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은행권 CEO들의 몸값이 얼마나 되길래…”.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본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이 17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도덕성 시비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그여파로 인해 각 시중은행장의 연봉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은행장들의 경우 대기업 CEO나 스포츠스타·연예인 못지 않은 천문학적 몸값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CEO들의 몸값을 알아봤다.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연봉으로 기본급 8억4,000만원에 경영실적에 대한 성과급 100%를 합쳐 총 16억8,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김 행장의 성과급은 지난 1월말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보상위원회가 김 행장에 대해 ‘성과급을 지급받을 만한 충분한 업적을 이뤘다’며 B등급을 부여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측은 “김 행장이 지난해 경영실적이 높게 평가된 사유로는‘지난해 침체된 주식시장에 1조원 투자라는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7개월만에 2,300여억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기여한 점’,‘국민카드와의 합병으로 부실확대 요인을 차단, 흑자전환 기반을 마련한 점’,‘LG카드지원과 관련해 은행 입장을 관철시킨 점’,‘지난해 주가 상승에 기여한 점’등이다”라며 ‘이 경영성과에 따라 보상위원회에서 정하고, 그 결과를 전체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적자(약 7,533억원)을 낸 데다, 최근 명예퇴직과 각종 경비 감축까지 단행한 상황에서, 김 행장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은행 노조에서 이와 관련해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국민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데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거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챙기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며 “김 행장 등 일부 임원에게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 보상위원회 이사들을 상대로 법적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서도 ‘김 행장의 성과급 지급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김 행장의 연봉문제가 불거지면서, ‘은행권 CEO’들의 연봉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권 CEO들의 연봉은 샐러리맨들에 비하면 그 절대액수가 일단 월등히 높다. 여기에 거액의 보너스까지 붙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로 성과급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이다. 우선, 은행장 연봉문제가 대두되면서 항상 거론되는 인물이 김정태 국민은행장이다. 이번에도 밝혀졌지만 그는 국내 은행장 중에는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다.그는 지난 98년 동원증권 사장에서 주택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월급 1원에 스톡옵션을 달라’며 파격적인 제안을 해 화제가 됐다. 그리고 김 행장은 2002년 8월 스톡옵션 33만주를 행사, 160여억원의 차익을 남겼으며 이중 67억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 셈이다. 하지만 당시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기간 중 스톡옵션을 행사한 탓으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며 금감원의 ‘주의적 경고’를 받기도 했었다.40대 은행장으로 화제가 됐던 하영구 한미은행장도 스톡옵션 등으로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하 행장은 지난 2001년 5월 은행장에 취임하면서 163만주를 주당 7,310원에 받았다. 그리고 하 행장은 지난해말 100억원대의 평가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상장을 폐지할 것으로 보여 하 행장의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미은행 지분매각으로 수천억원의 평가차익을 남긴 한미은행 대주주 칼라일(미국계 사모펀드) 등이 스톡옵션 평가이익과 지분매각 성공보수를 챙겨줄 가능성이 크다.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지난 99년에 받은 8만주(7만주는 이미 행사)의 스톡옵션을 언제든 행사할 수 있다.

행사에 따른 차익은 김정태 행장, 하영구 행장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수억원대다.연봉으로만 본다면 약 10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이 최고의 몸값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1월말 부임한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장의 연봉도 5∼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져졌다. 이와 관련, 외환카드 노조는 지난 2월 “팰런 외환은행장의 연봉이 300만달러(약 35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측은 “터무니없는 주장.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은행장들의 연봉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가 없어,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없다.

다만 지난해 11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예산분석 보고서를 보면 국책은행장 등을 포함, 은행장들의 연봉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재경위의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 총재의 지난해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 6억7,000만원으로 국책금융기관중 최고였다. 이에 반해 금융계의 수장격인 한국은행 총재는 2억1,000만원으로 산업은행 총재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은행장은 4억4,250만원의 연봉을 받아 산은 총재 다음으로 많았다. 수출입은행장은 3억1,000만원이었고,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각 3억원이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시중은행장들의 순수 연봉은 2억∼1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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