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업들이 악성루머 등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기업 오너의 사생활 문제’, ‘기업 내부의 갈등’, ‘기업과 정치권의 유착’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루머와의 전쟁’을 통해 악성루머의 진원지를 파악하는 한편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고객들로부터 시중에 떠도는 기업과 관련한 각종 루머에 대한 확인요청이 폭주하고 있다. 이런 루머들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곤란할 정도다.” 모 증권사 직원의 말이다.이처럼 최근 기업과 관련, 각종 루머들이 시중에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특히 증권가 ‘찌라시’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기업관련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우선, 루머의 표적이 되고 있는 기업은 삼성. 국내 최대의 기업인 삼성은 그‘몸집’만큼이나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삼성과 관련한 최근 루머들은 ‘이건희 회장-이재용 상무의 후계구도’, ‘대주주 오너 일가의 사생활’, ‘총선 이후 삼성의 운신’,‘검찰의 삼성 대선자금 수사’등과 관련된 내용들이다.이런 루머들에 대해 삼성측은 “확인결과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불구, 왜 계속해서 이런 루머들이 시중에 떠도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루머들이 유포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삼성의 악성루머 배후에 경쟁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A그룹 등에서 이런 루머를 퍼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삼성의 악성루머 유포 진원지로 거론되고 있는 A그룹 관계자는 “특별히 삼성과 악의를 가질만한 이유가 없다”며 “삼성과는 경쟁관계가 아닌 서로 공생하는 관계로, 그런 루머를 퍼뜨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SK그룹도 삼성과 사정이 비슷하다. SK글로벌사태·대선자금수사·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고초를 겪었던 SK는 최근 여타 기업보다 더 많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SK의 경우 ‘기업 오너들과 관련한 사생활’, ‘오너와 CEO간 갈등설’,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한 일부 정치권과의 유착’등 갖가지 루머가 나돌고 있다.

SK측은 대선자금문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이후 기업을 공격하는 루머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SK에 대한 이런 루머의 배후에 B그룹 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SK 관계자는 “경쟁사간 치열한 정보전쟁이 일어나면서, 일부 경쟁 기업에서 루머를 퍼트리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다른 경쟁 그룹을 비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LG그룹도 루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선자금 수사와 함께 LG카드 사태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LG는 ‘루머와의 전쟁’까지 치러야 할 상황이다.LG와 관련해서는‘LG카드 해결을 위한 회생전략’, ‘구씨·허씨 계열분리’를 놓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현대차그룹도 최근 수출호조 등으로 기업이 신장세를 보이자, 이를 음해하는 세력들에 의해 ‘악성루머’가 유포되고 있다.

‘현대차 후계구도’ 및 ‘경영진 내부 갈등설’등이 요즘 들어 흘러나오고 있는 루머들이다.현대와 KCC의 8개월간에 걸친 경영권분쟁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루머’가 난무했다. 현대그룹측에서는‘가족사’문제가, KCC측에선 정상영 명예회장과 관련한 루머가 떠돌면서, 두 그룹 모두 씻지 못할 아픔을 겪어야 했다.이와 같이 루머에 휘말린 기업들은 주가폭락과 기업이미지 실추 등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한다. 하지만 정작 누가, 어떤 경로로 이같은 루머를 퍼뜨리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다.실제로 지난해 초 한진그룹의 경우, ‘분식회계 조사설’에 휘말려 한진 계열 상장사들이 무더기로 가격제한폭까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한진은 당시 ‘악성루머’라며 “루머를 퍼트린 측에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대처했지만, 주가폭락을 막지는 못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선자금 수사와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악성루머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표적이 된 기업중의 상당수는 실제로 주가폭락과 이미지 실추 등 엄청난 손해를 입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루머들은 어떻게 유포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증권가를 중심으로 은밀하게 생산되고 있는 속칭 ‘찌라시’가 ‘루머’의 온상지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찌라시’는 민감한 정치 이슈나 재계 동향, 연예인 사생활 등을 담은 사설 정보지. 이런 찌라시는 주식투자자들이나 정치인, 기업 등이 즐겨 본다. 업계에서는 “‘짜라시’의 내용중 절반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라는 것이 정설이다.기업의 음해세력들이 이런 ‘찌라시’중에서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을 시중에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찌라시’내용을 만드는 ‘정보맨’들 중에서 ‘악성루머’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통 ‘찌라시’는 기업체와 정보기관·증권사 관계자 등에서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꾸며진다.

이에 따라 기업체나 증권사 관계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 기업의 ‘악성 루머’를 일부러 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와 함께 각 기업체 소속 ‘정보팀’도 루머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기업 정보팀은 오너와 CEO에게 살아있는 정보(시중에 유포되지 않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여기에 경쟁사 내부의 은밀한 부분이나 사업계획 등을 보고한다.이에 따라 기업정보팀에서 경영진의 마음에 드는 정보를 보고하기 위해, 상대기업의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시중에 떠돌고 있는 악성루머들은 각 기업간 ‘암투’의 산물”이라며 “이런 루머들로 인해 실제로 부도나는 기업들도 있다. 상대 기업의 약점을 잡아 루머를 퍼트리는 것은 상도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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