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자본이 인수한 브릿지증권이 최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회사의 대주주인 BIH가 유상감자와 건물매각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브릿지증권 노조는 “외국계 투기자본인 BIH측이 고배당·감자 등을 통해 국부유출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투자자금 회수 시나리오’ 등에 대해 알아봤다.브릿지증권은 2002년 1월 리젠트증권(98년 외국계 투자자본 BIH 인수)과 일은증권(2000년 BIH인수)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 현재 BIH의 브릿지증권 지분율은 62.92%로 자사주를 포함하면 90%대에 달한다. 브릿지증권 노조와 증권산업노조 등은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가 오는 5월께 대규모 유상감자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브릿지증권 노조 관계자는 “BIH가 지난 98년 3월에 한국에 진출해, 이미 대규모의 배당 및 감자, 합병시 주식매수청구로 자본을 일부 매수했다”며 “이어 5월께 1,200억원의 대규모 유상감자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조 등은 BIH 등 외국계 투기자본이 한국금융시장에 진출, 자본유출을 통한 자본이득만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자본유출의 시나리오’는 보통 3단계로 진행된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1단계는 우량회사 인수 후 대규모 배당으로 초기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며, 슬림화 등으로 비용절감에 주력한다는 것. 2단계로는 회사유보금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소액주주 내몰기와 이를 통해 대주주의 지분확대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우량한 회사의 브랜드 가치 및 수익성 구조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킴으로써 자본유출의 명분을 축적하며, 또 고정자산의 유동화를 통해 대규모 자본유출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3단계로는 대규모 자본유출 등으로 기업의 자생력을 상실하게 만든 뒤 매각 및 청산을 통해 완전히 정리한 후 한국을 떠난다는 것이다.노조 등은 브릿지증권이 이런 투자자금 회수 시나리오에 따라 2단계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노조에 따르면 BIH가 합병에 따른 주식매각청구와 4차례의 유상감자, 70%의 고배당 등을 통해 투자원금(2,200억원)중 647억원을 회수해갔다는 것. 이는 대규모의 배당을 통한 초기투자금액을 회수한다는 1단계 시나리오에 속한다는 것이다.이어 ‘브릿지증권의 자사주를 취득한 후, 대주주의 지분을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정자산의 유동화를 통해 자본유출 규모 극대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2단계도 진행되고 있다’고 노조측은 주장했다.이와 관련, 노조는 BIH측이 고정자산의 현금화를 위해 건물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IH가 평가액이 730억원인 브릿지증권 사옥을 최근 GE캐피탈 등에 714억원을 받고 헐값에 매각했다는 것.노조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자산이 큰 건물을 매각할 때는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매각하는 것이 상식이며, 이번 을지로와 여의도 브릿지증권 사옥은 현재 체결된 714억원보다 최소 80억 이상 높은 가격으로 충분히 매각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 을지로·여의도 사옥을 MOU체결을 통해, 그것도 외국자본에 비밀리에 넘긴 것은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BIH가 사옥 매각대금으로 대규모 증자를 추진해 자본금을 현재 688억원에서 1,500억원 수준으로 늘린 뒤 5월에 다시 1,2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실시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유상감자란 발행된 주식의 일부를 돈을 주고 사들여 소각해 자본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자사주 매입후 소각이 회사 잉여금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유상감자는 회사 자본금을 이용한다. 즉 BIH가 회사 자본금으로 대주주의 지분을 사들인 후 소각하는 유상감자를 통해 1,200억원의 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노조 관계자는 “BIH가 합병이후 유상감자 등을 통해 이미 수백억원의 자본을 감소시켰다. 이는 투기자본이 국부유출을 자행한 것”이라며 “이런 외국계 자본의 지능화된 자본 유출 행태를 헌행 법규로 막을 대책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대 이찬근 교수는“IMF 이후 한국금융시장의 투명성 강화, 선진금융기법 도입 등을 목적으로 한 외국자본 유치가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감독소홀로 인해 결과적으로 자본유출을 통한 자본이득만을 노리는 투기자본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국부유출에 대한 법적 제재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회사측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대주주인 BIH로부터 자본감소를 위한 공식적인 제안을 요청받지 못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대로 다시 공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국계 투기자본 횡포 심각”

증권산업노조와 대안연대회의 등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투기 자본의 횡포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증권노조 등은 최근 불거진 브릿지증권사태를 비롯, ‘타이거 펀드의 SK텔레콤에 대한 그린메일링 시도’, ‘소버린의 SK지분 매집과 적대적 M&A 시도’, ‘만도기계·OB맥주의 감자를 통한 국부유출’등을 구체적인 예로 들고 있다.노조는 “(주)만도의 경우 지난해 말 자사주 무상소각과 주주지분을 유상소각해 514억원의 자금을 대주주인 JP모건이 회수했다”며 “업계에서도 최대주주인 JP모건이 회사의 성장여력 축적을 도외시한 채 투자자금 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OB맥주의 대주주인 벨기에의 인터브루사(지분 95%)가 지난달 유상소각을 통해 1,600억원의 돈을 회수했으며, 또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정자산 매각이나 부채를 져야하므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노조측은 지적했다.이밖에 노조는 ‘론스타의 외환카드 인수과정에서의 시장교란(두 차례에 걸친 현금서비스 중단)’, ‘LG카드 사태와 외자계 은행의 수수방관’, ‘진로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채권매집과 법정관리 공방’, ‘시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와 상장폐지 계획(국내저축의 해외이탈 및 초과이윤 빼돌리기의 가능성)’등도 외국계 투자자본들의 폐해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노조는 “최근 국내 증시에 투입된 외국자본의 대부분이 단기성 투기자금”이라며 “이런 외국투기자본들이 고배당·감자 등을 통한 국부유출을 자행하고 있는 만큼, 법적·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