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이 잇따라 법망을 빠져나오고 있다. LG 구본무 회장에 이어 사법처리가 예상되던 롯데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무혐의 처리되면서 검찰의 노골적인 ‘재벌총수 봐주기’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재벌총수에 대한 정부의 ‘면죄부’ 발행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당초 검찰은 롯데 총수 부자에 대해 사법처리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앞으로 남아 있는 삼성, 한화, 한진 등의 재벌총수들도 사법처리가 어려울 것을 감안, 실제 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 계열사 사장들만 사법처리하는 소심한 대응으로 결말을 맺으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롯데는 총선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신동빈 부회장은 사법처리에서 제외됐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검찰과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내부에서는 롯데측의 언론 플레이에 불쾌한 심정을 보였으나 총선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러한 과정에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 직후 신동빈 부회장에게 대선자금 제공에 대한 것을 보고했다”는 롯데쇼핑 신동인 사장의 말만 믿고 검찰은 신 사장을 기소하고 신 부회장은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업계 관계자는 “롯데 신동빈 부회장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도 문제지만 이번 롯데 총수부자의 무혐의는 총선을 이용한 롯데의 정치적인 언론 플레이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측은 “수백억원의 검은 돈이 정치권에 넘겨지는데 총수는 전혀 몰랐다는 기업측 진술을 검찰은 그대로 믿고 있다”며 “검찰이 SK그룹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실이 밝혀진 이후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길 바랐던 국민들의 염원을 또다시 저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검찰은 이러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내부적으로 재벌총수 1~2명에 대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고위관계자는 “사실상 재벌총수들이 불법 대선자금 제공에 직접 나섰다는 증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재벌총수라도 증거만 확보된다면 무조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총선 이후 비난여론과 정치적인 변화에 맞춰 그동안 느슨했던 재벌총수에 대한 검찰수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총선 결과가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재벌총수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를 두고 검찰이 민감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롯데의 경우 재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검찰이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재벌총수에 대한 차별적인 수사가 밝혀지거나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정부가 검찰내부에 대한 구도변화를 추진하거나 문책에 나설 수 있기 때문.롯데 총수 부자는 일본에서 무혐의 소식을 접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총선 이후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재개한데다 재수사 소문도 나돌고 있어 6개월 이상 체류 중이지만 아직까지 귀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중대한 비리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 동부그룹의 경우 김준기 회장을 소환해 형사처벌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이달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계자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설 예정이다.또한 해외에 체류중인 한화 김승연 회장에 대해서는 귀국후 사법처리에 대한 결론이 지어질 것으로 보이며, 금호 박삼구 회장은 이번 수사에서 불법 대선자금 제공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을 포착하지 못해 사법처리를 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받은 신회장장기간 일본서 머무른 이유는?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벌총수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 해외로 몸을 숨기고 있다.이에 따라 검찰은 재벌총수에 대해 정확한 증거 확보는 물론 소환도 하지 못한 채 실무자만 사법처리하는 등 재벌총수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재벌총수의 해외 체류는 어디까지 이어질까.’롯데 신격호 회장의 경우 홀수달은 국내에, 짝수달은 일본에 머물면서 그룹을 이끌어 왔으나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10월 일본으로 출국한 뒤 6개월 이상 일본에서 체류하고 있다.신 회장에 이어 올초 일본으로 출국한 신동빈 부회장도 아직까지 입국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홀수달이 되는 내달 롯데 총수 부자가 함께 입국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 내부에서는 무혐의를 받은 총수 부자가 5월 입국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재수사 소문 등에 따라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않고 있어 장기 체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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