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행장은 대외적으로 “후계자 선출을 위해 필요에 따라 1년 정도 연임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최근 경영부실로 이미지에 흠집이 난 김 행장의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또 정부에서도 부실경영 등으로 인해 김 행장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어 김 행장이 연임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와 관련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성규 국민은행 부행장을 통해 이헌재 부총리와의 접촉도 시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김 행장의 연임 문제는 이번 총선과 금융감독원 감사 이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여 김 행장이 빠른 시일내 연임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이 우세를 보일 경우 호남출신인 김 행장의 정치라인이 축소, 약화될 수 있어 이헌재 부총리와의 ‘핫라인’을 위해 이성규 부행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부행장은 한국신용평가, 금융감독원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국민은행 워크아웃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이번 국민은행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편입되는 등 김 행장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특히 국민은행 집행부행장의 경우 총 9명중 2명이 구주택은행 출신이고, 1명이 구국민은행 출신, 나머지 6명은 외부인사다. 통합 당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부행장들은 대부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외부인사들에게 자리를 내준 상황.현역 부행장 중 구주택은행 출신인 김영일, 신기섭 부행장은 김 행장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물이고 맥킨지, 이증락 부행장은 맥킨지 컨설팅 회사 출신으로 역시 김 행장의 경영에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행장이 맥킨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들과 결속관계를 지속해오고 있고 현재까지 그는 경영에 있어 상당부분 맥킨지 시스템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김 행장이 1년 이상 연임을 할 경우 약속대로 퇴진하고 이후 간접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차기 행장 후계자로 윤종규 부행장 내정이 유력시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윤 부행장은 광주상고 출신으로 삼일회계법인 근무 당시 국민-주택 합병추진위원회의 주택은행 측 회계감사부문을 맡았던 사람으로 김 행장과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또 이번 주총에서 전 국민은행 사외이사였고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었던 최운열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을 다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김 행장이 외부적으로 각계 인사들을 포섭함으로써 김 행장 연임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완화시키고 내부적 인물들도 끌어안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업계 관계자는 “김 행장이 통합은행장과 민영화를 거쳐 경영권 장악의 밑거름을 다져 놓았는데 이번 임기에 퇴진한다면 그동안 공들인 것들을 모두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김 행장이 이번 임기에서 물러날 경우 그동안 치적으로 알려졌던 것이 오히려 부실경영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최소한 1년 이상 버티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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