민들에게 더불어민주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최저임금법 개정 관련 민주노총의 몽니가 심각해지는 형세다. 급기야 ‘우군’인 더불어민주당에까지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개정안 통과를 주도했다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민주당 지도부 유세 현장마다 따라다니며 기습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노조 출신’이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민주노총의 폭주에 민주당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대치 상황’이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반발… “민주당이 주도” 대립각
민주당 “폭력적 방법 아닌 민주적 의사표현 대응” 의사 밝혀

 
지난달 28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기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삭감법’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돌리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이 개정안을 주도했다는 이유다.
 
민노총 출신 홍영표 원내대표 ‘골머리’
 
특히 민주노총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책임화살을 돌리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개정안 통과를 주도했다는 이유다. 홍 원내대표가 대우자동차 노조 출신이라는 점이 민주노총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개정안 통과 직후 줄곧 홍 원내대표의 행방을 뒤쫓고 있다. 울산(30일)→군산(1일)→구미(2일)→천안(3일)→서울 송파(4일) 등 홍 원내대표의 선거 일정에 어김없이 나타나 방해공작을 벌였다. 유세 현장에서 손팻말과 확성기를 사용해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하라” “홍영표는 사퇴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는 것.
 
급기야 양측은 ‘대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울산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소속 조합원 40여 명에 가로 막혀 약 1시간 동안 대치했다. 이 자리에서 한 민주노총 관계자가 “적폐 세력과 야합해 최저임금법을 개악한 원흉 홍영표는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라”고 외치자 홍 원내대표는 “지금 말씀하신 분보다 훨씬 어려운 최저임금 미만에 있는 노동자가 수백만 명 있다는 걸 아느냐”고 맞받아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제든 개정된 최저임금법과 소득 주도 성장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할 마음을 갖고 있다”며 “더 이상 민주당 후보들의 유세를 방해하는 행위는 삼가 달라”고 밝혔지만 민주노총의 몽니는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한모 청와대 행정관이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민주노총을 비방한 것은 불씨를 더욱 키웠다. 정 행정관은 “민주노총도 이젠 시대 변화를 읽고 활동했으면 한다” “이제는 (박근혜 정부 때처럼 민주노총) 본부가 털려도 무서워 아무 말 못하던 때도 아닌데” “내부 파벌싸움도 외부 투쟁도 모두 변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특히 정 행정관은 민주노총의 유세 현장 기습 시위에 대해 “우리당 선거판 따라다니시며 방해하면서 공식 루트는 다 거부하시는 게 그리 예의 갖춘 행동은 아니라 본다”고도 지적했다고 알려진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개악법을 스스로 잘한 일이라고 떠벌이는 홍영표의 오만과 다름없다”며 각을 세웠다.
 
민주노총 ‘몽니’ 여론 공감은 ‘글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여당과 민주노총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도 이어가고 있다. 불법·폭력 시위로 3년형을 선고받았던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이 지난 5월 21일 가석방 출소한 것도 이들의 동력을 키울 전망이다.
 
다만 민주노총의 이 같은 폭주가 여론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정부 여당과 공식 루트를 통한 대화는 거부하면서 자극적인 방법을 통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 현지 만찬 회동을 갖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는 최저임금법 관련 등을 둘러싼 노정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같은 날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민주노총은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앞서 지난 5월 22일에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 문제와 관련 모든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민주노총이 ‘6.13지방선거 낙선운동’까지 시사하며 막으려했던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자 이에 반발, 사회적 대화 불참을 강행한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에서는 “폭력적 방식이 아닌 민주적 의사 표현에는 충분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민주노총의 행보에 따가운 시선이 적지 않다.
 
한 지역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권자들을 만나는 시간에 여러 명이 몰려와 ‘당을 해체하라’는 등 최저임금법 관련 기습 시위를 강행하고 있다. 몸싸움도 벌어지며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선거 방해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의 단계부터 ‘6.13지방선거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하지 않았느냐”면서 “최저임금 관련한 사회적 대화는 불참하면서 유세 현장만 쫓아다니며 비판하는 게 얼마나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 선관위는 최재성 민주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 유세에서 선거운동을 방해한 혐의로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서울 송파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노총 측에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공문을 보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