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에 따르면 하나로 통신 인수 실패 등 정보통신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LG 구본무 회장이 그룹 내 정보통신 계열을 살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이 정홍식 데이콤 사장에게 사실상 정보통신부문 경영에 있어 전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두루넷 인수와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 등 굵직한 현안을 추진해 나간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구본무 회장의 승부수가 통신시장에서 먹혀들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게 .하나로통신 인수 실패 이후, 퇴진설까지 나돌며 그룹 내 위치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정홍식 사장은 오히려 이사회 결의에 따라, 지난해 12월 데이콤 사장으로 선임되었다. 정 사장에 대한 구본무 회장의 절대적 신임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었다.

이는 LG그룹이 카드 사업 철수 이후, 전자 화학계열과 함께 정보통신사업을 그룹의 주축으로 키우는 일환으로 정 사장에게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당시 해석되었다. 또 통신망 사업체인 파워콤 대표이사에 박종응 데이콤 부사장을 선임, KT에 대응해 유선통신망 사업 강화 채비를 구축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정보통신사업 부진을 돌파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를 보여줬던 대목이다.그러나 올 초부터 이동통신 업계 3위인 LG텔레콤은 번호이동성제도가 실시되면서 시차제 적용을 받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였음에도 불구,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데이콤 또한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며 2,454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국전력으로부터 인수한 ‘파워콤’의 인수대금 등 자금소요도 만만치 않은 상황.구자경 명예회장의 측근들이 LG그룹의 정보통신부문을 지휘하면서 사업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내부 비판도 구본무 회장으로서는 신경 쓰였던 부분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LG복지재단 등 공익사업에만 관여를 하고, 그룹 경영에는 손을 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사실 정보통신관련 계열사에는 그의 인물들이 적지 않게 포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구자경 회장의 입김이 그룹경영에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구자경 라인의 대표적 인물로는 LG텔레콤 남용 사장이 꼽히는데, 그는 구자경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LG그룹 내에서는 구본무 회장이 사업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남용 사장의 경질까지 검토하기도 했으나, 구자경 회장의 반대로 인해 추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이러한 이유로 구본무 회장과 LG그룹은 정보통신사업에 일대 혁신을 꾀하는 승부수를 띄워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강하게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타개책으로 삼은 것은 정홍식 데이콤 사장에게 정보통신사업 경영의 전권을 위임하는 방안. 구 회장은 최근 정 사장에게 사장단 인사권 등 핵심권한을 부여했으며, 두루넷 인수를 비롯한 사업확장 등 현안에 대해서도 100%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그룹관계자는 전했다.정홍식 사장은 정보통신부 차관을 역임한 정통관료 출신으로 사장 취임 이후 사업부를 직속 부서로 두는 등 조직개편 작업에 착수해왔다.정 사장은 또 시내전화 시장 진출 검토를 통해 수입다변화와 사업확장도 추진할 방침이다.무엇보다 구본무 회장과 정 사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두루넷 인수. 지난해 하나로통신 인수실패로 인해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는 동시에 통신시장 선두그룹에 진입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LG그룹은 T/F팀을 구성, 두루넷 인수를 위한 준비를 다각도로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데이콤이 보유한 하나로통신 지분 전량을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인수자금 확보도 지속적으로 준비해온 상태.그러나 데이콤은 지난해 부실요인을 털어 내는 과정에서 적자로 전환, 2,4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올해도 영업이익 1,122억원, 순이익 95억원을 목표로 설정, 흑자경영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증권가는 ‘목표는 목표일 뿐’이라며, 일단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들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두루넷 인수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고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데이콤 관계자는 말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그룹 정보통신사업을 살리기 위한 구본무 회장의 마지막 카드가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통신업계는 하나로통신과 SK텔레콤이 제휴를 모색하고 있고, KT와 KTF의 합병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따라서 향후 통신시장은 KT와 SK의 2강 구도로 사실상 굳혀질 전망이다. 이에 LG로서는 두루넷 인수를 바탕으로 3강 체제로 가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LG그룹의 통신부문의 핵심은 데이콤과 파워콤(통신망 사업자)등 유선통신과 LG텔레콤(무선통신) 등을 기반으로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LG전자가 뒷받침해 주는 구도.재계 일각에서는 만약 구본무 회장의 이 같은 카드가 실패할 경우, LG의 전면적인 정보통신사업 철수도 도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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