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시장개척단(이하 시개단)이 총 194회 파견으로 약 22억 달러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이는 참가기업들이 시개단 파견이후 6개월내 발생한 실적보고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이중에는 구두계약이나 수출의향서 등이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에 KOTRA의 수출실적은 상당부분 부풀려져 있는 것. 또 실제로 수출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중 대부분이 기존에 현지 수출경험이 있거나 지사, 에이전트 등 수출근거지를 확보한 경우가 많고 신규로 진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수출실적보다는 시장조사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이처럼 시개단 파견 횟수나 참여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수출전문가들은 정부의 해외시장개척 사업을 잘만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는 해외시장개척 사업에 비해 시행기관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해외무역관 대부분이 3명 정도의 인력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시개단에 대한 시장성조사나 바이어 유치 및 상담 등에 대해 불만을 갖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KOTRA 관계자는 “늘어나는 시개단 파견횟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게 사실”이라며 “전문인력 보강과 수출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관련 시스템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특히 업체선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부재한데다 지자체가 전권을 쥐고 있어 우수한 업체를 선별해 시개단을 파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중국지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수출지원 프로그램은 해외 바이어 발굴 등 중소기업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파견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시행기관에서 명확한 선정기준을 마련해 업체선정 때부터 옥석을 가려낸다면 실질적으로 업체들에 상당히 유용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업체 선정부터 시개단 운영 전반까지 모든 권한을 KOTRA등 시행기관이 가지고 있을 때 운영상의 문제점이나 개선방안까지 일관성있게 처리할 수 있고 고품질의 수출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현재 해외무역관의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적어도 수천종에 이르는 수출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바이어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나치게 참여업체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업체선정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해 파견업체들의 수출품에 대해 적절한 현지 바이어를 유치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개단 참여업체들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액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쳐 업체당 평균지원액도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간 200만원 가량의 비용으로 현지 지사를 둘 수 있는 지사화사업이나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전문 컨설팅 업체인 C회사 대표는 “정부의 수출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업체당 평균지원액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중소기업들은 이미 진출해 있는 대기업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관련 수출품에 대한 바이어 정보 등을 공유하거나 현지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저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기업 수출 담당자는 “몇차례 시장개척단에 참여했지만 시장조사 수준에 그쳤다”며 “해외 현지에서 제품 경쟁력이 있는지 여부와 국내 경쟁업체들의 진출현황도 함께 파악해야 국내 업체간 출혈경쟁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등 유망수출지역에서는 최근 수출호조를 보이고 있는 휴대폰, 반도체 부품 등의 경우 국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개단 파견시 수출가격, 기술정보 등 회사기밀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어 참여기업들이 철저한 사전준비가 요구되고 있다는 것.KOTRA 시개단 실무관계자는 “시개단에 참가하는 모든 업체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시개단 참가기업들이 현지 비즈니스 정보와 바이어 검색 등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통해 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시개단 등 해외 시장개척 프로그램이 국내 수출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개척사업의 참여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부의 지원 확대는 물론 수출시장의 변화 등을 고려해 시행기관의 전문인력보강 등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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