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결을 고려한 주거 기준을 제시하다
삶의 결을 고려한 주거 기준을 제시하다
  • 김정아 기자
  • 입력 2018-06-11 15:41
  • 승인 2018.06.11 15:41
  • 호수 1258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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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아야 하나> 저자 유현준 / 출판사 을유문화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대중이 맛집을 찾아 시간과 노고를 들이는 이유는 맛만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그 맛을 공유하고 추억을 머금은 장소에 기억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비단 맛집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고를 때도 브랜드나 가격보다는 앞으로 그 차를 함께 탈 사람을 고려하는 심리도 그러한 맥락이다. 사는 곳도 마찬가지다. 그 집의 브랜드나 오름세 가치보다는 누구와 그 공간을 채워 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명견만리’, ‘알쓸신잡2’, ‘어쩌다 어른’, ‘20세기 소년 탐구생활’ 등의 방송 출연으로 얼굴을 알린 저자 유현준의 어디서 살것인가는 책이름만 들으면 소위 말해 돈벌이 되는 동네나 아파트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논할 것 같다.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왜’ 라는 물음을 던진 저자는 이번에는 어디서 어떻게 라는 의문을 던지며 우리가 사는 터전에 대한 삶의 결을 이야기한다.

책은 건축과 공간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고 다양한 삶을 위한 좋은 터전을 제안하며 삶의 방향성에 맞춰 스스로 살 곳을 변화시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서로의 색깔을 나눌 수 있는 곳,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부합하는 도시로의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홍익대학교건축대학 교수 및 (주)유현준건축사사무소(HYUNJOON YOO ARCHITECTS) 대표로 하버드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하버드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삶의 터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책의 일부에서 저자는 “우리의 학교 건물은 보통 한 사람 몸 크기의 580배 정도 된다. 이런 건물은 너무 커서 우리 아이들이 정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건물은 일종의 ‘시설’로 느껴진다. 대부분의 인격 형성이 이루어지는 시기의 아이들이 이런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고 밝히며 “1인 주거는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더 행복해지려면 도시 전체를 내 집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보행자 중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촘촘하게 분포된 매력적인 ‘공짜’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건축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독자에게 전한다.

이 책을 접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이며 명지대학교 유홍준 교수는 “유현준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은 전문성과 대중성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 시대 지성의 큰 성취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고, 첨단 과학과 전통이 맞물려 있는데 이를 바람직한 인간적 삶이라는 틀거리에서 분석하고, 예견하고, 종합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폭넓은 식견과 예리한 시각에 의지해 우리는 아주 전문적인 것만 같은 도시와 건축에 대한 문제를 자신의 일상 속으로 끌어안으며 생각하고, 느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는 서평을 남겼다.

저자의 저서 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2015년 ‘작가들이 선정한 올해의 책’ 최종 4권의 후보에 들기도 했다. 그 외 주요 저서로 ‘현대건축의 흐름’, ‘52 9 12’, 2008 문화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모더니즘: 동서양문화의 하이브리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