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식 원장의 정신건강 이야기] [섭식장애] 신체·심리·사회적 상호작용으로 기능성 장애 극복해야
[권호식 원장의 정신건강 이야기] [섭식장애] 신체·심리·사회적 상호작용으로 기능성 장애 극복해야
  • 정리=김정아 기자
  • 입력 2018-06-11 14:49
  • 승인 2018.06.11 14:49
  • 호수 1258
  • 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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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생활과 관련된 질환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끊임없이 괴롭혀 온 질환이 있는가 하면, 문명 발달과 또는 사회 기준이나 척도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질환이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가난 때문에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에는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섭식과 관련된 질환도 증가했다. 특히, 몸 맵시나 체중 증가에 민감한 젊은 여성층에서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식이행동과 관련된 이상 행동과 생각을 통틀어 일컫는 것을 섭식장애라고 한다. 여기에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 등이 포함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핵심병리는 음식과 체중에 대한 일종의 불안장애로 자기파괴적인 비정상적 섭식행동과 신체에 대한 왜곡된 지각을 특징으로 한다. 저체중이거나 정상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이 쪘다고 느끼며, 체중을 줄이겠다고 결심하고 지속적으로 식사를 줄이거나 굶는 행동을 보인다. 지나치면 폭식과 구토 그리고 운동에 몰두하는 등의 행동이 동반되기도 한다. 체중이 감소함에 따라 후유증으로 무월경, 저체온, 부종, 서맥, 저혈압, 탈모증, lanugo(신생아와 같은 체모의 출현), 부정맥, 골밀도저하, 갑상선 기능저하, 월경과 관련된 호르몬의 감소, 기초대사량의 감소가 생기고 심한 경우 다발성 주요장기 손상이 생긴다. 같이 동반될 수 있는 질환으로는 양극성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 흔하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원인이 관련되기도 하는데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 이상으로 섭식과 관련된 행동을 조절하는 체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자신감 부족이 섭식장애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완벽주의 성향이나 자신에 대한 엄격함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마른 체형과 완벽한 몸매만을 선호하는 문화적 압력은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며 체중 증가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여 만성적인 다이어트를 유발시키게 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심각한 내과적 문제가 동반되어 응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입원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료는 우선적으로 체중을 회복하고 식사습관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 그런 다음에 체중과 체형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가족 문제를 포함한 정신사회적 문제들을 치료하게 된다. 또한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우울증상이나 강박증상이 있을 때 효과가 있으며, 체중을 회복시키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신경성 폭식증은 다량의 음식을 서둘러 먹는 폭식과 함께 자가유발 구토나 하제, 이뇨제의 남용 또는 금식이나 과도한 운동과 같은 체중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반복적이고 부적절한 보상 행동 등으로 나타나며 심리적으로는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인다. 신경성 폭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보다 빈번하게 발병하며, 젊은 여성의 3~5%가 신경성 폭식증에 해당한다. 신경성 폭식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식사 문제를 창피하게 여기며 증상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폭식은 일반적으로 은밀하게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이루어진다. 신경성 폭식증에서는 공존질환이 흔하며, 이런 경우 우울장애나 양극성 장애의 빈도가 증가한다. 또한 사회불안 등의 불안증상 혹은 불안장애의 빈도도 증가하며, 신경성 폭식증 환자의 30%에서 술, 암페타민 등의 물질사용장애를 보인다. 신경성 폭식증의 원인은 날씬함을 미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사회문화적 요인,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등의 생물학적 요인, 유전 등이 관련된다. 또는 낮은 자존감이나 우울성향, 사회 공포증, 소아기의 과도한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신경성 폭식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신경성 폭식증의 치료는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인지행동 치료가 우선적으로 시행되며, 필요하면 항우울제를 같이 사용하게 된다. 신경성 폭식증은 일반적으로 청소년기 후기 혹은 성인기 초기에 시작된다. 폭식은 체중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 도중이나 이후에 흔히 발생한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 또한 신경성 폭식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성 폭식증이 있는 사람의 일부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이환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이환된 사람들은 다시 신경성 폭식증이 되거나 두 장애들 사이에서 여러 번 이환을 반복하기도 한다.
폭식장애는 짧은 시간 동안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양의 음식을 먹는 폭식 삽화를 반복하는 장애이다. 신경성 폭식증과 달리, 폭식장애 환자는 하제사용이나 구토 같은 폭식행동에 대한 보상 행동을 보이지 않으며, 이런 이유로 과체중이나 비만 상태를 보인다. 과도한 음식섭취를 하려고 할 때마다 조절 능력의 상실감이 반드시 동반되는데, 음식 섭취를 참을 수 없거나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된다. 폭식 삽화의 특징으로는 평소보다 많은 양을 급하게 먹고, 속이 불편해질 정도까지 먹으려 한다. 또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며, 폭식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혼자 먹고, 폭식 중에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거나 우울해 하며, 식후에 과도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폭식 삽화가 주 1회 이상 적어도 3개월 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폭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자신들의 섭식 문제를 부끄러워하며 증상들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폭식은 가능한한 비밀스럽고 눈에 띄지 않게 이루어진다. 폭식에 선행하는 것으로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정동이 있으며, 그 외에 대인관계 스트레스, 음식 규제, 체중 및 체형과 관련된 부정적인 느낌, 지루함 등이 있다. 폭식은 스트레스 기간 동안에 일어나기도 하며, 불안을 줄이거나 우울한 기분을 올리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 외 폭식장애는 충동적이고 외향적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 폭식장애는 불면증, 조기 초경, 월경주기의 이상, 목이나 어깨 및 허리 통증, 만성 근육통 및 대사증후군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폭식장애는 신경성 폭식증이나 신경성 식욕부진증만큼이나 공존 질환이 많은데, 양극성장애, 우울장애 및 불안장애 등이 흔히 동반되며, 다음으로 자주 동반되는 질환이 물질사용장애이다.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폭식장애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인지기능의 변화로 충동/강박성이나 수행기능, 집중력 및 의사결정에 있어서 손상을 보이며, 뇌영상에서도 뇌피질의 활성에 변화를 보인다. 스트레스나 정서조절의 문제와 유전도 관련이 있으며, 최근에는 폭식장애 증상이 중독 행동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식품중독으로 설명하고도 있다. 폭식장애의 치료는 인지행동치료와 세로토닌 관련 약물을 병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요한 인지행동적 기법으로는, 감정적 먹기와 배고픔에 의한 먹기를 구별하기,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하며 식사량을 일정량으로 하기, 폭식과 관련된 자극을 제거하기- 과자, 인스턴트 식품 등을 집에 사두지 않기 등, 배고픈 상태로 장보러 가지 않기 그리고 고열량 고탄수화물 음식을 피하기 등이다. 
섭식장애는 현대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청소년과 젊은 여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기능장애를 초래하고 쉽게 만성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섭식장애 자체가 다양한 원인으로 오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서도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